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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그렇게 조직의 문화가 변했다

[‘가족친화인증제’ 지난 10년, 앞으로 100년] ③ 우수사례(한국국토정보공사)

의무 설치 아니지만 직원 배려 ‘직장어린이집’ 운영…유연근무 활성화로 일·가정 양립

2018.11.23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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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 직장문화조성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제’가 시행 10년을 맞았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직장문화는 가정의 행복과 함께 사회적 성장 잠재력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랬을까? 시행 10년차를 맞은 ‘가족친화인증제’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앞으로의 10년, 혹은 100년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본다.(편집자 주)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하잖아요? 사소한 제도와 행동들이 모여 조직문화를 바꾸고 조직의 분위기를 변화시켰습니다.” 김지은 한국국토정보공사 경영성과관리처 과장의 비유처럼 남성 중심의 다소 보수적이었던 이 공공기관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 구 대한지적공사)는 대국민 대상으로 지적사업과 공간정보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 특성과 지적측량 등 현장 위주의 업무가 주를 이루다 보니 남성중심 조직문화가 깊게 자리잡힐 수 밖에 없었다.

그랬던 한국국토정보공사가 변했다. 그 변화는 가족친화제도에서 가장 크게 실감할 수 있다. “직원이 행복해야 조직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도 많고, 직원이 행복하지 않으면 국민에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점차 기관 내부에 공유됐습니다.”

조철규 인사처 과장은 “삶의 패턴, 지향점, 가치관 등이 과거와는 달라지며 직원들의 ‘가족들과 함께 하는 삶’,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제도들을 적극 고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족친화제도의 추진을 위해 움직이는 공사 내 각 부처의 담당자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조철규 인사처 과장, 김지은 과장, 원보영 수석팀장, 오윤수 노사협력처 차장.
가족친화제도의 추진을 위해 움직이는 공사 내 각 부처의 담당자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조철규 인사처 과장, 김지은 과장, 원보영 수석팀장, 오윤수 노사협력처 차장.

이에 따라 일단 유연근무가 활성화 됐다. 2011년 도입한 유연근무제는 2013년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본사가 서울 여의도에서 전주의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뒤 사용자가 더 늘었다. 활성화를 위해 직원 수가 많은 지역지사를 중심으로 시범운영도 진행했다. 또 매년 유연근무와 관련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 직원들의 요청이 많았던 신청 간소화를 위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지난 2017년에는 기획재정부가 추진한 ‘가족과 함께하는 날’ 시범운영 기관으로 전북지역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 기관의 구성원 대다수가 참여하는 집단 유연근무제를 통한 조기퇴근으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는 것이 제도의 취지. 올해 들어서만 현재까지 본사와 지역지사를 포함, 4000여명의 직원이 각자의 방식으로 유연근무를 활용 중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가족친화제도는 전북혁신도시로 옮긴 2013년을 기점으로 더욱 활발히 추진됐다. 본사가 새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사옥 1층에는 공사 마스코트인 거북이 캐릭터의 이름을 딴 ‘랜디 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상시 노동자가 500인 이상인 사업장에는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의무지만 본사 기준 300여명이 근무하는 공사는 의무 사항이 아니었음에도 가족친화경영을 구현하기 위해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자랑인 ‘랜디 어린이집’에서 직원 자녀들이 보육교사의 돌봄을 받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자랑인 ‘랜디 어린이집’에서 직원 자녀들이 보육교사의 돌봄을 받고 있다.

“아침에 여섯살 딸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출근합니다. 아내도 아이도 좋아해요. 삶의 만족도요? 본사가 전주로 이전하고 행복함이 두배 더 커졌습니다” 손명호 홍보처 과장은 집과 회사가 가까워져 출퇴근 시간이 짧아지고 직장 안에 어린이집이 생겨서 틈틈이 딸의 얼굴도 볼 수 있다며 웃는다. “물론, 집안 일도 제가 더 많이 하게 됐습니다. 하하하”

그런가 하면 이경희 고객지원처 차장은 둘째 아이를 직장어린이집에 맡기면서 그러지 못했던 첫째 아이와 비교가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 대한 둘째 아이의 만족도가 높아요. 출근 준비하는 저를 재촉해서 빨리 회사가자고 하는데 아마 아이의 애사심이 저보다 더 높을걸요?” 제도가 있어도 여건이 안되면 사용할 수 없을텐데 여건이 돼 활용할 수 있으니 고맙고 감사하다는 이 차장이다.  

이 차장은 “아이를 키워보니 특히나 아이 때문에 힘든 시기가 있는데 그때 도움을 적절히 받을 수 있다면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손명호 홍보처 과장(위)과 이경희 고객지원처 차장.
손명호 홍보처 과장(위)과 이경희 고객지원처 차장.

올해부터는 자녀돌봄휴가도 신설됐다. 원보영 수석팀장은 “아이 상담하러 갈 때면 늘 연차를 써야 했는데 올해부터는 편하게 아이들 상담일정 맞춰 빠지지 않고 갈 수 있다”며 “제도가 생기니까 활용을 해서 졸업식에 한 번도 못 가본 아빠들이 졸업식도 가더라”는 얘기를 전했다. 

비단 가족친화제도뿐이랴. 이와는 별도로 여성 채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여성채용목표제를 도입, 점진적으로 여성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또 여성승진 할당제를 통해 시험·심사승진에도 일정 부분 여성의 비율을 두는 등의 제도를 계속 확대하는 중이다. 지역에 여성본부장이 최초로 배출된 것도 이러한 제도들을 그동안 잘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2014년에는 공공기관 최초로 스펙을 초월한 ‘직무능력 중심의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기도 했다.

랜디어린이집에서 열린 운동회. 참여 직원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랜디어린이집에서 열린 운동회. 참여 직원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2012년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 신규기관 선정으로 이어졌다. 공사는 첫 인증 이후 현재까지 7년째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가족친화인증은 일정 주기마다 갱신을 받으며 인증을 유지할 수 있다.) 또 2015년에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남녀고용평등 우수기관에 뽑혔다. 2016년에는 GPTW가 발표한 한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공공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사의 변화에 대해 김지은 경영성과관리처 과장은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비유를 들었다. “그러한 문화가 어느날 갑자기 온 게 아니라,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 거 같아요.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된 거죠. 어느 순간, 무언가에 의해서 확 달라진게 아니고요.”

박종화 경영성과관리처장.
박종화 경영성과관리처장.

공사가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첫 해, 다양한 제도를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박종화 경영성과관리처장은 “제가 입사했던 90년대 초반과 지금의 공사 조직문화와 분위기는 격새지감을 느낄 만큼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대흐름을 따라 정부 정책도 변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안착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의 좋은 정책과 사회적 흐름이 뒷받침돼야 공공기관이 이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이 솔선수범해야 민간에서 보고 같이 가지 않겠느냐”며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보편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 당연하게 보이지만 당연하지 않지요. 쉬워 보이지만 쉽지도 않습니다. 이를 누리면서 행복하게 일하는 것! 모두의 바람 아닐까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는 그의 얘기에서 앞으로 가족친화제도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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