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 2주차다. 시민들은 정부가 제시한 5부제에 따라 신분증을 들고 약국을 방문한다. 시행 초기라 마스크 입고 시간이 맞지 않아 헛걸음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상당수지만 1주일에 2장의 마스크를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내심 안심이 되는 분위기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커뮤니티엔 공적 마스크 구입 후기도 종종 올라온다. 5부제 시행 초기라 불편함도 많지만 조금씩 줄어드는 확진자수를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어둠은 반드시 걷히기 마련이다’라는 희망의 씨앗이 잉태되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를 만났다. 화장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라오메뜨의 우성민 대표다. 그는 화장품을 판매해오다 작년부터 마스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화장품이 외적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내적 아름다움을 위해 마스크를 제작해 판매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반값 마스크 캠페인을 펼치는 우성민 대표. |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스크를 제작한 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다. 우 대표에게 몇 주 전에 은밀한 제안이 들어왔다. 마스크 100만장에 25억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어림잡아 충분히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왜 그런 파격적인 제안을 했는지 짐작이 갔다.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 값이 천정부지로 뛸 기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어려울수록 이익을 쫓기보다는 정도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니 오히려 엉뚱하기까지 했다. “그래 반값 마스크 캠페인을 시작하자.”
거액을 제안한 유통업자를 돌려보낸 후, 우 대표는 바로 이 엉뚱한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평소에 판매하던 가격보다 오히려 더 싸게 반값에 팔자는 것이었다. 사업하는 사람이 이익을 포기하고 그 귀한 마스크를 반값에 팔자고 떠들고 다니니 주변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값 마스크 캠페인. |
하지만 그는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많은 업체들이 평소에도 50% 넘는 할인율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수익을 조금 남기더라도 수많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판매 전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제안한 반값 캠페인은 손해를 보고 마스크를 판매하자는 것이 아니라 평소대로만 판매하자는 것입니다.”
대박의 기회가 왔다고 평소에 팔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해 폭리를 취하는 것은 기업인으로서 도리가 아니며 모두가 평소 가격대로 판매를 하면 시장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요즘 우 대표의 회사 쇼핑몰 사이트는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하루하루가 바쁘다. 마스크 때문이다. 3000~4000원에도 구입하기 힘든 마스크를 1000원대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우 대표는 이번 캠페인이 특별하게 의미가 있는 이유를 이야기 해줬다. 바로 ‘반값 캠페인’에 동참하려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뜻을 같이 하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어 반값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생의 뜻에 동참한 기업들과 함께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반값 캠페인을 꾸준히 이어갈 생각입니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우 대표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
영화 ‘스타워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조지 루카스 감독은 ‘나는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을 밀어내면서 성공하지 않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동안 이룬 모든 업적이 오직 자신의 힘으로만 되지 않았음을 이야기 한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바로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다. 어울려 살아가면서 관계를 맺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관계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될 수 있기에 관계 맺기에 평생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상생은 관계 맺기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가치며 인간의 존재감을 더욱 빛나게 한다. 우성민 대표의 ‘반값 마스크 캠페인’이 마스크 대란이라는 큰 흐름을 바꾸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그의 뜻에 동참하려는 업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함께 나눌 때 비로소 나온다는 단순한 진리가 새삼 생각나는 날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정성식 rauviz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