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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효심 담은' 복숭아꽃을 받은 어버이날

국가유산청 창경궁관리소, 어버이날 기념 '정조의 꽃' 행사 개최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에게 바치는 정조의 효심을 바탕으로 한 뜻깊은 행사

2026.05.13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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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흔히 '가정의 달'이라 불린다. 어린이날부터 스승의 날까지 5월은 기념일이 빼곡하지만, 어느덧 성인이 된 아이들과 해가 갈수록 기력이 약해지시는 부모님 사이에서 나는 어버이날에 좀 더 마음이 쓰인다.

하필 올해는 어버이날쯤 이사를 하게 돼 온 집안이 짐 정리로 어수선했다. 정신없는 와중에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로부터 먼저 안부 전화가 걸려 왔다. "이사하느라 고생 많지? 몸 챙겨가며 해. 내가 많이 도와주지 못하네" 다정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먼저 연락드리지 못한 죄송함과 불효자가 된 듯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문득 곁에 있는 딸에게만큼은 '효'라는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저 문자대로가 아니라 느끼고 체험하는 소중한 가치로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경궁 대온실 교육장에서 어버이날 '정조의꽃' 행사가 열렸다.
창경궁 대온실 교육장에서 어버이날 '정조의 꽃' 행사가 열렸다. (본인 촬영)

때마침 창경궁에서 좋은 프로그램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관리소에서 준비한 어버이날 기념 '정조의 꽃' 행사였다. 이 행사는 조선 제22대 왕 정조의 지극한 효심을 상징하는 '복숭아꽃'을 소재로 삼고 있어 우리 모녀에게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관리소에서 마련한 '정조의 꽃' 행사는 정조의 효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적인 참여형 문화 프로그램이다. 어버이날을 기념해 효의 정신적 가치를 국민이 직접 체험하며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창경궁 대온실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창경궁 대온실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본인 촬영)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는 5월 8일 오후 창경궁 대온실 교육관은 이미 참여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책상마다 놓인 무드등 재료를 보며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부모들은 완성된 샘플을 보며 예쁘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윤성연 강사가 설명을 하고 있다.
윤성연 강사가 설명하고 있다. (본인 촬영)

"우리는 어버이날에 으레 카네이션을 떠올리지만, 조선시대에도 부모님께 바치던 특별한 효의 꽃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맞습니다. 복숭아꽃입니다"

윤성연 강사(크멋자이언트플라워)는 보물로 지정된 '봉수당진찬도(奉壽堂進饌圖)'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 그림은 1795년 정조가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열었던 회갑연의 성대한 기록이다. 그림 속 연회장 곳곳에 분홍빛 꽃장식이 가득했다. 정조는 어머니의 무병장수와 안녕을 기원하며 복숭아꽃을 만들어 올렸다고 한다. 당시 복숭아는 '천도복숭아' 전설처럼 장수를 상징했기에 정조에게 복숭아꽃은 곧 어머니의 건강을 바라는 간절한 기도였던 셈이다.

참가자들이 열심히 무드등을 만들고 있다.
참가자들이 열심히 무드등을 만들고 있다. (본인 촬영)

본격적인 체험이 시작되자 교육관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 참가자들은 각자 앞에 놓인 재료 꾸러미를 열었다. 다섯 장의 연분홍 한지 꽃잎을 하나하나 정성껏 다듬고 꽃 수술을 고정하기 위해 집중했다.

딸이 '복숭아꽃 무드등'을 만들고 있다.
딸이 '복숭아꽃 무드등'을 만들고 있다. (본인 촬영)

어느새 훌쩍 커버린 딸은 나보다 더 솜씨 좋게 꽃을 피워냈다. 초록색 한지로 꽃받침과 줄기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LED 조명을 넣자, 투박해 보이던 종이 꽃잎 사이로 은은하고 따뜻한 온기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한지 특유의 결이 빛을 부드럽게 사방으로 퍼뜨려 마치 정조의 마음이 환하게 살아나는 듯했다.

1795년 화성행궁에서 어머니의 회갑을 축하하며 종이꽃을 준비했던 정조의 마음이 200여 년이 지나 우리의 손에서 LED 조명이 빛나는 무드등으로 재탄생했다. 형태와 재료는 바뀌었을지언정 그 속에 담긴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효의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느꼈다.

완성된 '복숭아꽃 무드등'.
완성된 '복숭아꽃 무드등' (본인 촬영)

딸아이는 자신이 완성한 무드등을 소중히 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른 테이블의 참가자들 역시 "만들 때는 힘들었지만 불을 켜보니 정말 감동적"이라며 저마다의 복숭아꽃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함께 한 참가자들이 자신이 만든 등을 들고 찍었다.
함께 한 참가자들이 자신이 만든 등을 들고 찍었다. (본인 촬영)

윤성연 강사는 행사 후 "평일이라 모녀 단위의 참가가 많았다, 한 초등학생은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까지 내고 왔다"라며 "정조의 효를 배우고 직접 손으로 만들어보는 이 과정 자체가 가족 간의 깊은 소통과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기쁘다"라고 전했다. "봉수당진찬도 속 신선의 복숭아를 올리는 모습과 곳곳에 배치된 복숭아꽃의 아름다움을 현대인들에게 친숙한 무드등 형태로 재현해 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했습니다. 특히 창경궁은 정조가 태어나고 어머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역사적 장소이기에 이곳에서의 체험은 참여자들에게 더욱 특별한 울림을 주지 않을까요."라며 창경궁관리소 장우현 주무관은 기획 배경에 대해 들려줬다.

창경궁 대온실 앞에 국가유산청 국가유산등록 동판이 세워 있다.
창경궁 대온실 앞에 국가유산청 국가유산등록 동판이 세워 있다. (본인 촬영)

체험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 만든 두 개의 무드등을 들고 창경궁의 이곳저곳을 걸었다. 5월의 창경궁은 눈부신 신록이 우거져 궁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원 같았다. 대온실 안을 가득 채운 은은한 꽃향기는 방금 우리가 피운 복숭아꽃의 향기인 듯 달콤했다.

예비 부부들이 창경궁에서 촬영하고 있다.
예비부부들이 창경궁에서 촬영하고 있다. (본인 촬영)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고궁의 미를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수줍게 웨딩 촬영 중인 신랑 신부의 모습이 평화로운 풍경에 녹아들었다. 그때 딸아이가 무드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을 뗐다.

"엄마, 이 무드등 할머니 할아버지도 직접 보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좋아하실 텐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보낼 사진을 찍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보낼 사진을 찍고 있다. (본인 촬영)

딸아이의 말에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당장 직접 보여드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려 사진으로라도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우리는 오후 내내 창경궁 곳곳을 거닐며 '사진 명당'을 찾았다.

창경궁 대온실 앞.
창경궁 대온실 앞 (본인 촬영)

대온실 앞 정원은 물론, 잔잔한 물결이 아름다운 춘당지 주변, 그리고 정조의 숨결이 느껴지는 명정전 앞마당 등에서 복숭아꽃 무드등 두 개를 나란히 내려놓고 셔터를 눌렀다.

창경궁 대온실 안.
창경궁 대온실 안 (본인 촬영)

창경궁의 '정조의 꽃' 행사는 우리 가족에게 효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 귀한 선물이었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딸과 나눈 수많은 이야기는 그 어떤 선물보다 값졌다.

무드등을 창경궁 화단에 놓고 사진을 찍고 있는 딸.
무드등을 창경궁 화단에 놓고 사진을 찍고 있는 딸 (본인 촬영)

부모님께 보낼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열심히 누르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흐뭇했다. 거창하고 값비싼 선물은 아니어도 아이와 함께 효의 진정한 의미를 공유한 이 시간이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효도로 다가왔다. 또한 이 사진들을 받아보실 부모님도 손녀가 정성껏 만든 꽃과 마음을 보며, 얼마나 좋아하실지 눈에 선했다.

창경궁 춘당지 앞.
창경궁 춘당지 앞 (본인 촬영)

내년 어버이날에는 부디 건강을 온전히 되찾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이 아름다운 창경궁의 길을 함께 거닐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그때는 오늘 우리가 만든 이 복숭아꽃 무드등보다 더 밝은 웃음이 가족 모두에게 피어나길 간절히 기대한다.

☞ (보도자료) 복숭아꽃 효도등 만들며 「봉수당진찬도」 속 정조의 효심 배운다


김윤경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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