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아이가 입학하면서 3월 한 달 간은 엄마 숙제가 참 많았다. 각종 서류 제출은 물론 12시에 하교하는 아이가 내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스케줄 짜는 것도 고민이었다.
주변에서는 6시간 가량을 음악, 미술, 체육, 영어 등의 수업을 듣게 하며 퇴근시간을 맞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게 드는 비용만 한 달에 60만 원 가량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아이의 학교에서 보내온 방과 후 수업 안내문. |
고민 끝에 나는 공교육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돌봄교실과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해 아이의 스케줄을 정했다. 로봇 코딩과 풍물, 영어, 수학, 방송 댄스, 요가 등 20개가 넘는 과목으로 생각보다 선택의 폭도 넓었다. 3월 신학기에는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하는 또래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10명 내외의 소그룹으로 진행된다는 말에 조금은 안도감도 들었다. 교재비를 포함해 3과목 기준 한 달에 15만 원 정도가 들었다.
내가 사교육이 아닌 방과 후 학교 수업을 선택한 건 경제적 이유가 컸다. 적은 비용으로 공교육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한 명일 때는 부담이 덜했는데,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경제적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도 평소 관심 있던 로봇 코딩과 요가 등 수업을 들으면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최근에는 지난 3월에 신청한 방과 후 학교 자유수강권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6월부터는 교육비 걱정 없이 아이가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방과 후 학교 자유수강권은 저소득 가정 학생 1인당 연간 60만 원 내외가 지원되는데,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로봇 코딩을 들으며 흥미를 느낀 아이는 집에서도 혼자서 만들어보며 취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그렇다면 방과 후 학교 자유수강권은 어떻게 신청해야 할까. 1순위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를 받고 있는 기초수급자를 비롯해 한부모가정, 차상위계층(중위소득 50% 이하)이며, 2순위는 1순위가 아닌 사람 중에 중위소득 70% 이하에 해당되면 대상자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3순위는 1, 2순위가 아닌 사람들 중에 증빙이 곤란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육비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해당되며, 다자녀 경우에는 셋째 자녀부터 혜택이 주어진다.
신청 방법은 방문 접수와 온라인 접수 모두가 가능하다. 방문 접수의 경우, 가까운 주민센터에 방문해 서류를 접수하면 된다. 부모 모두 공동인증서를 보유했다면 온라인 신청도 할 수 있다. 복지로(www.bokjiro.go.kr)에 접속하거나 교육비원클릭신청시스템(http://oneclick.moe.go.kr)에 접속해 방과 후 학교 자유수강권을 신청하면 된다. 이때 행복e음(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해 소득, 재산 조사결과를 학교(NEIS)에 통보하면 학교가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방과 후 학교 자유수강권은 부모 모두 공동인증서를 보유했다면 복지로와 교육비원클릭시스템에 접속해 온라인으로도 접수 가능하다.(사진=복지로 누리집) |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경제적 형편이 급격하게 어려워진 가계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소득, 재산 조사를 하지 않고도 교내 학생복지위원회를 통해 학교장이 교육비 지원 대상자를 추천하는 학교장 추천 비율이 기존 10%에서 15%로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자세한 사항은 전국 시도교육청 자유수강권 담당부서(1544-9654)로 문의하면 된다.
초등학교 학부모로서 3개월을 지내보니 공교육을 택한 것이 우리 가족에게 큰 힘이 됐다. 특히 초등학교 때는 수업이 일찍 끝나기 때문에 돌봄이 절실히 필요한데, 국가가 지원해주는 돌봄교실과 방과 후 학교 자유수강권 수혜자로 선정돼 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정부의 교육 지원 정책을 활용해 자녀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주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