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

이후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2020년에는 시간당 만원이 달성된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진영에서는 짧은 기간에 인상폭이 과중하다고 본다. 일자리는 줄고 물가는 올라서 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동의하기 어렵다.

저임금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영세사업자들의 원가구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수 있는 수요증대 효과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에게 국가가 법률로 정하는 임금의 하한선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비를 높여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어 생활기본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근로자가 자신의 대부분의 시간을 투입하여 근로활동을 할 때 기초생계가 유지되는 수준의 대가는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최저임금인상의 필요성에 대하여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주저하게 되는 것은 최저임금의 인상이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사용자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한편 저임금 근로자들의 낮은 생산성이 근로자들의 책임인가 혹은 사용자들의 책임인가 냉철하게 판단해볼 필요도 있다.

저임금의 동전의 다른 면인 낮은 생산성은 대체로 사용자가 준비한 시설투자에 기인하는 것이다. 같은 수준의 노동의 질을 가진 근로자도 설비투자가 잘되어 있는 회사에서는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고 설비투자가 부족한 회사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임금을 근로자의 낮은 생산성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현실에서 최저임금이 빠른 속도로 인상될 경우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들이 시설의 자동화 또는 업무의 외주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사업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에 대한 보도도 있으나 그것은 이미 그 이전에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최저임금의 인상은 그동안 저임금에 기대어 생존해 왔던 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그 빈자리를 기술력이나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차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창조적 파괴’의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사업주들을 일자리안정기금을 편성하여 돕기로 했다.

2018년에 최저임금 인상분 중 최근 5년간의 평균인상율 7.4%를 웃도는 추가인상분 9%에 해당되는 부분인 13만원을 2018년에 한하여 보조한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원칙적으로 30인 미만 고용사업주에게 국한하여 지원하는데 업종별로 예외를 두어 공동주택의 경비 및 청소원 등은 고용인원이 30인이 넘더라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으며 반대로 30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과세소득 5억 이상 고소득사업주, 임금체불 명단공개 사업주 등은 지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 외에 정부는 사회보험에 신규로 가입하는 노동자 1인당 월 22만원, 총 1조원 규모의 사회보험료 경감대책도 집행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재정적인 도움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업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는 몇 가지 꼭 필요한 제도적 개혁이 있다. 영세사업자들의 원가비용에서 상대적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로열티에 대한 것이다.

임대료는 기본적으로 고부동산가로 인한 것이므로 부동산정책으로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더라도 이미 높은 수준이 되어버린 임대료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나 임대인이 협상력이 약한 임차인의 상황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임대료인상 상한제나 계약기간 자동갱신 규정 등이 왜 제대로 작동 안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하여 제도를 보완하여야 한다.   

프랜차이즈 체인업계에서 기존관행의 이름 속에 가맹점주들에게 과도하게 부담지우는 높은 임대료, 카드수수료, 판촉비, 가맹로얄티, 그리고 불공정한 이익금 분배방식 등에 관해 개정권고를 할 필요가 있다.

인건비는 무조건 점주가 부담하고, 나머지 제비용(임대료, 광열비, 폐기물 반품불가 손실, 판촉비 분담금 등)은 본점이 단독 결정한 방식을 따르도록 계약서에 규정한 뒤 상황에 따라 각종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점주를 길들이거나 최소한의 적자보전용으로 지급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공정한 관행이 개선되도록 제도개정 및 행정지도가 이루어지면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우려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