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만 해도 조금만 걸으면 금방 더워지곤 했는데, 소리도 없이 바람이 바뀌었다. 선선하니 거닐기 좋아서 짧은 거리는 산책할 겸 거닐게 되는 가을이다. 해가 갈수록 짧게 스쳐 지나가는 계절처럼 느껴져서일까, 바람이 점점 차가워질 때면 가을이 짧게 느껴지는 게 참 아쉬워진다.
이맘때면 전국에서 여러 행사와 축제가 열린다. 비단 단풍축제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색을 뽐내는 행사도 다양하게 열린다. 그래서인지 한국관광공사에서는 10월 1일부터 12월 10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에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여행가는 가을 축제여행 100’ 스탬프 투어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여행가는 가을’과 ‘가을 축제여행 100’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던 국민이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해외여행을 많이 떠나는 것에 비해 국내 여행은 많이 떠나지 않는다며 국내 여행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 지정했다고 한다.
나 역시도 가을이고 하니 부모님과 함께 나들이를 즐기고 싶었는데, 어딜 가면 취향에 맞는 축제도 즐기고 풍경도 감상할 수 있을지 고민만 하다가 지쳐버릴 때가 많았다. 쏟아지는 게 정보이다보니, 거리를 비교하고 행사 내용을 비교하다가 시간을 허비하곤 했다.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일까, 한국관광공사 누리집에 방문해보니 가을에 여행하기 좋은 장소를 선정한 ‘여행가는 가을 축제여행 100 스탬프 투어 관광지 목록’을 나열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서울의 5대 궁과 종묘처럼 주말에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관광지도 있고, 수원화성문화축제, 강릉커피축제처럼 지역의 특색을 살린 문화축제도 보였다. 조금 더 살펴보니 가을밤을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인천 개항장 문화유산 야행, 고양 행주가 예술이야 야행도 이번 스탬프 투어 목록에 포함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침 임진왜란 3대 대첩지인 행주산성이 집에서 무척 가까워서 스탬프 투어에 참여해보러 부모님과 함께 떠났다. 스탬프 투어는 ‘올댓스탬프’ 앱을 다운해서 회원 가입을 하여 참여할 수 있다. 회원 가입을 하지 않고 게스트 ID를 사용하면 스탬프, 포인트 획득 현황 등의 임시 저장 데이터가 분실될 우려도 있으니 회원 가입을 한 다음에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나는 카카오톡의 계정을 활용해 회원가입을 진행했다. ‘올댓스탬프’ 앱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모두 설치할 수 있다.
앱의 메인 화면을 보면 ‘여행가는 가을 축제여행 100’ 외에도 다양하게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이벤트들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에 여행을 자주 다닌다거나, 우리 지역의 스탬프 찍기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면 함께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스탬프 찍기 행사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이벤트 항목 중 ‘여행가는 가을 축제여행 100’ 스탬프 투어 참여하기를 눌러야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 버튼을 누르고 여행가는 가을 지정 관광지의 반경 500미터 이내로 가면 자동으로 모바일 스탬프를 획득할 수 있다.
스탬프를 획득하면 핸드폰에서 진동이 세게 울려서 스탬프를 획득했다는 것을 굳이 앱을 켜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반경 500미터 이내로 진입했다는 것을 자동으로 인식하려면 핸드폰의 GPS 기능은 ‘항상 사용’으로 꼭 바꿔두어야 한다.
참고로 스탬프를 한 개 획득하기만 해도 추첨을 통해 편의점 모바일 상품권을 천 명에게, 두 개만 찍어도 백화점 모바일 상품권을 백 명에게, 참여자 중 스탬프를 가장 많이 찍은 다섯 명에게는 갤럭시 버즈 pro3 모델을 경품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하니 조금 더 열심히 스탬프를 찍어볼 수 있을 것 같다. 2024년 10월 1일부터 24년 12월 10일 이내에 획득한 스탬프만 인정되고, 당첨자를 발표하기 전에 앱을 삭제하거나 스탬프 데이터를 분실해 스탬프 내역이 지워지면 이벤트 대상에서 제외되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찍은 스탬프 화면도 직관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나는 그 아랫부분에 있는 ‘추천’ 항목들이 더 좋았다. 완주를 위해 어디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지 앱에서 추천을 해주고 있었다. 내가 서 있는 관광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다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관광지인지 분석해서 추천해준다는 점에서 다음 여행의 목적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탬프를 찍고 나니 오후 여섯 시가 되었다. 햇빛이 한강을 노랗게 물들이며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커다란 버드나무 위쪽으로 흰 반달이 떠올랐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점점 먹색으로 물들어가자 야행의 등불이 하나씩 켜졌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하는 끈을 따라 매달린 전통 등에 불이 켜졌고, 청사초롱을 하나씩 손에 든 사람들이 산성을 향해 올라갔다. 하늘을 수놓는 전통 등과 땅을 수놓는 LED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 LED를 이용해 덤불과 꽃을 표현해 산길을 밝혀놓은 게 아름다웠다.
산성길 초입에는 국궁과 한복 체험을 각각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한복을 입고 산성을 거닐고 싶다며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을 볼 수 있었다.
산성길 중반을 올라갈 즈음, 커다란 공터를 발견했다. LED를 이용해 MBTI와 MBTI에 대한 설명을 조선시대 식으로 풀이해놓은 코너였다. 관광객들은 각자의 MBTI LED 장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 역시 내 MBTI에 해당하는 LED 장식물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선선하고 맑은 저녁이라 그런지 별도 잘 보이는 저녁이었다. 사람들을 따라 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해놓은 축제 현장을 볼 수 있었다.
한 관광객은 “그동안 바빠서 어디로 여행 갈 생각도 못 하고, 겨울 즈음에 해외여행이나 가보려고 했는데 근처에서 이렇게 예쁜 풍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라며, “국내에도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다고 하니 이제부터 주말마다 조금씩 시간을 내어 국내 여행과 축제부터 차근차근 즐겨볼 생각이다”는 소감을 남겨주었다.
가끔 SNS 피드를 둘러보다가 예쁜 여행지 사진을 보고 감탄할 때가 있다. 여행지가 어디인지 답해준 댓글을 찾아보면 우리나라의 지명이 적혀 있을 때가 의외로 많다. 아름다운 풍경을 찾기 위해 해외로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 명소가 많고 넘친다.
나는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여행가는 가을 축제여행 100’을 적극적으로 이용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멋진 가을 여행지에서 즐거운 축제도 즐기고, 스탬프 투어로 경품까지 일석삼조의 알찬 가을을 함께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