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 당시, 국민들은 장롱 속 금반지를 꺼내 국가부도 위기를 극복했다. 올해 4월 강릉에 산불이 났을 때는 강릉으로 여행가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 국민은 5천년 역사를 거치며 시련을 당하면 더 단단해지고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가진 민족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북부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직접적인 피해 지역이다. 축산 농가가 많이 있는데 특히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들의 경우 집 앞에 설치된 방역초소 탓에 외출도 마음대로 못한다. 이런 불편함보다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돼지고기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하소연한다.
경기도 북부 지역 축산농가는 돈사 입구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며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
농가는 한때 ㎏당 6000원을 넘었던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3000원대 이하로 하락해 가격 하락폭이 너무 크다고 울상이다. 돼지고기 가격 하락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으로 혹시 인체에 전염이 되지 않을까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집돼지와 멧돼지에만 감염되는 감염병이며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 세계 53개 국에서 발병해 수억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됐지만 아직까지 사람에게 감염됐다는 보고가 단 한 건도 없다.
대한한돈협회 최성현 상무는 “돼지가 축산물로 가공돼 식탁에 오르는 모든 과정이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으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 또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위생적인 사육 환경을 조성해 감염병에 대해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깨끗하게 환경 개선이 된 돈사에서 돼지 사육의 전 과정이 깨끗하게 관리된다.(사진=대한한돈협회) |
돼지가 도축되는 과정도 위생적으로 철저하게 관리된다. 양돈장에서 길러진 돼지가 도축장에 오면 수의사가 먼저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질병이 없다고 판정한 후에야 도축이 가능하다. 도축된 고기도 정밀검사를 실시해 최종적으로 합격 판정을 받은 ‘안전한 돼지고기’만이 유통될 수 있다.
위생적으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한돈 농가의 자돈사.(사진=대한한돈협회) |
이낙연 국무총리도 관계장관회의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 돼지고기는 철저한 안전검사를 통과해야만 유통된다고 이야기했다.
11월 7일에는 국회 도서관 앞에서 국산 삼겹살 판촉행사가 열려 저렴하고 맛있는 국산 돼지고기를 사려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국회 앞에서 열린 국산 삼겹살 판촉행사에 참석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KTV) |
최근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소식도 뜸하고, 돼지 농가를 돕자는 운동이 각계각층으로 확산되고 있어 돼지 농가에 희소식이 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 찾은 마트와 돼지고기를 파는 식당에도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일부러 돼지고기를 회식 메뉴로 정했다는 천종필 씨는 “돼지 농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 돼지고기를 메뉴로 정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산 삼겹살로 회식을 하는 직장인들로 식당이 만원을 이루고 있다. |
마트에서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사원도 “돼지고기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사간다”고 했다.
마트 돼지고기 판매 코너. |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축산 농가가 돼지고기 소비와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받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조금만 합심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