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앞두고 틈틈이 짐 정리를 하고 있다.
재활용품과 종량제 봉투에 버릴 쓰레기를 구분하고, 수납장 서랍에서 휴대용 선풍기 서너 개와 오래된 보조배터리를 발견했다.
이전에 쓰다가 작동되지 않아 방치했던 것들이라, 다시 작동을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폐기해야 할 텐데, 어떻게 버려야 할까?'

이전에는 소형 가전을 최소 5개 이상 모아야 무상 수거가 가능했지만, 생각보다 5개를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주변을 보면 나처럼 잘 몰라 놔둔 경우가 종종 있는 듯하다.
"전기 면도기나 전동칫솔은 어떻게 버려요?"
"냉장고는 전화하면 수거해 가거나 스티커를 붙이면 되는데 작은 가전은 어떻게 버리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같은 아파트 이웃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지, 분리수거장에서 만나 소형 가전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묻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 2026년 달라진 배출 제도, 개수 제한 없는 '모든 가전제품 무상 수거'
그런데 올해부터 달라졌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이 기존 50종에서 대부분의 전기·전자제품으로 확대됐다.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으로 이전에는 주요 대형 가전 50종만 무상 배출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산업기기나 의료기기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모든 가전제품을 무상으로 수거할 수 있다. 즉 의류 관리기(스타일러), 휴대용 선풍기, 보조배터리, 전기 면도기 등 가정 내 거의 모든 가전제품을 개수 제한 없이 무상 배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디에 버려야 할까.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는 이를 위해 2025년에는 주민센터(행복센터)와 공동주택 등에 전용 수거함 2만 개에서 2026년 6만 개, 2028년에는 10만 개까지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폐가전 무상 방문수거 품목도 확대됐다.
단, 무상 방문수거의 경우 소형 가전 5개를 모아야 한다. 대형 가전(1kg 이상)은 '폐가전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를 통해 1개만 있어도 배출할 수 있고, 소형 가전은 대형 가전이 있을 때 함께 수거 요청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폐가전 무상 방문수거 신청은 전화는 물론 앱으로도 가능하여 세대 구분 없이 이용하기 좋다.
◆ 20초면 끝나는 간편 배출 체험기!
반가운 마음에 고장난 휴대용 선풍기와 보조배터리를 버리기로 했다. 아직 우리 아파트에서는 시행하지 않아 '생활폐기물 분리배출 누리집'에 들어가 전국 재활용품 수거함 지도에서 우리집과 가까운 곳을 찾아봤다. 아쉽게도 내 인근 주거지의 수거함은 내부에 있거나 해당 주민만 배출할 수 있어 옆 동네 주민센터로 향했다.


주민센터 뒤편에는 파란색 큰 수거함과 노란색 작은 수거함이 나란히 있었다. '중소형 폐가전 수거함'과 '폐건전지·폐배터리 전용 수거함'이다.
폐가전 수거함에는 '이차전지가 내장된 소형 가전제품과 완구류 등'을 버리라는 노란색 안내판이 보였다.
또 폐배터리 수거함에는 헷갈리지 않도록 대상 품목이 그려져 있었으며 대형 폐배터리는 1899-7047로 문의하라는 주의점이 적혀 있었고, 수거함을 열어보니 건전지와 보조배터리가 많이 차 있었다.

지참한 휴대용 선풍기와 보조배터리를 수거함에 넣었다. 버리는 데 20여 초나 걸렸을까. 스티커를 살 필요도, 무게를 재거나 개수를 셀 필요도 없었다. 몇 년간 미뤄두었던 숙제를 한 듯 후련했다.
◆ 단순 폐기가 아닌 '자원의 재탄생'으로!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은 이렇게 무상 수거된 제품이 재활용에 이용된다는 점이다. 기후부는 폐기물 정책을 '처분 중심(폐기물부담금)'에서 '재활용 중심(EPR)'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신규 의무 업체는 폐기물부담금 대신 공제조합 분담금을 내게 돼 연간 약 51억 원의 부담 경감이 예상된다.
또 의류 건조기, 보조배터리, 휴대용 선풍기 등에서 추가적인 재활용을 통해 철·알루미늄 등 유가 자원을 연간 약 7만 6000 톤을 회수, 약 2000억 원 이상의 환경적,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온실가스와 유해 물질 배출이 줄어들고 자원순환 체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현재 이 사업을 E-순환거버넌스를 비롯한 지자체와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소형 가전을 버리고 오는 김에 e순환거버넌스(가전제품 재활용공제조합) 담당자에게 재활용 과정을 문의했다. 담당자는 회수된 자원이 금속, 플라스틱 재생재, 유리 등의 원료로 재생산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수거된 소형 가전은 전자제품 전문 재활용업체로 인계돼, 철·구리·알루미늄·플라스틱 등 재질별로 90% 이상 해체 및 선별됩니다. 분리된 재질은 다시 각 금속과 소재로 재탄생하게 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담당자는 냉장고와 세탁기의 재활용 공정을 예로 들었다. 우선 대형 가전은 선반과 인쇄회로기판 등 부품을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을 거쳐, 파쇄와 선별 등의 후처리 공정을 통해 재질별로 분류한다. 특히 냉장고나 에어컨처럼 '기후 생태계 변화 유발 물질'인 냉매를 사용하는 제품은 반드시 냉매 회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이렇게 부품이 해체된 냉장고는 파쇄 후, 선별기를 통해 철·구리·알루미늄·플라스틱(PP, ABS 등), 우레탄 등으로 선별해 전문 재활용업체(금속류-제련업체, 합성수지-재생 원료(펠릿 등) 생산업체)로 전달돼 제품의 소재로 재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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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자원 순환의 미래를 만들다
"전자제품은 절대 임의로 분해하지 마세요. 특히 화재 예방을 위해 이차전지의 경우 비닐랩으로 감싸거나 단자 부분을 절연테이프로 감아 배출해 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로 구매하실 때는 E순환 우수 제품을 선택하시면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됩니다"라며 주의할 점도 언급했다.

담당자는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누리집 내 수거함 지도는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으니까요. 꼭 확인하셔서 인근 설치된 전자제품 수거함 또는 폐가전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신제품 구매 시 배송 설치 기사를 통해 안전하게 배출하면 좋겠습니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쓸모없는 제품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배출해 새로운 자원으로 쓸 수 있다니 무척 반갑다. 빨리 전국 곳곳에 수거함이 설치돼 고장 난 소형 가전을 바로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집에 방치된 고장 난 소형 가전이 있다면 '생활폐기물 분리배출 누리집'에서 가까운 수거함을 찾아 배출해 보자. 대형 가전이 있거나 소형 가전이 5개 이상이라면 폐가전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를 이용하면 더 편하다. 현재 누리집에서는 배출 인증 이벤트도 진행 중이라 참여하면 포인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소형 폐가전 배출 대상이 대폭 확대된 만큼, 버려진 가전이 다시 자원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해 본다.
* 소형 가전제품 버리는 방법
1. 내 지역 찾기 '분리배출 지도' 바로가기(www.분리배출.kr)
2. 폐가전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
순환거버넌스 누리집 (www.15990903.or.kr), 전화(1599-0903), 앱(폐가전제품 모두비움)
☞ (보도자료-환경부)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 등 3개 환경법 시행령 개정 국무회의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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