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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찌든 영웅?…청년 작가들 상상력 통통 튀네~

청년 작가들의 미술축제 ‘2012 아시아프’ 문화역서울284에서

2012.08.17 정책기자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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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상을 구하는 영웅 스파이더맨.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쏜살 같이 나타나 악당을 물리치고,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최첨단 비행기를 몰고 다니며, 지구를 구하는 희망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그런 슈퍼히어로의 얼굴이 낯설어 보인다. 날렵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살찌고 늙어버린 모습이 슬리퍼 찍찍 끌고 담배 하나 사러 나온 영락없는 10년차 백수인 동네 아저씨다. 젊은 미술인들의 축제인 ‘아시아프’에 가면 현실에 찌든 영웅을 만날 수 있다.

젊은 미술인들의 축제인 ‘2012 아시아프(ASYAAF·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가 지난 1일 개막됐다. 올해로 다섯 번째인 아시아프는 2008년 시작돼 대표적인 청년미술축제로 자리잡았다.

현실에 찌든 영웅 <스파이더맨>
현실에 찌든 영웅 ‘스파이더맨’.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젊은 미술인들의 축제 ‘2012 아시아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인 아시아프에는 서양화·한국화·판화·사진·입체·미디어아트의 6개 분야의 공모에 참여해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국내 및 아시아 각국의 대학생, 대학원생 또는 만 30세 이하(1981년 이후출생)의 청년작가만이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제1회 아시아프 탄생지인 ‘문화역 서울 284(옛 서울역)’를 말끔히 재정비한 공간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옛 서울역은 붉은색 벽돌과 돔 형태의 지붕이 인상적인 르네상스식 건물이다. 사적 284호의 국가지정 문화재로,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의 애환을 간직한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1925년 경인역으로 지어져 2004년 KTX 신역사가 개통되기 전까지 기차역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다한 뒤, 원형을 복원해 2012년 4월, 상설전시관, 다목적 전시실, 공연장 등으로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옛 서울역을 재정비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옛 서울역을 정비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문화역 서울 284’

기자가 찾은 지난 14일은 1부(8월1~12일)순서가 끝나고 2부(8월 14~26일) 전시가 개막된 첫 날이었다. 개장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전시장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울 만큼 작품의 수도 많았다. 학생들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라지만 공모를 통해 엄선된 작품이라 그런지 다채롭고 수준 높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편안히 작품을 관람하러 온 주부들도 눈에 띄었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사진기에 담고 작가 이름을 메모하며 적극적으로 감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수의 작품을 소화하기 위해 대합실, 역장실뿐 아니라 플랫폼과 역사 사이 복도 공간에도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천장이 높다란 1층 중앙홀에서는 입체와 설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출품된 작품뿐 아니라 돔 형태의 천장과 건물을 떠받치는 커다란 돌기둥,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나무문과 계단 난간도 작품 못지않은 훌륭한 구경거리이다.

다채로운 작품 못지 않게 전시공간 또한 훌륭한 구경거리이다.
다채로운 작품 못지 않게 전시공간 또한 훌륭한 구경거리이다.

정미라 작가의 ‘나까삐리삐리뜨 3’이란 작품을 보자마자 선뜻 구매확인서를 작성하는 김범기(자영업·42세), 정효영 씨 부부는 아시아프 마니아다. 첫 회부터 해마다 빼놓지 않고 찾은 아시아프 전시에서 구입한 작품만도 세 점 이나 된다고 했다.

“작품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습니다. 훗날을 위해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희 집 거실에 걸어놓고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작품을 고를 때도 저희 부부가 좋아하는 취향의 작품으로 골랐어요. 게다가 작가가 되려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준다는 의도 자체도 마음에 듭니다.”

김현희 작가의 ‘소리-파도’란 작품을 유심히 감상하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던 중년부인 홍명진 씨는 해마다 짬을 내서 아시아프 전시장은 꼭 찾는다고 했다.

“평소 그림을 좋아하는데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구입하고 싶어서 딸과 함께 들렀어요.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좋아요. 사고 싶은 작품 두 점 정도 이미 점찍어 두었어요.”
 
매년 찾은 아시아프를 통해 지금껏 세 점의 작품을 구입했다는 미술 애호가 김범기,정효영 씨 부부
매년 찾은 아시아프를 통해 지금껏 세 점의 작품을 구입했다는 미술 애호가 김범기,정효영 씨 부부

딸 민현정 씨는 전시장에 들르기 전 구입하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 미리 정보를 얻고 싶었지만 충분한 사전 정보가 미흡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해 궁금하다면 전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작가의 방’이란 곳에 들르면 된다. 작가들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비롯한 도록, 작가 노트 등의 각종 자료들이 비치돼 있다.

관람객들은 홍보물을 살펴보며 관심 있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 좀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말 프로그램인 ‘아티스트 스토리 타임’이란 이름의 참여 작가 작품 설명회를 통해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며, 미술평론가, 유명 미술관의 전시팀장을 비롯한 미술관련 전문가들의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작가의 방’에 마련된 도록, 포트폴리오, 작가노트를 통해 작가와 작품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개장 시간이 조금 지났을 뿐이지만 완성도가 높아 보이는 작품들 밑에는 ‘구매확정’을 의미하는 동그란 빨간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개막하는 첫 날 판매율이 가장 높아요. 평소 그림을 사고 싶어 하셨던 분들이 아침 일찍 오셔서 좋은 작품들을 선점하십니다.”

이태림(이화여대 동양학과·22세)씨는 아시아프 전시장 내에서 작품 설명과 판매를 돕는 자원봉사인 SAM(student art manager) 활동을 하고 있다.

“실은 제 작품도 공모하고 도슨트와 아트 딜러 활동을 하는 SAM에도 지원했었어요. 그런데 공모에선 떨어지고 SAM 활동만 하게 되었네요.(웃음) 지금 3학년인데 전업 작가가 될지, 다른 길을 찾을지,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에서 도슨트와 작품 판매 중개를 하는 이번 경험이 제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전시장에서 도슨트와 작품 판매중개 활동을 하는 대학생 이태림 씨
전시장에서 도슨트와 작품 판매 중개 활동을 하는 대학생 이태림 씨

대학졸업 후 작품 활동 중이라는 김희정(24세)씨의 출품작 ‘식당 혹은 카페에서’, ‘시끄러워’는 개장 시작 10분 만에 팔려 나갔다. “제 작품이 팔려나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저 전시가 되는 것만으로도 좋았거든요. 그런데 누군가 제가 노력한 흔적에 관심을 가져준다고 생각하니 더 많은 작업을 해나갈 용기가 생기네요.”

“아시아프는 학생들 및 신진작가들에게 자신과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작품의 매매율도 높고 작가에게 작품비의 100%가 지급되는 것도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꼭 작품의 매매만이 중요하다거나 그것만을 쫓는 것은 아니지만, 매매가 되면 다음 작업에 대해 금전적으로나 심적으로 큰 힘이 됩니다.”

1층 중앙홀에 설치돼 사람들의 눈길의 끌던, 살찌고 늙어 퇴폐적인 아저씨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스파이더맨’이란 작품의 작가 박우성(30세) 씨는 더 많은 대중들과 호흡하기 위해서는 ‘문화역 서울 284’처럼 대중들이 접근하기 편리한 장소에서 전시가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아프에 가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아시아프에 가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아시아프 최인아 팀장의 말에 의하면, 1부에선 919점의 작품 중 258점이 판매됐다고 한다. 작품을 구입한 고객들 대부분이 개인적으로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이었을 만큼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부에선 실력을 더 갈고 닦아야 하는 학생 시기에 판매의 유혹에 빠져 상업적이 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긴 하지만, 엄선된 작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대로 아시아프는 대중들과 젊은 작가들이 만나는 소통의 장이 되고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전시는 문화역 서울 284(구 서울역)에서 8월 26일(일)까지 이어진다.

정책기자 이정훈(자유기고가) hunlee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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