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친구들과 함께 전기차를 렌트해 제주도를 일주하고 온 대학생 최규진(23) 씨는 그 후 전기차에 푹 빠졌다. 놀이공원이나 국회 같은 곳에서 근거리 이동을 할 때나 사용할 수 있는 보조 교통수단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
“시동을 켜고 차가 달리는데도 엔진 소음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게 신기했어요. 가속 페달을 밟아도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질주하더라고요. 고갯길도 마찬가지였고요. 제주도는 전기차 충전소가 곳곳에 있어 충전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충전시간이 가솔린을 넣는 것보다는 좀 더 오래 걸린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랄까. 무엇보다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친환경적이라는 게 마음에 들어요.” 그는 “차를 사게 된다면 무조건 전기차를 살 생각”이라며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미국 테슬라사가 만든 전기차인 ‘모델3’는 2017년 말에나 출시될 예정인데도 지난 4월 초 사전 계약을 시작한 지 1주일 만에32만6000대(16조 원 규모)가 판매됐다. 2013년 20만 대 수준이던 세계 전기차 시장은 2년 만인 2015년 3배가 넘는 60만 대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2020년엔 1000만 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202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전기차산업 육성에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전기자동차 20만 대 수출을 목표로 세웠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자동차 100%를 전기차로 보급할 계획이다.(사진=동아DB) |
전기차는 전기전자·기계+ICT 결집
최첨단 융·복합 산업
전기차산업은 전기전자와 기계, 정보통신기술(ICT)이 결집된 최첨단 융·복합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권의 자동차 생산력, 세계 1위의 배터리 기술력, 세계적인 수준의 ICT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를 발휘하면 전기차 강국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4개 업종의 융합 연합체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인지·판단 관련 8대 자동차 핵심부품, 자동차용 파워반도체, 투명하고 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고밀도 혁신전지 등에 대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기차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주행거리다. 이는 배터리 성능에 의해 좌우된다. 삼성SDI 윤태일 그룹장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2018년 1회 충전으로 소형차 300km, 중형급·SUV 5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3년에서 2025년이면 소형차는 500km, 대형차는 700km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가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현대자동차가 지난 6월 출시한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1회 충전거리 191.2km로 가장 길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1회 충전 주행거리를 400㎞로 늘릴 수 있는 ‘고밀도 전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2020년까지 배터리, 전기 구동 시스템, 냉난방 시스템, 전력 변환장치, 차체 경량화 강화를 통해300km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구매 시 1400만 원 지원,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전용주차·자동차 보험도 개선
정부는 전기차 내수시장 활성화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2015년 말 기준 전국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5767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경기, 제주, 서울에 집중돼 있다. 급속충전기도 337개밖에 안 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보급 대수를 20만 대, 공공 급속충전시설을 14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8일부터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에게 1400만 원의 국가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전보다 200만 원 늘어난 금액이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최대 800만 원(전남 순천)까지 더 지원해준다. 따라서 4000만 원대인 전기차를 2000만 원대면 살 수 있어 동급 가솔린 자동차 구매가와 차이가 없다.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 인프라도 적극 확충한다. 환경부는 올해 안에 서울과 제주에 2㎞당 1기의 공공 급속충전기를 갖추는 등 2017년까지 국가 주도로 공공 급속충전시설을 637기 구축하고, 2020년까지 민관 협업으로 급속충전시설 3100개(전국 주유소 4분의 1 수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전국 4000여 개 아파트 단지와 대형마트, 주유소 등 충전기 이용이 편리한 시설에 총 3만 개의 급속·완속충전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와 KT링커스(KT 자회사)가 서울, 대구, 순천, 성남 등의 공중전화부스 9곳에 급속충전기를 설치한 것도 눈에 띈다. 매년 20곳 이상씩 늘릴 예정이다. 이 밖에도 공동주택에서의 전기차 충전 문제 해소를 위해 이동형 충전기 사용제도를 도입하고 민간 충전사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에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 등을 두도록 하는 등 충전시설 설치 의무화 입법화도 추진 중이다.
전기차의 단점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자동차보험도 개선하기로 했다. 전기차는 높은 차량 가격 때문에 동종 가솔린 차량보다 보험료가 50%가량 비싼 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월까지 전기차 전용보험을 개발하기로 했다. 차량 가액보다는 사고 파손 부위, 사고형태별 발생 빈도 및 운행 패턴 등을 고려해 보험료를 산출할 예정이다. 이 경우 보험료가 20%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전국 유료도로 통행료 한시적 할인, 지자체 공영주차장 요금 50% 이상 할인, 전용번호판 도입,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한시적 운행 허용 등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의 최대 장점은 연료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다. 한국전력은 전기자동차 충전용으로 따로 요금체계를 마련해 개인용 충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요금 부담을 낮췄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많아도 킬로와트시(kWh)당 232원, 적으면 57원밖에 안 된다. 누진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급속충전기를 이용할 경우에도 사용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313.1원으로 낮게 책정했다. 1kWh면 평균 7km를 주행할 수 있다. 완속충전기와 급속충전기를 함께 이용할 경우의 평균 비용은 휘발유차의 33%, 경유차의 47% 수준에 불과하다.
지자체들도 전기차를 신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정부가 국내 전기차산업의 메카로 육성하려고 하는 제주도는 전기차 보급 대수를 2017년까지 2만9000대로 늘리고, 2020년에는 13만5000대, 2030년에는 37만7000대까지 늘려 제주도 내 자동차를 100% 전기차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전라남도는 영광 대마산단에 전기자동차 연구와 시험을 위한 ‘e-모빌리티 지원센터’ 등 친환경 소형자동차 클러스트를 구축하고 있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의 에너지밸리에는 SK텔레콤과 한국전력이 함께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협력센터가 들어선다. 여기엔 5년 내에 5000억 원이 투자된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