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은 대학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청년층이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했다. 영국은 ‘테크시티’를 필두로 정부 주도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유럽 주요국에서도 정부 차원의 다양한 스타트업 정책을 펼치면서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있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창업 생태계 조성
미국은 19세기 후반부터 기업가적 대학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대학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청년층이 창업을 시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1930년대 이후 스탠퍼드대학교 출신이 설립한 기업은 3만 9900여 개로 이들이 창출한 일자리는 540만 개에 이르고, 연간 매출액은 세계 경제규모 5위인 프랑스와 비슷한 2조 7000억 달러(약 3000조 원) 수준이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창업을 활성화한 결과, 청년 실업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미국 대학의 창업교육은 1945년 하버드대학의 마일스 메이스(Myles Mace) 교수가 처음으로 창업과정을 도입한 이래 1958년 MIT에서 창업 과목을 개설하고,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경영대학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이 이루어졌다. 학부 전공은 뱁슨대학교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이후 베일러대학교, 캘거리대학교, 위치토주립대학교 등에서 이루어졌다. 석사 수준의 전공은 1972년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처음 시작됐다.
미국 경제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지역 혁신 클러스터의 형성과 지속적인 발전은 이런 교육을 통해 양성된 청년들의 끊임없는 혁신에 대한 열정과 도전, 창업정신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탠퍼드, MIT 등 연구 중심 대학을 필두로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양 수준의 창업교육이 아니라 실질적인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비해서 운영한 결과다. 오늘날 실리콘밸리가 벤처창업의 메카처럼 여겨지는 것은 스탠퍼드대학교의 독특한 창업교육 프로그램과 제도, 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벤처창업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전경.(사진=셔터스톡) |
미국 대학의 창업교육은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면허와 대부금 지원, 마케팅 활동을 하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인력 수급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으로 창업과 연결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실무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 교수의 대다수는 실제 산업현장에서 창업 및 기업 경영, 관련 경험이 풍부한 인사로 구성돼 있다.
교육 내용은 창업으로 인한 수익 창출보다 기업가 정신 및 사회적 책임을 상대적으로 강조한다. 대학 중심의 창업이 활성화돼 있으나, 창업교육의 목표를 단지 단기적인 창업 성과로 측정하지 않고 학생의 역량 배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 이외에도 기업가정신 교육네트워크, JA(Junior Achievement)와 같은 유관기관들이 정규 교과목, 방과 후 프로그램, 특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업가정신, 창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청소년들은 전국 청소년 기업가정신 경진대회 등에 참가해 창업자금을 확보하거나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대학 입학 전부터 관련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목표로 스타트업 허브 부상
스웨덴은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민 100만 명당 기준, 다수의 스타트업을 배출한 스타트업 허브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스웨덴에서는 아이디어 기술창업의 핵심기반이라 할 수 있는 VC(Venture Capital) 투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모바일, 헬스케어 등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벤처캐피털)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인구 998만 명의 스웨덴이 스타트업 허브로 급부상한 것은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북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는 하나, 다른 나라에 비해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다. 에릭슨(Ericsson), 볼보(Volvo), 사브(Saab), 에이치앤엠(H&M), 일렉트로룩스(Electrolux), 아틀라스콥코(Atlas Copco), 이케아(IKEA) 등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 브랜드가 다수다. 스웨덴에서는 스타트업들의 인큐베이터 입소 심사 요건에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항목이 들어 있을 정도로 초기부터 글로벌화 가능성이 높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회 안정망도 잘 갖추고 있다.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개인파산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다.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스웨덴이 가진 특징이다.
‘테크시티’ 필두로 정부가 안정적 주도
영국이 창업 생태계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는 성공적인 테크시티의 운영이 있다. 2010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전략적인 정책에 의해 탄생한 테크시티는 구글, 애플, IBM 등 큰 기업들이 입주, 투자하면서 창업도시로 변모하게 됐다. 현재 테크시티에는 총 1472개의 기업이 들어와 있다.
테크시티의 혁신 뒤에는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런던의 핵심 산업인 금융이 휘청거리자 정부가 국가적 신산업으로 미디어와 테크놀로지를 지목하고 세제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다. 창업 진입 문턱을 낮춰서 법인등기 절차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온라인으로 모든 절차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컴퍼니 하우스’에 접속해 회사명, 주소, 자본금, 주주 등 기본정보만 입력한 뒤 수수료를 내면 하루나 이틀 만에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칠 수 있다. 창업자가 회사 주식을 매각할 때 세금을 10% 이하로 규정해 일반 사업자보다 혜택을 주고,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 등에 투자하는 엔젤 투자자에게는 세금을 감면해준다.
폐업도 자유롭다.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면 근로자를 정리해고할 수 있는 ‘리던던시(redundancy)’ 규정이 있다. 회사가 부도나더라도 경영자는 자본금에 한해서만 책임을 지면 된다. 이는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재창업에 도전할 길을 터주기 위한 것으로, 런던에서 성공하고 실패하고, 다시 성공에 도전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요즈마 펀드’로 벤처자금 조성
이스라엘 정부는 불리한 대내외 환경을 극복하고 과학기술 중심의 기업을 적극 육성했다. 기술기반 창업, 적합한 기업환경을 통해 건실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한 결과 기업의 기술 흡수, 해외 직접 투자, 기술 이전 부문에서 세계 최상위급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관련 스타트업 육성을 책임지는 곳은 산업자원노동부 산하 수석과학관실이다. 연간 3000만 달러를 기술 개발과 제품 상용화에 지원하는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창업에 필요한 기술·재정·행정 지원을 펴는 ‘트누파 프로그램’, 본격적인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인 ‘헤즈넥 프로그램’ 등을 효과적으로 진행한다.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펀드는 1993년 1억 달러 규모의 국영 펀드로 출발했는데 2004년 민간투자 펀드로 전환했다.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 벤처캐피탈 투자시장을 선도하며 민간투자까지 이끌어내 스타트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고, 요즈마 펀드에 의한 벤처자금 조성액은 2008년에 이미 60억 달러를 넘어섰다.
벤처캐피탈 시장의 확대로 수혜를 입은 업종은 생명과학 분야가 가장 많다. 스타트업이 바이오, 의약 등 생명과학과 ICT 분야의 기술 부문에 집중되면서 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다. 이스라엘은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의 주요국과 ‘양자 간 펀드’를 조성하고 대외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자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