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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파티로?…이런 결혼식도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결혼식’ 이야기] ① 윤진·이솔 부부

넘어야 할 벽 많고 준비할 것 많지만 무엇보다 재미있어

2016.05.18 윤진·이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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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에 박힌 듯 찍어내는 결혼식,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겉치레들. 이를 벗어나 작지만 의미있는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다양한 형태의 작은결혼식이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 중이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실제 작은결혼식을 올린 세 부부의 수기를 연재한다. 축하와 축복이 가득한 나만의 결혼식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을 통해 결혼식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보자.(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저는 직장을 다니며 글을 쓰는 윤진입니다. 아내 이솔은 웹툰을 그립니다. 저희는 결혼 3년차 부부입니다. 2013년 하남에 있는 한 카페에서 결혼 파티를 열고 부부가 되었습니다. 결혼을 카페에서? 그렇습니다. 그 후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제 주변에서 저희 말고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저희는 둘 다 예식장에서 할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작게 하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작은결혼식’이 여러 차례 기사로 나오며 확산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저희는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작은결혼식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과 이야기하다 마음을 접는다고 합니다. 신랑, 신부 둘의 뜻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부모님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면에서 저희가 ‘작은결혼식’을 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 덕분이었습니다. 부모님은 평범하지 않은 결혼식을 받아들이셨을 뿐더러 일체의 예단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객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하객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카페에서 열린 윤진·이솔 부부의 결혼 파티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덕분에 저희는 결혼 파티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가 하는 카페가 마음에 들어 대관을 부탁하니 흔쾌히 좋다고 합니다. (준비하시는 분께 도움이 될지 모르니) 저희가 한 것들을 적어보겠습니다.

결혼 파티 준비
•사진 촬영 : 스튜디오 사진촬영은 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동호회 사이트에서 데이트 스냅을 찍어주실 작가님을 찾아 창경궁과 삼청동에서 데이트 스냅을 찍고, 십만원 정도의 대관료를 내고 주말 이른 시간에 두시간 정도 플라워 카페를 빌려 셀프 웨딩 촬영을 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들로 결혼식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청첩장 : ‘작은결혼식’ 의미를 담아 지갑에도 쏙 들어가는 명함 사이즈로 만들었습니다. 조그만 청첩장을 팀장에게 내밀자, “뭐야 이게? 너는 사람들이 놀라는 걸 즐기지?” 합니다. 사장님 역시, 이런 청첩장은 처음 받아본다며 제게 말합니다. “너는 참 특이하게 한다.”

데이트 스냅, 셀프 웨딩 사진으로 제작해 카페 곳곳에 붙인 포스터.
데이트 스냅, 셀프 웨딩 사진으로 제작해 카페 곳곳에 붙인 포스터.

•포스터&엽서&스티커 : 카페 벽과 유리창에 포스터를 붙이고 테이블엔 한마디 적을 수 있게 사진이 실린 엽서를 10장씩 두었습니다. 참석자에게 선물로 준 초콜릿 상자에는 디자이너에게 요청해 만든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예복 : 정장 한 벌과 드레스를 구입했습니다. 결혼 드레스를 소장하는 경우가 많은 미국의 한 사이트에서 드레스를 ‘직구’했습니다. 쏠은 짧은 웨딩 드레스 한 벌과, 피로연 때 입을 심플한 남색 웨딩 드레스를 구입했는데, 두 벌 구입비가 몇 십만원 선이었습니다.

결혼 파티 당일
•카페 꾸미기 : 쏠의 친구들이 아침에 일찍 와 풍선을 달고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꽃과 사진 엽서들로 꾸민 포토 테이블.
꽃과 사진 엽서들로 꾸민 포토 테이블.

•꽃 장식&포토 테이블 : 꽃집을 하는 후배에게 부탁해 부케와 부토니아, 테이블 장식 꽃과 참석자에게 나누어 줄 꽃을 준비했습니다. 카페 들어오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꽃을 나누어주니 모두 맑고 밝은 얼굴로 들어옵니다.

•방명록 : 가지만 있는 나무 그림에 들어오는 하객마다 여러 색 스탬프를 이용해 지장을 찍어 잎이 무성한 한 그루의 나무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회&주례 : 친구가 사회를 보고 주례 없이 진행했습니다.

•축가 : 오케스트라 동아리 축하 연주와 후배가 불러주는 축가를 듣고, 저희 부부가 준비해 간 곡을 바이올린과 기타로 셀프 축하 연주를 했습니다.

하객들이 지문을 찍어 만든 방명록.
하객들이 지문을 찍어 만든 방명록.

•음식 : 카페 직원들이 준비해 주었습니다. 원래 판매하던 요리와 더불어 상그리아와 디저트를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하객이 많이 와 조리실이 정신없이 분주했습니다.

•피로연 :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이 좀 더 이야기를 즐기다 갈 수 있게 옥상에 피로연 장소를 준비했습니다.

이런 결혼이 가능할 거란 기대는 사실 저희도 크지 않았습니다. 넘어야 할 벽이 많았고 하나라도 막혔더라면, ‘작은결혼식’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막상 해보니 신경 쓸 일이 많고 준비해야 할 게 많아 두 번 하라면 못하겠지만 지나고 보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셀프 축하 연주 장면.
셀프 축하 연주 장면.

어떤 이는 예식장에서, 어떤 이는 시청에서, 어떤 이는 미술관에서, 어떤 이는 한옥집에서 결혼합니다. ‘작은결혼식’이 늘어갑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삶의 방식이 저마다 다르듯, 결혼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큰 길이 빠르고 편합니다만 조그만 골목길에는 오밀조밀 다양한 재미가 있습니다.

지금은 귀여운 딸램을 둔 결혼 3년차. 모처럼 그날을 추억하며 아내와 함께 그날 찍은 영상을 다시 한 번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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