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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독립선언 기념일에 돌아본 여성 독립운동가

2020.02.07 정책기자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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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자 3.1운동 100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 문화재단에서는 시청 측과 연계하여 독립운동가 33인을 웹툰으로 탄생시키는 사업을 진행했다.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 사업은 역사를 어렵게만 생각하던 시민들에게 웹툰이라는 접근 방법으로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지난해 3월 지역에서 진행된 독립 운동가 웹툰 전시회. 독립 운동가 33인이 캐릭터로 탄생해 포털사이트 웹툰 코너에서 독자와 만나고 있다.
지난해 3월 지역에서 진행된 독립운동가 웹툰 전시회. 독립운동가 33인이 캐릭터로 탄생해 포털사이트 웹툰 코너에서 독자와 만나고 있다.


김구, 홍범도, 김원봉 등 역사교과서에서 자주 접했던 독립운동가를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은 분들의 이름도 많았다. 특히 33인 중 7인의 여성 독립운동가는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먼저 밀려왔다. 하지만 내가 자라는 동안 그들의 이름은 역사교과서에도 보훈 행사 등에서도 자주 언급되지 않았다.

여성이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했던 시대에 독립운동 역시 남성 중심으로 진행된 데 일차적 원인이 있겠고 여성의 독립운동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현실이 낳은 결과일 것이다. 김마리아, 윤희순, 남자현, 안경신, 황애덕 등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여성이 천대받던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하지만 그들이 되찾은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여전히 그들의 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

지난해 2월 8일 정동 배재어린이공원에 세워진 ‘항일독립운동여성상’.
지난해 2월 8일 정동 배재어린이공원에 세워진 ‘항일독립운동여성상’.


지난해 2월 8일에는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2.8독립선언과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서울 중구 배재어린이공원에 항일독립운동여성상을 세웠다. 한복을 입은 여학생이 등불을 비추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독립선언서를 찍어내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 김운성 부부가 제작한 동상이다.

2.8독립선언 기념일을 앞두고 직접 항일독립운동여성상을 찾았다. 1년이란 시간의 흔적이 묻은 것을 제외하곤 보존 상태가 상당히 양호했다. 조심스럽게 독립선언서를 인쇄하는 동상을 마주하고 있으니 지난해 알게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떠올랐다.

보라매청소년수련관 앞에 세워진 독립 운동가 김마리아 열사 동상.
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 앞에 세워진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열사 동상.


1919년 2월 8일, 일본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의 독립을 요구하는 선언서와 결의문을 선포했다. 1918년 미국 윌슨 대통령이 주창한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우리나라에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일제와 영원한 혈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2.8독립선언서는 한국으로 밀반입되어 3.1운동의 큰 도화선이 되었다. 독립 의지가 가득한 2.8독립선언서를 고국으로 무사히 건넨 장본인은 다름 아닌 여성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였다.

독립 운동가 김마리아 열사에 대한 기록.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열사에 대한 기록.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진정 필요한 것은 민족 단결과 실력 양성이다’라는 큰 뜻을 품고 그는 모교인 정신여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일본에서 유학, 중국 상해를 거쳐 미국에서도 교육으로 힘을 길렀다. 거쳤던 모든 나라에서 독립운동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일본 유학 당시 2.8독립선언에 가담해 일경에 체포됐고 그 후로도 계속된 독립운동으로 일제의 주요 감시 대상이 됐다. 대한애국부인회를 조직하여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대고 독립운동을 지속하다 여러 차례 모진 고문을 받았다. 뉴욕에서도 근화회를 조직하여 독립운동을 지속한 김마리아. 그의 일생은 온통 나라의 독립을 위해 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옥고 중에 얻은 고문 후유증으로 해방을 17개월 앞두고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역 독립운동가 웹툰 전시회에서 만난 독립운동가 황애덕 열사.
지역 독립운동가 웹툰 전시회에서 만난 독립운동가 황애덕 열사.


김마리아 열사와 또래인 황애덕 열사 또한 송죽회를 결성하여 중국 항일독립단체에 군자금을 대고 2.8독립선언을 비롯 독립운동에 적극 가담한 인물이다. 김마리아 열사가 대한애국부인회, 근화회를 조직하여 활동하는데 늘 함께 했던 인물이었다.

2.8독립선언이 낭독되기 이틀 전인 1919년 2월 6일, 동경유학생회에서 ‘남녀는 두 개의 수레바퀴와 같은 것이므로 여성도 독립운동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고 열변하였다. 그는 투옥된 감옥에서도, 유학하던 미국에서도 애국계몽운동을 적극 펼쳤다.

두 열사를 비롯해 우리가 미처 이름을 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시대적 제약 속에서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그들이 피로 다시 얻어낸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마땅히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항일독립운동여성상 한쪽에 전시된 ‘안사람 의병가’ 여성 독립운동가 윤희순이 작사했다.
항일독립운동여성상 한쪽에 전시된 ‘안사람 의병가’. 여성 독립운동가 윤희순이 작사했다.


올해 편성된 여성가족부 예산 항목에서 여성사 콘텐츠 개발 및 여성사전시관 기능 강화를 위해 2억원의 예산이 증액됐다. 이는 역사 속에 묻힌 여성들의 이야기를 많이 발굴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기억해 마땅하지만 시대적인 편견 속에 사라져간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새롭게 만나려는 노력들이 반갑기만 하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도화선이 된 ‘2.8독립선언 101주년 기념식’을 8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 재일본한국YMCA회관(한국문화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선영
정책기자단|이선영
sharon8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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