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최저임금이 작년 대비 16.4% 인상됐다. 1월부터 인상된 시급 7530원을 받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대가 특히 크다. “가끔 가족과 외식하며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다”, “정규직으로 해고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1월 16일 인천 부평구 부평우체국에서 만난 환경미화 노동자 이덕순(60) 씨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2만 6000㎡ 공간의 우체국 청소는 현재 열한 명의 미화 노동자들의 몫이다. 요즘 여성 미화 노동자를 부르는 호칭으로 ‘미화 여사’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청소 노동자를 존중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밝은 표정의 이덕순 씨는 지난 5년 동안 부평우체국에서 일해오고 있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구석구석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이 씨는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소개해주며 “배송 박스에서 나오는 먼지가 엄청나 하루라도 청소를 하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면서 작업 마무리에 열중했다.
이 씨에게 올해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제는 자식들과 외식 한번 제대로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작년에는 130만 원이 좀 안 됐다”며 “외식 한 번 하기도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자신보다 다음 세대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했다. “젊은이들이 제대로 살려면 최저임금은 지금보다도 더 올라야 해요. 저도 자식이 있는데 결혼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 아이 낳고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 부모로서 참 가슴 아파요.”
지금과 같은 저임금으로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 씨는 “최저임금 인상은 없는 사람들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이라며 “요즘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데, 임금이 오른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난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조금이라도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가족끼리 외식이라도 꿈꾸며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정부가 일하기 좋은 환경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또 “청소 업무의 경우 몸이 아플 때가 많은데 휴직을 하려 해도 무급이라 쉴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세세한 부분까지 정부가 미화 여사들의 어려움을 듣고 조금씩이라도 처우를 향상시켜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21년 동안 경비 업무에 종사한 박태화(60) 씨의 일터는 인천 중구 인천공항 국제화물터미널이다. 지난 1월 16일 국제화물터미널에서 만난 박 씨는 여느 경비 노동자처럼 정문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경비 업무의 경우 노동 강도가 낮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한 시간 동안 옆에서 지켜보니 수행하는 업무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았다. 방문자들의 각종 안내 요청에 일일이 응답하고, 주차요금 정산에 필요한 도장도 찍어줘야 했다. 특히 직원에게 배달된 택배 화물을 분류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안전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그 역시 경비 직원의 몫이다.
박 씨는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면 급여가 오를 일이 거의 없다”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또 “과거 공공기관은 경비 인력을 직접 고용했지만 지금은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며 “직접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임금으로는 아이들 대학 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어요. 대학 교육은 못 시키더라도 임금 인상이 되면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여 문화생활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서도 박 씨는 “16.4%가 한번에 오르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은 꼭 필요하지만 단계적으로 인상돼도 좋을 것”이라고 속도 조절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박 씨는 “경비 업무의 경우 전자경비 시스템이 도입되면 인력을 축소할 것이 걱정된다”며 “은행, 공장, 아파트 등 다양한 곳에 경비원들이 있는데, 이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했다. 화재와 같은 여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유인 경비 업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