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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의 그날, 8월 29일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8월 29일 경술국치일 맞아 돌아본 아픈 기억의 흔적

2019.08.29 정책기자 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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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역사책을 자주 접하며 나름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뉴스를 시청하다 알게 된 '경술국치일'을 계기로 아직까지 스스로의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뉴스 영상 속 시민들은 혹시 경술국치일이 언제인지 알고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광복절이 8월 15일이란 점은 다들 잘 알고 있지만, 나라를 빼앗긴 날이 언제인지는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달력에서 경술국치일을 기록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지난 2005년에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국회 결의안이 제출된 적이 있으나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여전히 국민들의 기억에서 경술국치일의 날짜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치욕스럽고 비통한 날인 것은 맞지만 이 또한 우리 역사의 일부이기에 적어도 잊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이 같은 마음으로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의 흔적을 직접 찾아보고 이를 기억해보고자 했다. 

조선 통감이 살던 관저의 옛 터(현 서울 남산 자락)
조선 통감이 살던 관저의 옛 터.(현 서울 남산 자락)

1910년 5월,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3대 통감으로 임명되며 한국의 식민지화가 본격 단행됐다. 같은 해 8월 16일에 데라우치 통감은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에게 한일병합조약안을 주고 수락할 것을 독촉, 8월 22일에 이 조약이 조인되며 암흑의 역사는 시작됐다.

조약 체결 뒤 민중들의 반발이 우려돼 발표는 잠시 미뤄졌다. 각종 정치단체의 집회를 금지하고 원로대신들을 가둔 후 8월 29일 순종에게 이 한일병합조약을 공포케 했다. 이날 이후로 대한제국의 국권은 완전히 상실됐다.

이 치욕스러운 조약은 현 서울 남산자락에 위치해 있었던 통감관저에서 이뤄졌다. 일제가 한국을 병탄할 목적으로 1906년 을사늑약에 따라 설치된 곳이다. 우리 민족에게는 뼈아픈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통감관저 옛 터임을 알리는 표지석
통감관저 옛 터임을 알리는 표지석.

지금은 건물이 철거돼 남아있지 않고 통감관저터였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터를 둘러보니 표지석과 함께 거꾸로 세운 동상이 보인다. 을사늑약을 체결한 공을 인정받아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이 관저 앞에 설치된 적이 있는데, 광복 후 사라진 동상의 잔해를 모아 거꾸로 세우며 치욕스런 과거를 기억하고자 했다고 한다.

통감관저터를 나와 차를 타고 10여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식민지역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지난 2018년, 경술국치일에 맞춰 문을 연 곳이다. 국내 최초 일제강점기 전문박물관이라 소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해 경술국치일에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의 전경
지난 해 경술국치일에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의 전경.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 이후 민족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가 이 박물관에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현재 박물관에선 3.1운동 100주년 기획전시 등이 진행 중이며 상설전시로 식민지 시대의 전과 후, 그리고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들어가 보니 꽤 많은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 손잡고 방문한 부모, 삼삼오오 모여 함께 온 학생들 등등 하나같이 숙연한 표정으로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었다.

입장 후 얼마 지나지 않자 단체 관광객들이 들어왔다. 어느 학교에서 역사 투어를 왔나보다 생각했는데 대화 소리를 들어보니 일본 학생들이었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의아한 마음에 박물관 담당자에게 일본인 관람객들이 자주 오는지 물어봤다. 

단체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찾는 일본인들이 제법 있고, 또 연일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지만 특별히 일본 단체 관람객들의 예약 일정이 취소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비록 혼란한 때지만 그래도 역사를 바로 알고 공부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다행이라 여겨졌다.

식민지역사박물관 상설전시관의 모습
식민지역사박물관 상설전시관 내부 모습.

한편 식민지역사박물관의 전시도 상당히 괜찮았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일제강점기의 상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왜 이런 참극이 벌어지게 됐는지, 경술국치 이후 민족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한 시대에 공존했던 친일과 항일의 모습은 어땠는지, 그리고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관람하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 일제강점기, 셀 수도 없이 많은 피해자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적절한 사과 한 마디를 듣지 못했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8월 29일에 조기 게양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경술국치일에 대구 국립 신암선열공원 단충사 옆 국기게양대에 게양된 조기(弔旗).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8월 29일에 조기 게양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경술국치일에 대구 국립 신암선열공원 단충사 옆 국기게양대에 게양된 조기(弔旗).(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다시 최근에 시청했던 뉴스가 떠올랐다. 어느 독립운동가의 일기에 매년 8월 29일 조선인 마을엔 어느 집도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으며 국치일을 되새겼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또 100년 전 독립운동가들은 치욕의 날을 잊지 않고자 경술국치 기념식을 했다고도 한다.

그간 어두운 역사란 이유로 외면해왔던 경술국치일, 이번을 기회삼아 앞으로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29일에는 경술년의 그날을 기억하며 태극기를 꺼내 꼭 조기 게양을 해야겠다.




한아름
정책기자단|한아름
hanrg2@naver.com
더 깊게 느끼고, 질문하는 글쓴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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