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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유연근무제는 ‘신의 선물’

[공무원 근무혁신 수기 공모전] ④ 장려상: 정우성 장흥교도소 교위

2016.10.24 정우성 장흥교도소 교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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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 계획 초과근무제, 업무프로세스 개선 등 공직사회에 근무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로 인해 공무원의 삶에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 재충전 휴가 이후 업무생산성 향상, 삶의 만족도 개선 등 조직과 개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인사혁신처가 이러한 사례들을 수기 공모전을 통해 소개한다.(편집자 주)

저의 2014년은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은, 아주 끔직한 경험을 한 해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마지막 종착지가 천국이기에 저의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2006년 우연히 착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키 작고 지극히 평범한 나에게 믿기지 않겠지만 기적처럼 그 여인과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달콤한 신혼 생활과 천사같은 아내의 내조로 나날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좀처럼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처음 몇 해는 그럴 수도 있지 했습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주위의 시선과 부담감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좋다는 약 뿐만 아니라 도움이 된다는 민간요법까지 모조리 따라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내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식보다는 아내를 걱정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줄여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아내 대신 임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자로써, 남편으로써 임신에 크게 기여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작지만 정신적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좀 더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야근이 잦은 교대 근무 특성상 아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 미안함이 마음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나 봅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교대근무에서 사무부서로 보직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급여는 조금 줄었지만 규칙적인 출퇴근과 주말에는 아내와 여행도 다닐 수 있었고, 저녁에는 오붓하게 차도 마시며 많은 얘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가 서로를 더 이해하고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 6년 만에 힘들게 첫 딸 얻어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자 임신이 되었고 6년 만에 소중하고 천사같은 첫 딸을 낳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둘째 딸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완벽한 삶 자체였습니다. 물론 직장에서도 나름 만족할 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

부서를 옮기고 2013년에는 4년 주기로 치러지는 가장 중요한 행사를 맞게 되었습니다. 교정본부장님께서 교정위원님들을 모시고 위원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미래의 교정행정 발전에 대해 논의하는 행사인데, 사무직 경력도 없는 제가 큰 중책을 맞게 된 것입니다.

재정상, 인력상, 그리고 경험미숙으로 여기저기 정신없이 부탁하고 또 부탁해 어려운 난관을 헤치고 무사히 행사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때 나름 직장동료로부터 인정받게 되었고 교정위원님들의 격려와 치사에 보람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하루하루가 천국을 걷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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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습니다. 내 눈에만 비춰지는 빛 좋은 허울일 뿐, 그 뒤에 가려진 어둠의 그림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나의 진보 뒤에 아내는 임신, 출산, 육아와 집안일 등 인생의 끝자락에 매달려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던 것입니다.

2013년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도 채 두 돌이 되지 않은 첫애를 돌보며 힘든 내색하지 않았던 아내였습니다. 2014년 더 이상 힘들고 지쳐 못하겠다고 울먹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내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직장은 원거리로 왕복 160Km이고 출퇴근 시간만 3시간인데다 10년을 교대근무만 하다 사무부서로 옮기다보니 업무가 낯설어 적응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교대 근무하는 사람들이 사무직에 오면 “업무능력이 뒤처져 손발이 맞지 않더라.” 라는 소리라도 들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직장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었고 퇴근해 집에 오면 녹초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루라도 저녁약속이 있어 늦게 잠든 날이면 다음날 출근길에 졸음운전 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빨리 씻고 빨리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안타깝게도 집안일이나 육아에 보탬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내를 위한 별다른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핑계만 늘어놓았고 그렇게 합리적인 대안없이 시간을 보내버렸습니다. 

연이은 출산에 육아·집안일 홀로 버거워하던 아내, 결국 폭발!
 
그러자 명절을 앞두고 그렇게 착한 아내가 폭발해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흔히 명절을 앞둔 며느리들만 걸린다는 명절증후군이겠거니 생각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구절을 생각하며 아내의 성화를 귀담아듣지 않고 흘려보냈습니다. 또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입니다. 아마 저는 그때부터 지옥문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명절을 보내고 아내가 과로로 입원해 버렸습니다. 순간 정수리에 번개를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내 모든 삶이 돌 맞은 유리창처럼 산산이 부서져버렸고 텅 빈 공간에는 찬바람만이 시리게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천사같은 두 딸은 악마처럼 나를 붙잡고 엄마만을 찾았고 피곤에 지친 몸은 직장에서조차 위로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에다 매번 하는 일상적인 업무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생지옥 같은 생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과장님께 육아휴직을 상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주택담보대출만으로도 버거운데 외벌이인 상태에서 육아휴직은 합리적인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현실 도피적인 방안일 뿐이었습니다.

과장님께서는 저의 이런 사정을 다 듣고,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문뜩 유연근무제를 추천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썩 마음에 와 닫지 않았습니다. 직원교육시간에 내용은 대충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주위동료들도 통상적인 업무시간과 카풀 등 여러 사정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장님께서는 휴직은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당분간 가정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시고 다시 한 번 유연근무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과장님의 지속된 권유로 시험 삼아 1시간 시차출퇴근제 유연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는데 겪어보니 그렇게 큰 부담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상쾌한 아침 공기가 기분 좋은 출근길을 만들어 주었고 교통체증도 덜해 여유로운 기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매주 화, 목요일을 1시간 조기출퇴근으로 본격적인 유연근무제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변화가 기적 같은 삶의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샌드위치처럼 빽빽이 정체된 복잡한 출퇴근길이 1시간 빠른 출퇴근으로 가뿐히 지나가게 되었고 왕복 3시간 이상 걸리던 출퇴근길이 2시간이 채 안되게 줄어든 것입니다.

시험 삼아 1시간 시차출퇴근제 유연근무 해보니…

게다가 1시간 빠른 퇴근으로 일찍 집에 들어가니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약 2시간정도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중한 2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기 위해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하루 종일 육아와 집안일에 지친 아내를 위해 빨래개기를 시작으로 청소, 아이들 목욕, 설거지, 등 집안일 하는데 약 1시간 정도를 쓰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등 아이들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했습니다. 당시를 생각하면 아기 기저귀와 손수건은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요? 아기 돌보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하늘같은 큰 은혜를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도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1시간 조기 출근은 나에게 새로운 근무환경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먼저 조용한 사무실에서 그날 해야 할 일을 타임 테이블 형식으로 정리해 미리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했습니다. 짧은 1시간에 하루의 예상된 일을 예측하고 대비하다보니, 얼마나 낭비된 시간들이 많았나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아침이면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는 직원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며 낭비하는 시간도 줄었고 습관적인 커피 타임에 빼앗겼던 시간도 없어졌습니다. 나름 조용한 사무실은 나에게 시간대비 집중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이 되어 주었습니다.

정체 피해 출퇴근 시간 줄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늘어나  

그렇게 1달을 하고 나니 매번 시간에 쫓겨 처리하던 업무가 술술 풀리고 점차 업무에 자신감이 생겨 시차출퇴근을 주 3회로 늘렸으며, 나중에는 아이가 아프거나 아내가 힘들 때면 2시간 시차 출퇴근까지 무리없이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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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의 성공이 가족의 기쁨이라고 여기고 나의 영달만을 위해 달려온 것이 아내에게는 나쁜 남편이 되었고 아이들에게는 바쁜 아빠가 되었으며 그로 인해 가정이 흔들리게 되는 것을 몰랐습니다. 또한 직장에서도 조차 항상 피곤해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변질돼 동료에게 눈치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옛말에 가화만사성이라는 말도 있고,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도 있습니다. 모두 가정의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쳐버렸기 때문에 가정과 일을 다 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던 유연근무제가 저를 지옥의 문턱에서 천국의 계단으로 한 칸 한 칸 올라 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입니다. 1시간 시차출퇴근이지만 효과는 2시간 이상의 시테크를 가져왔고 업무효율도 가성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1시간은 아내를 위해 활용함으로써 자상하고 좋은 남편이 되었고, 1시간은 아이들과 함께 함으로써 좋은 아빠가 되었고, 직장에서는 1시간 빨리 퇴근하는 능력남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초혼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출산도 육아도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대가족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삼촌, 사촌동생 등 너나 할 것 없이 육아에 총 동원돼 시간되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교대로 돌봄으로써 육아를 분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 할 수 있도록 시간적 보장을 받을 수 있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안심하고 맞길 수 있어 심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었습니다.

업무효율 가성비 높이는 결과…좋은 아빠이자 능력남으로 거듭나

하지만 현재에 육아는 오로지 아내와 남편뿐인 것 같습니다. 어디에도 믿고 맞길 수 있는 곳이 없고,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게다가 처음 겪어보는 육아라는 인생길에서는 더욱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도 클 것이고, 슈퍼맨, 슈퍼우먼이 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령화 저출산이라는 시대적 난제가 있습니다. 머지않아 인구절벽에 부딪쳐 더 큰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젊다고 하기에는 육아에 힘이 부치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직장인에게 유연근무제는 정말 신이주신 선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쩌면 여성분들에게 유연근무제가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갈수록 환경오염과 환경호르몬 등이 가임여성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지나친 다이어트와 운동량 부족 또한 여성들의 체력을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이 잦은 유산과 불임을 야기하고 육아와 출산의 고령화를 가중시키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저 또한 37세에 첫 아이를 얻어 아이의 소중함과 부모님의 넓은 은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육아의 한 고비를 유연근무제로 극복했습니다. 2016년 사무보직기간 종료로 보직 변경돼 현재 교대 근무자로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유연근무제를 할 수 있는 부서로 옮겨 더 알뜰한 시테크로 가족과 자기개발을 위해 활용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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