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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장애인 교육정책 어떻게 달라지나

[2020년 기대되는 정책] 올해 전국 5곳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지정, 프로그램도 2배 가까이 늘어나

2020.01.16 정책기자 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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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는 어떠한 차별도 장벽도 없어야 합니다. 장애를 가지신 분들도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또 그 배움을 통해 삶의 방향과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평생학습 기반을 보다 촘촘하게 갖춰나가겠습니다.”

정부가 2020년을 맞아 장애인의 평생교육 활성화를 추진한다. 지난 12월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제1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며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이같이 말했다. 올해 전국 5곳에 처음으로 장애인 평생학습도시가 지정되고 학령기 교육기회를 놓친 장애인을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과정도 신설하기로 했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정수라(23·가명) 씨는 장애인복지관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얼마 전 커피전문점에 취직했다. 그는 “처음 커피 냄새를 맡았을 때 향기가 좋았다”며 “열심히 배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조성과 장애인 문해교육 교육과정 신설 및 학력인정 체제 구축 등 올해부터 2022년까지 추진하는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사진=교육부)
교육부는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조성과 장애인 문해교육 교육과정 신설 및 학력인정 체제 구축 등 올해부터 2022년까지 추진하는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사진=교육부)


하지만 비장애인들도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정 씨처럼 본인에게 맞는 교육 기회를 찾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교육이라도 비장애인 위주로 만들어진 교육시스템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교육을 받고 취업까지 성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이 모(40) 씨는 “평생교육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교육이지만 그간 장애인은 소외되어 있었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장애인 평생교육과정이 폭넓게 늘어나 성인기 이후 가정에 방치된 70% 가량의 장애인이 지속적인 재능계발로 사회통합적인 가교역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박 모(51) 씨는 “학령기에는 학교문제와 재활치료로 교육과정을 놓칠 때도 많고 대부분 평생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인이 되어서는 낮에 마땅히 보낼 곳이 없어 다 큰 자식을 부모가 데리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장애인처럼 장애인 평생교육과정이 확대된다고 하니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2020년을 맞아 장애인의 평생교육 활성화를 추진한다. 전국 장애인 비중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던 지적장애인의 고령화로 20~30대 발달장애인이 80%로 늘어남으로써 지난해 전국 광역 7개 지역에 발달장애인훈련센터가 개소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2020년을 맞아 장애인의 평생교육 활성화를 추진한다. 지적장애인의 고령화로 20~30대 발달장애인이 80%로 늘어남으로써 지난해 전국 광역 7개 지역에 발달장애인훈련센터가 개소하기 시작했다.


2018년 말 전국 발달장애인 수는 23만3620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박 씨가 살고 있는 경남도의 경우 1만6700여명의 발달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 이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생겼다. 바로 경남 최초로 지난달 경남 창원시에 발달장애인훈련센터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적장애인의 고령화로 20~30대 발달장애인이 80%로 늘어남으로써 지난해 전국 광역 7개 지역에 발달장애인훈련센터가 개소하기 시작했다.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발달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직업능력개발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직무를 체험할 수 있는 직업체험관을 운영해 학령기 학생과 성인기로 들어선 장애인들이 업무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  

김정덕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 과장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발달장애인들은 나이는 스무 살이지만 초등학생 정도의 인지능력을 갖고 사회에 나오게 된다”며 “특히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학습일 뿐 다양한 직업체험이나 실제 사회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 채 성인기를 맞게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 11층에 마련된 직업 훈련실의 모습이다. 실제로 기계가 돌아가면서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완제품을 세척, 검수, 조립할 수 있도록 갖춰져 있다.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 11층에 마련된 직업 훈련실의 모습이다. 실제로 기계가 돌아가면서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완제품을 세척, 검수, 조립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은 기본 업무 능력이 있더라도 비장애인 직원들과 의사소통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채용 전 실제 작업현장에서 훈련과정을 거쳐 부모 그늘 없이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 바로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다.  

김정덕 과장은 “경남의 경우 발달장애인훈련센터가 없다보니 하루 버스를 대절해 대구에 있는 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방문해 하루 체험하는 형식으로 끝내야만 해 불편함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보통 장애인 고용프로그램이 장애인들을 모아 놓고 교육한 뒤 일반 회사로 보내지는 방식이었다면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장애 특성에 맞는 실습훈련과 맞춤형 직업훈련을 통해 비장애인과 어우러져 고용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찾아간 경남발달장애인교육센터 11층에는 성인기를 맞은 장애인 직업훈련실과 상담실이 마련돼 있었다. 산업공단이 많은 경남 지역의 특색에 맞춰 제조산업 현장의 입식조립라인 직업 훈련실을 그대로 배치한 공간이었다. 실제로 기계가 돌아가면서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완제품을 세척, 검수,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속도와 정밀성이 부족한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게 속도조절 버튼을 이용해 작업능률을 순차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했다.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 12층에 마련된 직업 체험관을 찾은 장애학생들이 삼성중공업에 지원한 산업현장 안전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 12층에 마련된 직업체험관을 찾은 장애학생들이 삼성중공업에 지원한 산업현장 안전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12층에는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체험관도 마련돼 있었다. 경남 지역 소재 삼성중공업, 한양대학교 한마음국제의료원, 경남은행, 경남대학교, ㈜금경라이팅, 웨이닝커피 등 10개 파트너 사에서 직접 참여해 발달장애인들이 산업현장체험, 요양보조, 사무업무보조, 커피 바리스타 등 총 10개 직무를 회사와 동일한 작업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하태현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 교사는 “지역사회 유관기업과 협력해 산업현장을 그대로 반영한 생동감 있는 직업체험관과 직업훈련과정을 운영해 발달장애인의 직업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직장 예절, 작업 태도 등 직업소양 능력 향상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제17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2020~2022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동안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평생교육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장애인 평생교육 참여율은 2011년 이후 평균 약 4.8%로 전체 성인의 평생교육 참여율 평균 44.5%보다 10배나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장애인 평생교육기관 역시 전국 평생교육기관 4169개 중 308개(7.4%)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추진될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은 먼저 올해 상반기 전국 5곳에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를 조성해 장애인 문해교육과정 신설 및 학력인정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는 10개 파트너 사에서 직접 참여해 발달장애인들이 산업현장체험, 요양보조, 사무업무보조, 커피 바리스타 등 총 10개 직무를 회사와 동일한 작업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는 10개 파트너 사에서 직접 참여해 발달장애인들이 산업현장체험, 요양보조, 사무업무보조, 커피 바리스타 등 총 10개 직무를 회사와 동일한 작업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또한, ‘평생교육법’을 개정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운영을 위한 근거를 마련한다. 학령기 의무교육 단계에서 교육기회를 놓친 장애인 문해교육 교육과정 고시를 별도 제정해 2021년까지 교재와 교구, 교원 양성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평생교육 프로그램 수는 올해 677개에서 2022년까지 113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아울러 장애 특성(발달장애인, 시각, 청각, 지체 및 중도중복, 탈시설장애인, 장애여성) 및 요구를 고려한 현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맞춤형 평생교육 특화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방안 등을 마련한다.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활동 참여 확대를 위해 생애주기별 발달 특성에 적합한 의사소통 보조도구 ‘위톡(앱)’도 보급할 예정이다. 

끝으로 장애인 평생교육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를 비롯해 복지부, 고용부,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참여하는 ‘관계부처·유관기관 중앙상설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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