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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잃은 아내 손잡고 뛴다…울트라마라토너 부부

622km 완주 김효근·김미순 부부의 특별한 ‘행복 일기’

2015.07.30 손끝으로 읽는 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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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인 아내 김미순 씨는 남편 김효근 씨와 울트라마라톤을하며 “시각장애인이 되면서 없어진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인 아내 김미순 씨는 남편 김효근 씨와 울트라마라톤을 하며 “시각장애인이 되면서 없어진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땅끝 전남 해남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622km. 폭우와 불볕더위, 졸음과 피로를 이겨내고 6박 7일 동안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살인적인 마라톤 코스.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코스를 김미순(여·55, 시각장애 1급), 김효근(55) 부부는 나란히 완주했다. 이로써 부부는 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램을 이뤄냈다. 마라톤 완주 후 며칠 뒤에 만난 부부의 검게 탄 얼굴에는 피로하지만 만족스러운 미소가 연신 떠나지 않았다. 마라톤은 흔히 인생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부부가 달려온 622km만큼 길고 고되지만 행복한 인생길을 따라가보자.

부부가 처음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건, 아내 김미순 씨가 시력을 모두 잃고 난 후의 일이다. 평생 산과 들로 여행을 즐기며 살던 아내 김 씨는 어느 날, 머지않아 모든 시력을 잃을 것이라는 믿기 어려운 말을 듣게 된다. 그 말이 현실이 되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 시간은 천천히 또 무겁게 부부의 생활과 정신을 잠식했다. 아내 김 씨가 이 무거운 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남편과 딸의 존재 덕분이다.

“언제까지 혼자 갇혀 지낼 수 없었죠. 저 때문에 사춘기도 모르고 지나간 딸과 활력을 잃은 남편을 위해서라도 털고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뭐라도 해보자 해서 하게 된 게 마라톤이었죠.”

삶의 활력 찾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고

마라톤은 등산으로 다져진 부부의 지구력과 끈기를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운동이었다. 남편 김 씨는 아내 김 씨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손을 잡고 뛴다. 맞잡은 두 손 덕분인지 마라톤을 시작하고 부부에게 다시 예전의 웃음이 찾아왔다. 부부가 선택한 울트라마라톤은 기존 마라톤의 풀코스 42.195㎞보다 먼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을 통틀어 이른다. 아내 김 씨는 울트라마라톤 예찬론자다.

“남편과 대화하면서 뛰니까 전보다 사이도 좋아졌어요. 남편이 노래도 불러주고, 이야기도 해주죠. 꽃이 있으면 향기 맡아보라고 권하고, 꺾어서 머리에 꽂아주기도 하고요(웃음). 울트라마라톤은 기존 마라톤처럼 목표만 향해서 뛰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강과 산을 벗 삼아 구경하면서 뛰는 거라서 더 매력적이에요. 땀을 흘리면서 세상 구경하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들 부부가 웃으면서 말하는 지난 삶과 울트라마라톤의 과정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울트라마라톤은 6박 7일 야외에서 뛰어야 하는 만큼 날씨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경기 첫날부터 그 이튿날까지 ‘양동이로 들이붓는 듯한’ 폭우가 계속된 적이 있는데, 이때 부부는 낮에는 종아리까지 차오르는 빗물을 이겨내야 했고, 밤에는 얇은 우비 하나로 추위를 달래야 했다.

그런 열악한 여건 속에서는 쪽잠이 유일한 휴식이었다. 당시 그 이상은 쉴 수도 없었다. 50km를 9시간 안에 뛰어야 다음 코스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후 비가 멈추자 전국적인 폭염이 찾아왔다. 가만히 있어도 찌는 불볕더위 속에서 보호 장비 없이 모자 하나로 버티는 일은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힘든 일이었다. 남편 김 씨의 말이다.

“자전거 길에 자전거 그림이 물에 떠오르듯이 저를 향해 오더라고요. 중앙선이 높아 보이기도 하고요. 제대로 뛰기 힘들었죠. 그럴때마다 눈을 감았어요. 조금 지나 눈을 뜨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착시가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했어요.”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500km에서 550km 사이에 찾아왔다. 남편 김 씨가 정신을 잃고 어둠 속에 아내를 도로에 두고 다른 곳을 헤맸던 것이다. 남편 김 씨가 기억할 수 없는 시간이 계속 흘렀다. 이대로라면 제한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없고, 마라톤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기적처럼 아내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고 한다.

“아내 목소리를 듣고 시계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아내 손을 잡고 풀코스 마라톤보다 더 빨리 뛰었어요. 그래서 제한 시간 3분 전에 도착했어요. 기적이죠. 아내가 없었다면 포기했을 거예요. 아내가 있기에 정신적으로 무척 의지가 돼요. 내가 관두면 나뿐 아니라 아내도 실패하는 거니까 책임감도 있었고요.”

이런 우여곡절 끝에 부부는 완주에 성공했다. 아내 김 씨는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힘든 걸 왜 하느냐고 해요. 제가 갑자기 시각장애인이 되고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한계를 극복하게 된 건 마라톤 덕분이에요. 마라톤을 하고 나서 자신감도 생기고 성취감도 얻었어요. 또 남편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더 큰 행복을 느껴요.”

욕심 버리고 순간에 충실…오늘도 즐겁게 살아가

남편 김 씨는 완주에 성공한 비결을 살짝 알려주었다.

“처음부터 완주하겠다고 생각하면 성공할 수 없어요. 한발 한발 달린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욕심을 버리고 순간에 충실하면 행복의 길이 열리는 거죠.”

부부는 마라톤으로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함께 마라톤을 완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를 도울 길이 열리기를 바랐다. 그러던 부부에게 지난 6월 꿈이 이뤄졌다. 한국가스공사에서 아내 김 씨가 1년 동안 3000km 이상 뛰면 1km당 1000원씩 마일리지로 적립해 장애인 운동선수를 후원키로 한 것이다. 올해는 지적장애인 탁구선수 김승희 씨를 돕기로 했다. 김 씨는 “꿈을 꿔야 꿈이 이뤄진다”며 활짝 웃었다.

이처럼 부부가 원하던 일이 차곡차곡 열매를 맺고 있다. 부부의 소망은 이 행복이 이대로 지속되는 것이다. 아내가 시력을 잃어갈 당시를 생각하며 남편 김 씨가 말을 이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빨리 나이 들어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마라톤을 하면서 세월이 너무 빠르게 가는 거예요. 우리 부부가 이제 행복에 접어든 거죠. 딱 이만큼만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행복하면 주위에서 시샘할 테니까요(웃음).”

아내 김 씨도 한마디 거든다.

“제가 눈이 보이면 더 좋겠지요. 그렇지만 저에게는 이만큼의 행복이 주어진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아이나 남편이 하게끔 도와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깔깔거리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답니다(웃음).”

기사와 사진: 손끝으로 읽는 국정

<손끝으로 읽는 국정>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와 활자(묵자)를 혼용해 발행하는 정책정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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