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해외 출국을 위해서만 찾던 공항을 조금 다른 이유로 방문했다. 그것도 거의 20년 만에 찾는 제1여객터미널로 말이다. 해외여행이 잦지만, 평소 제2여객터미널만 이용했었고 항공기 탑승 목적을 제외하고는 공항 시설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공항에 숨겨진 명소가 많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내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찾은 이유는 공항 내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홍보관을 둘러보고, 7월 19일부터 29일까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세계유산위) 기념 특별 방문자 여권을 현장 수령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정책 기사로 홍보관의 매력을 한껏 느낀 나는 세계유산위 현장에 직접 방문해 분위기를 살펴보고 특별 여권 이벤트에도 참여해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었다.
시간이 흘러 제48차 세계유산위가 개최된 다음 날, 나 역시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세계유산위는 19일 일요일부터 29일 수요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참고로 정부와 관련 단체,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세계유산위 개최를 맞아 다양한 전시 및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역에 도착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차를 빌려 김해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행사인데 왜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주변 도시를 방문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세계유산위 개최 기간 중 대한민국관에서 진행하는 특별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세계유산위는 제48차 세계유산위 기간 특별 방문자 여권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었다. 세계유산위가 개최되는 기간, 부산 벡스코에 대한민국관(K-Heritage)이 열렸는데, 방문 전 최소 네 곳 이상의 국가유산 스탬프 거점에 방문해 스탬프를 찍은 뒤 대한민국관에 방문하면 특별 기념품을 증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스탬프를 찍기 위해 방문한 첫 번째 장소는 김해 수로왕릉. 부산에는 꽤 많이 방문했지만, 김해공항을 통해 이동한 것을 제외하고 김해에 방문한 적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유적지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날은 더웠지만, 김해에 있는 국가유산을 돌아보며 스탬프를 찍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스탬프 투어를 즐겼다.

이튿날, 아침 일찍 부산 벡스코로 향했다. 세계유산위가 열리는 중앙문을 지나 대한민국관이 운영 중은 측문 쪽으로 이동했다. 평일 오전 9시 40분경에도 이미 많은 방문객이 대한민국관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시원한 공기를 느끼며 천천히 이동하던 중 함께 방문한 친구가 "우리 뛰어야 할 것 같은데?"라는 말을 꺼냈다.

친구가 가리킨 곳에는 이미 수많은 방문객이 긴 입장 대기줄에 서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대기줄을 향해 기다리니 대한민국관 내부로 금방 들어섰다. 이제 천천히 대한민국관을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큰 착각.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국가유산 미디어아트관에서 또다시 많은 인파를 마주해야 했다.
다른 곳보다 긴 대기줄이 있는 이유는 바로 이곳이 스탬프투어 특별 기념품을 받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안내 직원은 오늘은 선착순 400명에게 기념품이 제공되고 있다며 전시관 관람만을 위해 입장한 방문객도 있는 만큼 400명 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안내를 전했다.

줄이 줄어들며 잔여 기념품 수량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혹시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대기줄 앞에 다다랐을 때 80개가량의 기념품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제야 마음을 내려놓고 미디어아트 전시를 즐길 수 있었다.

각각 다른 테마로 꾸며진 미디어아트 전시는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수많은 미디어아트 전시를 통틀어서도 굉장히 우수하게 느껴졌다. 특히 미디어와 실물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색, 형태 등 다양한 요소들로 꾸며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전시 중간중간 엽서와 같은 소소한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마지막 공간에서는 긴 미디어 월에서 쏟아져나오는 빛을 느끼며 전시관을 나올 수 있었다. 세계유산위 기간 중 대한민국관을 방문한 목적인 특별 기념품도 받을 수 있어 더욱 즐거웠던 전시관, 이제 방문객 인파에서 벗어나 대한민국관을 천천히 돌아봤다.
이미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산사, 성곽은 물론 기록유산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들, 그리고 이번 세계유산위 기간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인 갯벌과 관련된 다수의 전시 부스를 돌다 보니, 금세 시간이 흘렀다. 전시 중간중간 멀리서 들려오는 공연 프로그램부터 수문장 교대 의식까지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대한민국관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 가득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세계유산위를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이날 함께 대한민국관을 돌아본 친구는 "수도권에서는 홍보가 잘되지 않았는데, 현장에 와보니 흥미로운 전시관이 가득한 것은 물론, 다양한 기념품을 받을 수 있어 더욱 만족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일부 전시관에서 기념품을 목적으로 방문객이 충분히 전시를 즐기지 못하고, 관람에 다소 방해가 된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울산에서 세계유산위 기간 대한민국관을 방문하기 위해 찾았다는 최수용(40대) 씨는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전시관인 것 같다고 말하며 "이쪽 지역(경상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체로 다 알고 있는데 다른 지역의 국민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더 알릴 수 있는 국제 행사인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내 최초로 열린 제48차 세계유산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했다. 본 회의가 처음으로 열린 20일에는, 무력 분쟁, 기후변화 등 세계유산이 마주한 복합 위기에 범국가가 함께 대응하고 협력하자고 약속한 부산 선언이 채택됐고, 25일 회의에서는 '한국의 갯벌'의 세계유산 2단계 확대 등재가 결정되기도 했다. 이로써 여수, 고흥, 무안, 서산의 갯벌이 추가되고 기존 유산의 경계도 확대됐다고 평가된다.

제48차 세계유산위와 대한민국관은 7월 29일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다양한 국제 이슈가 많은 요즘, 부산 선언의 채택과 한국의 갯벌 확대 등재는 단순한 성과를 넘어 국가유산에 대한 대한민국의 위상과 영향력 확대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주말 한때 4시간의 대기줄이 형성되었다는 대한민국관을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즐기고,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열린 세계유산위가 진행된 건물을 둘러본 특별한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번 세계유산위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국가유산과 문화 영향력을 넓혀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계속 뻗어나가길 응원한다.
☞ (국민이 말하는 정책) 인천국제공항 국가유산 홍보관과 '세계유산위원회' 기념 특별 방문자 여권
☞ (보도자료) 세계유산위원회 기념 개최국 공식 전시관 '대한민국관' 20일 개관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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