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5일부터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우간다에서 실시하고 있는 농업지도자 육성사업에서 우간다 새마을운동 지도자들이 “내가 먼저 봉사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박영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사실, 아프리카 국가들은 1960년대 초반 유럽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났지만, 내전 등으로 국가발전은 고사하고 ‘빈곤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런 이유로 아프리카는 ‘위기의 대륙’(Continent in Crisis) 또는 ‘희망이 없는 대륙’(Hopeless Continent)으로 각인된 채, 아프리카 비관론(Afro-pessimism)이 일반화되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아프리카 대륙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새로운 ‘기회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아프리카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세계적 경제전문기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2011년 '아프리카의 부상‘(Africa Rising)을 특집 기사로 다루면서 아프리카가 머지않아 아시아의 경제성장률을 추월할 것이라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를 새로운 신흥시장으로 인식하고 공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아프리카 접근속도는 서방에서 ‘신식민지’론을 거론하며 견제할 정도이다.
다양한 기회의 대륙 잠재력 가치 선제적 인식
우리나라도 아프리카의 다양한 잠재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전략적 관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프리카에 관한 한 후발주자로서 협력기반이 미약하고 자금력도 경쟁국에 비해 열세에 있으므로, 중점국가를 대상으로 협력의 역량을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정치안정성, 발전가능성, 진출여건, 우리기업의 진출수요, 우리와의 협력의지, 외교적 고려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이번 한국 정상이 방문하는 아프리카 3개국은 중점협력국가로서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구 대국(8800만)이면서 정치적으로 안정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54개국이 가입하여 제반 지역이슈를 관장하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와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 등 국제기구가 소재한 외교적 거점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내에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화교류의 거점지역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임금(중국의 1/4, 베트남의 1/2)의 풍부한 노동력과 원자재를 보유하고 있어 섬유 등 경공업 분야에서의 협력이 기대되고 있다.
케냐는 동아프리카 물류허브의 이점과 제조업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기업진출의 거점지역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 중소기업 전용공단 조성 등을 통해 우리기업의 진출 교두보로 활용하는 전략적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간다는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농업개발 잠재력이 풍부하므로 농업분야에서의 협력이 기대된다. 이 나라는 농업에 적합한 조건(비옥한 토지, 풍부한 수자원, 양호한 기후, 평지지형 등)들을 가지고 있어 아프리카 내에서 농업개발 잠재력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호수와 강이 국토의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토의 1/3(우리나라 농지의 4.6배)이 경작가능 면적이다. 농가공 복합단지 조성을 통해 농산물 가치사슬(생산·저장·가공·포장·운송·유통·판매) 창출을 지원함으로써 농가소득 창출과 중소 농가공기업 육성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 배우기 적극 갈망
한편, 상기 3개국들은 한국의 경제발전상에 대해 남다른 관심으로 보이며, 발전노하우 공유를 적극 희망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로 새마을운동을 들 수 있는데, 이번 정상방문을 계기로 한국형 개발협력의 ‘소프트 파워’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아프리카의 지도자, 정책담당자, 학자들은 한국의 농촌빈곤 극복경험에 주목하고, 자국의 농촌개발 전략 수립에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소를 벤치마킹하기를 적극 희망하고 있다.
농촌개발은 단순히 원조나 투자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새마을운동과 같은 ‘자생적’ 농촌개발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날 아프리카에 있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물적 자본’보다는 새마을운동의 기본이념인 근면·자조·협동, 그리고 주민들에게 ‘어떻게 열심히 일할 동기를 불어넣었는지’ 등 자생적 또는 내재적 발전을 위한 정신계몽이라고 할 수 있다.
새마을운동, 국제사회 농촌개발 전략의 모범사례
새마을운동 전수사업은 국제사회의 농촌개발 지원방향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새마을운동은 세계은행, UN 등 국제기구에서 농촌개발 전략으로 추진하는 제도적 능력배양(institutional capacity building), 참여적 개발(participatory development), 주민의 역량개발(empowerment) 등의 방법론이 종합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새마을운동은 이론이 아닌 우리의 직접적인 빈곤퇴치 경험으로서 설득력이 높고 국제사회에서도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므로 그 가치를 훼손 또는 평가절하해서는 곤란하다.
새마을운동이 농촌 근대화와 지역사회 개발을 통해 주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새마을운동은 정부의 일방적 또는 강제적인 동원운동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하향식(top-down) 접근과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 즉 상향식(bottom-up) 접근방식이 결합된 것이었다.
새마을운동은 일종의 민관협력(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 사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1971~1980년 동안 새마을운동 사업에 투입된 금액 비중을 보면 정부 지원금이 51%이며, 나머지는 민간레벨(마을주민)에서 조달됐다.
이러한 자금조달 구조는 새마을운동의 주요 성공요인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전수 가능성에 대한 논쟁보다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교훈이 무엇인지 재해석하고, 이를 초기조건이 다른 상대방 지역사회에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