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념 특별연설이 있었다. 이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백신 접종에 앞서가는 나라들과 비교도 하게 된다”며 “하지만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 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의 형편에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우리의 방역 상황에 맞추어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국의 엄중함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의 연설에서 백신과 관련한 언급이 등장하는 것은 꽤나 이채롭다. 그동안 백신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지켜본 입장에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대통령의 고뇌가 느껴지는 듯해서 마음이 짠하다.
순조롭게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지만 갈 길이 멀다.(출처=네이버 캡처) |
5월 14일 현재,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인원은 371만9983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7.18%에 달하고 2차 접종 인원은 82만5700명으로 1.59퍼센트가 되었다. 우리 부모님도 최근 2차 접종을 받으셨고 아직까지는 큰 부작용이 없으시다. 가볍게 넘어 갔으면 싶고 코로나19에 취약한 부모님의 접종을 끝낸 홀가분함도 동시에 느껴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의 달성 뿐이다. 상식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고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주변의 작은 ‘카더라’에도 흔들리는 것 역시 사람의 마음. 백신의 위험성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얘기가 들려오면 백신을 맞아야 되나 싶은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난 1월,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유명순 교수팀이 발표한 설문 조사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어도 지켜보다가 맞겠다는 신중한 응답이 가급적 빨리 맞겠다는 응답보다 훨씬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해 보인다.
13일 서울 용산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그렇다면 최근에는 어떨까? 다행히 백신 접종이 문제 없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고 생각보다 부작용도 적은 주변의 사례를 보면서 미접종자의 접종 의향이 올라가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예약을 해놓고도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 예약자가 가끔씩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고위험군과 고령자를 대상으로 접종이 진행되고 있을 때 독서모임 동료 한 분이 이미 백신 접종을 받으셨다고 해서 모두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의료진이나 군인, 경찰도 아니고 나이도 아직 젊은 축에 속하는 그 분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접종을 받은 것일까? 잔여 백신을 맞았던 것인데 그 전후 사연을 들어봤다.
인천시 소재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47세(여성) 독서모임 동료 분은 뉴스 등을 통해 잔여 백신 전화 예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노모를 모시고 있어 혹시 바이러스를 옮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집단면역을 통한 사회 전체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예방접종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마침 회사 건물에 입주한 요양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예상치 않게 접종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달려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했는데, 첫날엔 접종한 팔에 약간의 열감이 있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다음날 저녁 주사 맞은 팔의 근육통이 오히려 조금 심해졌지만 걱정했던 정도가 100이라면 5%의 증상 정도였다고.
동료 분은 1차 접종 후 갑옷을 한 겹 두른 것처럼 든든하다고 전했다. 집단면역이 되면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 소소한 모임을 하고 여행도 함께 하는 소중한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전했다.
잔여 백신 예약을 위해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에 접속해야 한다.(출처=질병관리청) |
간단한 문답을 통해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이유와 잔여 백신을 맞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나도 백신 접종을 기다리기 보다 먼저 맞아볼까 싶어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에 접속해 봤다.(https://ncvr.kdca.go.kr/cobk/index.html)
사전예약 시스템의 사업 참여 의료기관을 검색하고 직장 근처에 있는 두 군데 병원에 전화해 본 결과, 각각 27일과 28일에 접종을 시작하는데 대기자 명단에 올려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일은 각각 60세 이상의 고령자이거나 만성중증호흡기질환자 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들이 접종을 하게 되는 기간이다.
사업 참여 의료기관을 검색하기는 쉽다.(출처=질병관리청) |
잔여 백신이 아니더라도 하반기가 되면 나의 접종 차례가 돌아올 것이다. 순서를 지켜서 백신을 맞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차분히 기다려도 된다. 나보다 더 급한 사람이 있다면 양보하고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방역에 참여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소중한 백신이 있고 그것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그 또한 마다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예방접종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는 방법도 쉬웠고 예약 또한 순식간에 끝이 났으니 한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집단면역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