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위기’라는 낯선 표현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새로운 감염병인 코로나19는 우리 국민의 생명 뿐 아니라 삶과 경제까지 뿌리째 흔들고 있다. 그러나 위기 속 대한민국은 어느 때보다 강한 모습이다. 감염병의 최전선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은 의료인들, 위기의 현장으로 선뜻 달려간 자원봉사자들,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 월세를 받지 않는 건물주들, 더 필요한 이들을 위해 마스크를 양보하고 성금과 물품, 마음으로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국민들.
그리고 정부가 상생과 공존을 위해 선정하고 있는 ‘자상한 기업’들도 자상한 행보로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다. 자상한 기업은 자발적 상생협력기업의 줄임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부터 상생과 공존의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업체들을 발굴,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하고 있다.
자상한 기업은 이들이 보유한 인프라(기반), 상생 프로그램, 노하우 등의 강점을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협력사와 미거래기업에까지 공유한다. 코로나19 사태 속 자상한 기업들은 이 같은 가치의 실현을 통해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자상한 기업 1호인 네이버는 기업의 특성을 살려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들의 지원에 나섰다. 이들 기업의 원격 근무에 필요한 솔루션들을 한시적으로 무상 제공하는 것이다. 화상회의와 전자결재 등 비대면 업무 지원을 위한 네이버의 협업 솔루션인 ‘라인웍스’와 원격 근무를 위한 출퇴근 관리, 음성·영상회의, 회계처리 등을 지원하는 협업 플랫폼 ‘워크플레이스’를 6월말까지 무료로 배포한다.
네이버쇼핑은 모든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에게 ‘라이브 커머스 툴’을 3월 내에 제공하기로 했다. ‘라이브 커머스 툴’은 오프라인 판매자들이 실시간 라이브 영상을 통해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능이다. 고객과의 실시간 채팅, 상품 사전 태깅, URL 공유 기능 등이 가능하다. 고객은 ‘라이브 커머스 툴’을 통해 매장에 방문할 필요 없이 상품 전문가와의 실시간 채팅으로 상품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런가하면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예체능 레슨 업종 소상공인을 위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간 결제 수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소상공인의 성장을 위한 파트너스퀘어 교육 프로그램은 온라인 강의로 전환해 이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질의응답이 많은 심화 교육 과정은 실시간 채팅 기능을 도입해 차질없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IT인프라 지원을 위한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을 사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1만 3000곳에는 3~4월 동안 서버 비용을 50% 인하해주기로 했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상반기까지 지원금액 규모가 최대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자상한 기업인 포스코는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구호기금 50억원을 지원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14개 계열사들과 함께 의료용품과 생필품 등을 포함해 총 300억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긴급 지원했다.
이뿐 아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들이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1조원 규모의 상생펀드와 물대지원펀드 등 펀드를 조성해 운영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협력사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물품대금 1조 6000억원도 조기 지급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경험을 활용,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삼성전자의 제조전문가가 마스크 제조업체 현장에 투입돼 신규투자 없이 기존 보유설비를 활용해 짧은기간에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삼성전자의 상생활동은 또 다른 상생을 낳았다. 신규 마스크 제조업체인 화진산업은 삼성전자와 중기부의 지원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 설비 비치를 공간에 최적화하고 부족한 필터나 원료 등의 공급처를 연결받는 등의 노력으로 전반적인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마스크 생산량이 하루 4만개에서 10만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화진산업은 생산 증대로 얻은 이익을 사회와 함께 나누기 위한 차원에서 공영 홈쇼핑에 노마진 마스크 100만개를 공급했다.
금융권 자상한 기업들도 업종 특성을 살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코로나19 피해기업을 위한 신속한 금융지원 체계로 전환하고 피해를 입은 소상공과 중소기업에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피해지원 채권(소셜본드)’ 등을 발행,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금융지원과 코로나19 확산방지 활동을 위해 쓰기로 했다.
다음달 초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1조원 규모의 특별대출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개국 162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코로나19 해외 신속 지원팀을 운영, 해외 진출 국내기업의 금융 애로사항과 교민의 불편사항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착한 임대운동’에 동참해 전국 신한은행 소유 건물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임차료를 감면한다. 월 임차료의 30%를 월 100만원 한도로 3개월간 감면해 지역 경기 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소상공인의 피해 극복을 지원 중이다.
국민은행은 자상한 기업 협약을 맺은 자영업 외식업자를 위해 외식업 특화 금융 상품 규모를 450억원 확대하고 지원대상에 숙박업·여행업도 포함시켰다. 이들에 대해서는 보증 비율을 85%에서 100%까지 높여주고 보증료율은 1.2%에서 0.8%까지 낮춰주기로 했다. 대구·경북지역 국민은행 거래고객을 위해서는 자동화기기(ATM)·인터넷·스타뱅킹 이용수수료 등을 면제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대구·경북지역 전통시장에서 총 6억원 상당의 생필품 구매해 돌봄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내 아동과 청소년 등 취약계층에 전달하고 전국 지역아동센터 1900개소에는 마스크와 손소독제, 체온계 구입비용을 지원했다.
우리은행 역시 자상한 기업 협약을 맺은 코로나19 피해 여성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기업 특화금융상품 규모를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2배 확대했다. 또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을 위해 보증기관의 특별출연을 통한 지원과 특별 경영안정자금 1000억원 등 총 4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코로나19 피해기업 위해 기술보증기금과 업무협약을 체결, 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한다.
또 특별전담심사반은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우선지원 사업자 7000여곳(개인사업자 6000여곳, 중소법인 1100여곳)을 선정, 해당 기업의 대출 신청건에 대해 2영업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하는 ‘신속 심사 지원’ 제도를 실시중이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그룹 연수원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하나은행도 팔을 걷어붙여 전 영업점에 ‘코로나19 금융지원 전담창구’를 운영 중이다. 피해를 입은 중견·중소기업·개인사업자에 대해 4000억원 한도 내에서 업체당 최대 5억원까지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대출의 만기 및 분할상환 도래 시 원금상환 없이 최장 1년까지 상환을 유예하며, 최대 1.3%포인트의 금리 감면도 해준다.
지난 연말 국내 10번째 자상한 기업이 된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경북지역에 위치한 그룹 연수원 2곳(경주인재개발연수원·글로벌상생협력센터)을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19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아울러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소상공인들을 위해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지역화폐와 온누리 상품권을 구입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또 350여개 중소 부품 협력사들을 위해 3080억원 규모의 경영 자금 무이자 지원, 납품대금 5870억원 및 부품 양산 투자비 1050억원 조기 결제 등 1조원 규모의 자금 집행에도 나섰다.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 현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 헌혈캠페인도 진행한다.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헌혈버스 4대를 이용, 울산공장을 순회하며 직원들의 자발적인 헌혈을 유도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혹은 예상을 뛰어넘는 위기에 기업과 국민, 정부는 운명 공동체가 됐다. 서로를 위로하고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에 함께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