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이 가장 열광하는 겨울 스포츠는 단연 아이스하키다.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열기는 축구 월드컵 못지않다. 저돌적인 몸싸움에 열광하고, 경기 막바지 초를 다투며 골을 넣는 역동성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하키 팬이 된다. 한국 팀은 2014년 8월 NHL 선수 출신 백지선 감독을 영입한 후 실력이 급상승 중이다.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백지선 감독. |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민들을 아이스하키 열기에 빠지게 만들 한국 하키 대표팀의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2월 11일 고양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아이스링크)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KB금융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2017’ 3차전에서 한국 선수들의 투혼이 빛났다. 결과는 3-0. 완벽한 승리였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 대표팀은 한국을 상대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만큼 한국 팀 기량이 뒤져 있었다.
현재 한국 아이스하키는 NHL 선수 시절 두 차례 우승컵을 품에 안았던 백지선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급성장 중이다. 백 감독은 “평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을 자랑스럽게 하자”는 결의에 차 있다. 간결하고 뚜렷하게 ‘승리’를 말하는 것이 축구의 히딩크 감독을 닮았다.
평창동계올림픽 목표는?
금메달!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감독의 목표다. 지기 위해 대회에 나가는 사람이 어디 있나? ‘객관적인 전력’, ‘이 팀을 이기지는 못한다’라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한국 팀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는?
처음에는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승낙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지만, 한 번도 내가 한국 사람이란 걸 잊은 적이 없다. 선수 시절에도 한국에 많이 왔었고, 한국 아이스하키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공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조국의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끈다는 것은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특히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협회의 지원으로 지난여름부터 우리 가족 모두가 한국으로 이주해 같이 살고 있다.
현재 한국 팀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나는 대표팀 감독이다.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 “이런 팀은 어려워요”, “이런 팀한테는 이길 수 없어요” 같은 말은 듣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 내일보다 나은 모레를 추구한다.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모든 팀을 이겨야 한다. 내가 단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선수들이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노력하고,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NHL 경험이 감독직 수행에 도움이 되나?
선수 생활을 하면서 NHL 최고 선수들과 함께 뛰었을 뿐 아니라 최고의 지도자들도 만났다. 스캇 보우먼(NHL 통산 최다승 감독), 마이크 뱁콕(2010·2014 캐나다 대표팀 올림픽 금메달, 2016 월드컵 우승) 같은 최고 지도자들이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고, 어떻게 선수들을 조련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치르는지 지켜봤다. 최고의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파악해 선수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Getting better everyday(매일 발전하라).” 매 순간 발전해야 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에 미칠 영향은?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의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는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칠 것이고,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아이스하키’라는 멋진 스포츠가 한국에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이스하키의 매력과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의 노력을 알게 될 것이다. 올림픽이 아이스하키를 사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 중인 선수들을 격려해달라.
대한민국 대표라는 것을 잊지 말자.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 우리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가는 여러분은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열심히 해서 국민들을 자랑스럽게 하자.
백지선 감독은 한국 아이스하키 성장의 디딤돌이 되겠다는 결의로 넘쳤다. 아이스하키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 아이스하키의 인기도 높아져야 한다. 백 감독은 “한국은 스포츠 강국이다. 사람들이 아이스하키에 대해 잘 몰라서 인기가 없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스하키의 인기가 높아지고 많은 어린이들이 아이스하키를 하게 된다면 세계 최고 선수들도 배출될 것이고, 충분히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의 화끈한 승리가 한국 아이스하키 붐을 이끌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백 감독은 1991~1992년 피츠버그 펭귄스 소속으로 NHL 스탠리컵플레이오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마리오 르뮤, 야로미르 야거, 폴 카피, 론 프랜시스 같은 NHL의 전설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1991년 스탠리컵 파이널 6차전에서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 선수로 꼽히는 마리오 르뮤의 패스를 받아 골로 연결시킨 장면은 전 세계 아이스하키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