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시댁에 다녀오는 길에 남편과 함께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연휴 기간 대부분의 공영 주차장이 무료로 운영된 덕분에 서울 한복판에 무료 주차를 한 뒤, 서울시청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즐겼다.
그리고 그동안 보고 싶었던 덕수궁 특별전 '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을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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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는 20세기 초 덕수궁의 밤을 비추던 근대 조명기구를 통해 근대 국가로 도약하려 했던 대한제국의 노력과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서양식 조명기구도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당대 첨단 기술이었던 전기가 국내에 도입되는 과정이었다.

조선 말기, 전기에 대한 지식은 중국과 일본을 통해 국내에 유입됐다.
이는 부국강병을 이루는 밑거름으로 여겨졌고, 선진 제도와 문물을 배우고자 해외에 파견된 조사단의 건의로 조선은 전기와 전등 시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조선 정부는 미국의 에디슨 전등회사(맞다, 바로 발명왕 에디슨의 회사다!)에 궁궐 점등을 위한 설비를 주문했고 1887년 경복궁 내 전등소가 완공돼 건청궁 내 장안당과 곤녕합의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의 등을 밝혔다.
1879년 에디슨이 탄소 필라멘트를 개발해 백열전구를 상용화한 지 불과 8년 만의 일로, 동양 최초로 설치된 에디슨 전등회사의 발전 시스템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 전등 설비 도입 사례였다.

4월 11일, 경복궁에 '영훈당과 등소' 홍보관이 문을 열었다.
'향기가 영원히 이어진다'는 뜻을 지닌 영훈당은 고종 때 경복궁 중건 과정에서 새롭게 지어진 건물로, 일제강점기 때 훼철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경복궁 2차 복원 계획'의 일환으로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4년 초부터 복원이 시작됐다.

경복궁 영훈당터 일대 발굴 조사 과정에서 특별한 발견이 있었다.
바로 영훈당 북쪽 구간, 즉 향원정과 영훈당 사이 공간에서 우리나라 최초 전기 발전소인 전기등소 터와 유물이 확인된 것이다.
이렇게 처음 도입된 전기는 이후 덕수궁까지 영향을 미쳐 1901년 6월 17일 덕수궁에서는 처음으로 6개의 전등이 점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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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 4월의 경복궁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그에 화답하듯 경복궁 곳곳에서는 별빛야행, 생과방, 인류무형문화유산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 행사 등 다채로운 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었다.
'영훈당과 등소' 홍보관은 경복궁 흥례문에서 직진해 자경전을 지나 국립민속박물관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만날 수 있었다.
경복궁 내부를 둘러본 후, 함화당과 집경당 옆에 복원 중인 영훈당 맞은편에 자리한 홍보관으로 향했다.



'영훈당과 등소' 홍보관은 영훈당의 역사와 의의를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복원을 위한 도면, 경복궁 발굴조사를 총괄한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실장과의 인터뷰, 발굴 유구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조선 최초의 전기 점등 역사가 담긴 각종 문헌들, '에디슨 전구' 등 관련 유물(복제품), 덕수궁 전기 발전소 설치를 위해 체결된 계약서, 덕수궁 전기 발전소 도면과 사진 등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조선에 처음 전기가 들어오던 역사적 순간과 흐름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었다.
설 연휴에 관람했던 덕수궁 특별전과 자연스럽게 연계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더욱 의미 깊게 느껴졌다.

홍보관 맞은편에서는 영훈당 권역 복원 공사가 한창이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한 홍보관에서 복원 공사 현장을 마주하고 있으니, 마치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에 서 있는 듯한 인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국가유산청과 포스코 그룹 업무 협약으로 추진된 [가림막 X 예술] 프로젝트였다.
기존의 플라스틱 판넬과 시트지 대신, 포스아트(고해상도 잉크젯프린트 강판)를 적용해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로 현장을 감싸고 있어, 공공디자인 환경을 한층 개선했다.
![[가림막 X 예술] 프로젝트로 탄생한 가림막(아트펜스)으로 공사 현장은 예술 작품이 되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5.04/24/11.jpg)
장기간 이어지는 복원 공사 특성상, 무미건조할 수 있는 현장을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전시 공간처럼 재해석한 시도였다.
영훈당 권역 복원 공사는 2027년 완료될 예정이며, '영훈당과 등소' 홍보관도 그때까지 상시 운영된다.

얼마 전 아파트 전기 점검으로 약 1시간 동안 정전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누려온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전기는 지금으로부터 138년 전 경복궁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불안정한 발전 시스템 탓에 건달꾼처럼 제멋대로 켜졌다 꺼졌다 한다고 해서 '건달불'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 첫 점등은 덕수궁까지 이어졌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지금 우리 삶의 토대가 되었다.
'영훈당과 등소'는 단순한 문화유산 전시가 아니라 대한제국 근대화의 흔적이자, 한국 전기산업의 시작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이다.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의 처음을 만날 수 있는 곳, 전통과 근대가 만나는 공간, 근대의 첫걸음이 펼쳐지는 현장, 경복궁에 방문한다면, '영훈당과 등소' 홍보관도 함께 들러보자.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그 자리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 속 숨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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