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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신남방정책을 비롯한 외교지평을 넓히기 위한 신외교 구상을 아태 지역 국가들에 알리며 협력을 강화하고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관계 회복과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아세안 핵심국가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의 북핵 정책에 대한 지지 및 협력을 확보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안보리결의의 철저한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직전(8일부터 10일) 국빈 방문을 해 개최한 한·인도네시아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외교를 주변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신남방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에 합의하고 공동비전성명을 채택함으로써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기반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와 양자 간 정상회담을 통해 한·아세안 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키기 위한 미래공동체 구상을 소개하고 인프라 구축, 방산 협력, 중소기업 및 4차 산업혁명 관련 협력 등을 통해 한-아세안 협력 기반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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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1일(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제공=청와대)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두 번째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관계 개선에 합의한 것이다. 10월 24일 페막된 중국의 19차 당 대회 이후 처음 시진핑 주석과 만난 이번 정상회담은 비록 짧은 시간동안 진행됐지만 지난 7월의 G20 정상회의 개최시 만났을 때와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그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19차 당 대회 이후 첫 번째로 개최한 한중 정상회담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중국은 2017년에 당 대회 개최를 비롯해 산적한 국내문제에 치중하느라 한중관계를 포함해 대외관계 전반에 현상유지 내지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19차 당 대회 이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며 한중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미래지향적 한중관계 발전에 합의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 방면에서 한중 양국의 광범위한 공동 이익이 있음을 강조하고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양국 관계의 안정된 발전을 추진하길 원한다고 언급한 것은 미래지향적 협력에 방점을 둔 것이다.
사드문제에 대한 한중의 입장 차이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고 문제가 해소된 것도 아니었으나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중국 측 의지에 변화가 감지됐다. 중국은 여전히 사드에 대해 중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우리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전혀 아니고 오로지 복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사드문제에 대한 이견이 남아있지만 이 문제에 매달리기보다 이를 옆으로 제쳐놓고 미래를 위해 양국이 같이 협력해 나갈 것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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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1일(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제공=청와대) |
셋째, 이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10월 31일 발표된 한중관계 개선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을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양국 간 교류협력을 정상화하는데 합의를 함으로써 사드국면으로 악화된 한중관계 회복과 개선을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넷째,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문 대통령이 12월 중 중국을 방문해 다시 한중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북핵문제를 비롯한 의제들을 다시 만나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신시기 새로운 중국을 강조하는 집권 2기의 시진핑 정부와 새로운 차원의 한중관계를 정립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문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참가 요청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참석하도록 노력하겠고 못가게 되면 다른 고위급이 참석하도록 하겠다고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한중간 협의과정에서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은 평창 올림픽 개최에 중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나치게 양보하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중국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관행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국이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가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APEC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이제 시작일 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향후 더 많은 외교적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결실을 맺기 위한 전략과 실행 계획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12월에 개최될 세 번째 한·중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 재정립을 위한 의제와 북핵문제에 대한 한중 양국의 협력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중국은 새로운 시기, 새로운 중국을 위한 구상과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 한중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북핵문제에 관해서도 미중의 입장과 부합되는 방안들을 제시함은 물론 한국의 역할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사드문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슈에서 중국이 한국의 입장과 의지를 시험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중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신뢰를 구축하는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