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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터지는 꽃망울, 봐라 봄이다

[새봄맞이 테마 여행 3선] 전남 섬진강 일원

2015.03.20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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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무채색이다. 봄은 형형색색이다. 언 땅 풀리고 따스한 햇살에 아른아른 아지랑이 피어오르면 꽃도 흐드러진다. 그래서 봄은 꽃이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매향(梅香)에 젖어 나른한 몸부터 깨워보자. 인기 봄꽃 축제로 자리매김한 광양매화축제는 덤이다. 

대한민국의 새봄이 남도에서 시작됐다. 남도의 봄을 앞장서 전하는 매화는 올해도 맨 먼저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 소식에 눈과 귀가 자연스레 섬진강변으로 향한다. 섬진강변은 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와 가장 길게, 그리고 아름답게 펼쳐지는 곳이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에서 발원해 550리를 흘러 남해 바다에 몸을 섞는다. 지리산과 함께 질곡의 역사를 감내해온 강이다. 이 강변 마을에 매화가 만발한다. 강변도, 산자락도, 마을도 온통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지는 매화 풍경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한다. 그 풍광을 보려고 많은 여행객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봄 마중을 위해 섬진강변으로 간다. 경칩이 지나면서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며칠 전 닥쳤던 꽃샘추위도 보드랍게 찾아드는 새봄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차창으로 밀려드는 바람결에도 봄의 따스한 기운이 스며 있다.

황량하던 들판이 어느새 녹색의 싹을 틔운다. 강변의 자투리땅을 갈아엎는 경운기 엔진 소리도 힘차다. 길섶에선 봄까치풀이 무리지어 꽃을 피워 올렸다. 하나같이 발걸음을 붙잡고 시선을 유혹하는 풍경이다.

 

 

섬진강변을 따라 하얀 매화가 활짝 피었다. 노란 산수유꽃도 꽃망울을 일찍 터뜨려 남도의 봄꽃 행렬에 가세했다. 여행자의 마음이 한껏 부풀어오른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매화마을은 벌써 매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앞에 두고 백운산 자락에 걸친 마을이다. 지금은 매화마을로 통하지만, 본디 이름은 섬진마을이다. 두꺼비 섬(蟾), 나루 진(津)을 쓴다. 고려 말에 왜구들이 이곳에 왔다가 한 무더기의 두꺼비 울음소리에 놀라 달아났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마을이다. 강 이름도 섬진강인 이유다.

매화마을의 산비탈이 ‘매화 세상’이다. 밤새 하얀 눈이라도 내린 것 같다. 마을 주민들이 땀과 눈물로 개간하고 매화나무를 심은 그 비탈이다. 청매실농원은 매화마을의 구심점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김오천(1902~1988)선생이 일본에서 가져온 밤나무 1만 그루와 매화나무 5000그루를 심은 것이 출발이었다.

지금 청매실농원을 가꾸는 홍쌍리(73) 매실 명인은 그의 며느리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다가 1966년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 50년째 매화나무를 심으며 매화마을을 가꾼 공신이다. 여기에다 매실로 만든 음식을 개발하고 스토리텔링까지 더했다. 지금은 이름만으로도 으뜸 브랜드가 됐다.

김오천 선생과 홍쌍리 명인을 가까이서 지켜본 마을 사람들도 매화나무를 많이 심었다. 산비탈과 골짜기, 강변과 개울가에도 심었다. 논두렁과 밭두렁 등 빈 공간만 생기면 매화나무를 넣었다. 매화마을은 이렇게 가꿔졌다.

덕분에 여행객들은 농원의 뜨락과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매화를 감상한다. 새봄을 물들인 매향에 모두들 상기된다. 부모의 손을 잡고 걷는 어린아이의 몸놀림도 한결 가뿐하다. 매화가 피어난 산책로를 따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는 것만으로도 봄의 낭만이 가득 전해진다. 여행객들의 마음도 매화를 닮아 하얗게 변한다.

매화마을 풍경은 청매실농원이 자리한 쫓비산(538m)에 올라가서 봐야 더 좋다. 섬진강과 어우러지는 꽃무더기를 볼 수 있다. 하얀 눈꽃처럼 내려앉은 매화가 옥빛 강물과 어우러져 황홀경을 연출한다. 한 폭의 풍경화다.

어쩌다 불어오는 강바람에 매화 꽃잎이라도 흩날리면 그 아찔한 향기와 풍경에 가슴까지 뛴다. 매실 장아찌와 매실 농축액이 익어가는 2000여 개의 항아리도 운치를 더한다. 그 너머에서 섬진강은 매향을 듬뿍 머금고 유유히 흐른다.

섬진강변 마을에 만개한 매화.
섬진강변 마을에 만개한 매화.

노란 산수유꽃도 꽃망울을 일찍 터뜨렸다.
노란 산수유꽃도 꽃망울을 일찍 터뜨렸다.

 

 

섬진강변의 매향에 흠뻑 취한 다음엔 섬진강의 봄을 온몸으로 느낄 차례다. 섬진강 둘레길을 찾아간다. 섬진강변을 따라 전남 곡성군 오곡면 오지마을에서 압록마을까지 15㎞에 이르는 길이다. 강변 숲엔 소나무와 편백나무, 상수리나무가 무성하다. 몸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흐르는 숲이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침곡마을에서 타는 레일바이크도 재밌다. 강변 철길을 따라 달리면서 느끼는 바람결이 달콤하다. 줄을 당겨서 강을 건너는 호곡마을의 줄배가 정겹다. 철길 옆에서 피어난 매화도 반갑다. 나무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강변 풍경이 여유롭다.

폐선이 된 기찻길을 거니는 여행객들의 모습이 정겹다.
폐선이 된 기찻길을 거니는 여행객들의 모습이 정겹다.

‘벚굴’로도 불리는 강굴은 제철을 맞아 짭조름하면서 달짝지근하다.
‘벚굴’로도 불리는 강굴은 제철을 맞아 짭조름하면서 달짝지근하다.

섬진강변의 레일바이크.
섬진강변의 레일바이크.

송정마을에선 증기기관열차가 달리는 철길과 국도, 자전거도로와 섬진강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포토존을 만난다. “뿌~우우웅~.” 때마침 들려오는 증기기관열차의 기적소리가 반갑다. 하얀 연기를 내뿜는 기차가 옛 모습 그대로다. 열차에 탄 여행객들도 차창을 위로 올린 채 강바람을 호흡한다.

가정마을에선 섬진강 출렁다리를 건넌다. 강변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자전거도 낭만적이다.

폐선이 된 기찻길을 걷는 것도 별난 재미가 있다. 1933년부터 1999년까지 전북 익산과 전남 여수를 잇는 전라선 열차가 지나던 길이다. 이정마을에서 압록마을 구간은 강변을 따라간다. 왼편에 섬진강을 두고 강물과 함께 흐른다. 남해 바다로 향하는 물살이 마음속 갈증까지 씻어준다. 새봄의 기운을 맘껏 호흡할 수 있는 섬진강변이다. 

 

 

백운산과 지리산 일대에서 나는 고로쇠 약수를 맛보는 것도 섬진강변 봄나들이의 재미다. 겨우내 쇠약해진 건강 걱정을 고로쇠 약수 한 모금으로 덜 수 있다. 따뜻한 온돌방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오징어, 멸치, 노가리, 땅콩 같은 짭짤한 음식을 곁들여 마시면 더 좋다.

고로쇠 수액은 장에서 흡수력이 뛰어나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아무리 마셔도 탈도 나지 않는다.

섬진강에서 건져 올린 강굴도 제철을 맞았다. 벚꽃이 필 무렵까지 나온다고 ‘벚굴’로도 불린다. 굴 하나가 어른의 손바닥보다도 더 크다. 단맛과 짠맛이 적당히 섞여 짭조름하면서 달짝지근하다. 영양가도 높다. 숯불에 구워 먹는 직화구이가 별미다. 마늘이나 고추, 묵은 김치를 곁들여도 좋다. 강굴죽도 개운하다.

섬진강변으로의 봄 마중이 더 오지고 행복한 이유다.

글·사진 이돈삼 (자유기고가)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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