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에 박힌 듯 찍어내는 결혼식,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겉치레들. 이를 벗어나 작지만 의미있는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다양한 형태의 작은결혼식이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 중이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실제 작은결혼식을 올린 세 부부의 수기를 연재한다. 축하와 축복이 가득한 나만의 결혼식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을 통해 결혼식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보자.(편집자 주)
주경 씨(32세)와 한내 씨(29세)는 같은 대학교 내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만나서 연애를 하게 되었고, 둘 다 학교를 다니는 상태에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경 씨는 대학원을 다니느라, 한내 씨는 학부기간이 길어져서 오랫동안 학교를 다녔다는군요.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보낸 세월이 쌓이고 쌓여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답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해서 그들만의 결혼식을 만들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할 때 서로 존댓말하기를 약속했답니다. 서로 존중하면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주경 씨가 먼저 제안했다는군요.)
꽃분홍색으로 한복을 맞춰 입은 이주경·이한내 부부. |
우리들만의 결혼식
아내 : 여보, 지나와서 생각해보니 우리가 작은결혼식을 했다는 게 새삼 신기하네요. 그 시작이 뭐였더라?
남편 : 우리 둘 다 나만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죠. 기억나요? 재작년 내 생일에는 케이크 대신 치킨을 한 마리를 사와서 거기다 초를 꼽고 축하했잖아요. 각종 기념일에도 선물 대신 손편지를 써주거나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었죠.
아내 : 그러고 보면 우리는 실용적인 걸 참 좋아하네요. 꼭 비싸고 좋아 보이는 게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일반 예식장이 아닌 곳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었죠. 이미 정해진 룰이 있는 예식장에서는 우리들만의 결혼행사를 만들기는 어렵겠다고 생각되어서요.
뷔페 룸 안에서 결혼행사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
잔치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음식
아내 : 그렇다면 일반 예식장이 아닌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여보가 뷔페를 제안했죠.
남편 : 맞아요. 다른 결혼식에 갔을 때 제일 큰 불만이 맛없는 음식이었는데, 그걸 해결하는 손쉬운 방법이 뷔페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에는 돌잔치도 뷔페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룸을 갖춘 곳들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초대할 손님들을 수용할 수 있는 룸과 적절한 수준의 음식을 제공하는 뷔페를 찾았죠. 식대는 한 사람당 3만원 정도였는데, 같은 가격으로 예식장을 갔다면 손님들이 더 맛없는 음식을 먹었겠죠.
아내 : 거기다가 룸을 3시간동안 사용할 수 있어서 행사진행과 식사를 편안하게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함께 아기자기하게 준비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과정. |
내가 원하는 건 내가 해결한다, 셀프
남편 : 우리 결혼식에서 여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점은 뭐에요?
아내 : 포토테이블이랑 테이블화병을 직접 꾸몄던 거요. 여보가 30만원 예산안에서 제 마음대로 하라고 해줘서 정말 행복했어요. 인터넷 사진자료를 찾아서 강남고속터미널 소품상가에서 재료들을 마음껏 산 뒤, 직접 제작했죠.
확실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지만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다 즐거웠어요. 결혼식이 끝난 뒤에는 소품들을 손님들에게 선물하거나 우리 신혼집을 꾸밀 때 쓸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여보는 결혼식에서 어떤 점이 좋았어요?
남편 : 우리가 하고 싶었던 여러 가지 행사들을 직접 준비하고 진행했던 점이요. 준비하면서 우리 스스로도 즐거웠고, 손님들도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결혼식을 즐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아내 : 맞아요. 우리가 직접 결혼식을 준비하고 진행한 점 그 자체가 저는 정말 좋았어요. 손님들에게 우리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결혼식 한복을 입었던 것, 메이크업도 셀프로 한 이유가 바로 그거죠.
남편 : 아참, 그리고 여보의 친구가 직접 디자인해 준 손바닥 크기의 청첩장도 뿌듯했어요. 명함가게에 맡겼더니 200장에 2만원밖에 안 들었고, 크기가 작으니깐 손님들이 휴대하기도 편했죠.
손님들을 재미있게 해드리기 위해서 직접 나선 이주경·이한내 부부. |
결혼식에 재미를 빼놓을 순 없다
아내 : 우리 결혼식에 왔었던 선배언니가 재미있었다고 칭찬해줬어요.
남편 : 우리가 행사를 준비할 때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는데 뿌듯하네요. 우리가 했던 행사들 기억나요?
아내 : 그럼요. 먼저 우리가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를 함께 낭송하고 안치환의 ‘내가 만일’을 불렀죠. 그리고 난 다음에 여보 친구가 기타연주를 하고, 빙고게임을 했죠.
남편 : 빙고게임은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네요. 빙고게임을 해서 손님들에게 선물을 주고, 선물 받은 분들은 우리한테 덕담을 해줬잖아요. 그 때 참 많이 웃었어요.
두 사람은 작은 결혼식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하고 싶단다. 노력한 만큼 행복했고 더 특별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