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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 |
코로나19의 국내 산업에 대한 영향
코로나19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 우한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면서 일부 부품의 납기지연과 이로 인한 자동차 생산차질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국내외 수요와 매출, 그리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전세계적인 생산기반의 붕괴에 대한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화로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물과 금융 부문의 복합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주요국들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연초에는 3.3%로 예상했던 2020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불과 3개월만인 지난 4월 중순에 –3%라는 극적인 수치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국내에서도 실물부문의 리스크가 금융부문으로 확대되면서 기업의 유동성 압박과 신용경색으로 흑자도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던 시기에는 어느 정도 양호하던 우리나라의 산업은 전세계의 물류와 사람의 이동이 멈춰서기 시작한 3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4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3%나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회복기로 접어들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반도체 가격 급락에 의한 수출위축의 충격에 놓였던 2019년에 비해 2020년에는 다소간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수요 절벽 앞에서 2020년의 수출은 2019년에 비해 10%p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별 영향은 다소 차이가 있는데, 반도체의 경우 비대면 사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서버 및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늘어나면서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통신기기·이차전지는 중국에서 우리 제품으로 구매선이 대체되면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 의료용품 위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출감소를 일부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전반적인 위축세를 저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동차·조선·석유화학·디스플레이 산업은 수요 감소와 함께 제품가격 하락에 국제유가까지 떨어지는 삼중고에 직면하면서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소비, 투자와 관련이 높은 기계·철강·섬유의 수출도 급격한 감소가 불가피하다.
해외에서의 코로나19 급증으로 발생하는 조달 차질과 세계적인 수요 위축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주요 산업의 생산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수요 비중이 높은 자동차·조선·일반기계·석유화학·섬유·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 산업의 생산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해외 생산의 경우 해외 수요 감소와 해외법인으로의 인력이동 제한으로 인해 현지 생산 설비의 가동률 하락이 예상된다. 미국, 중국 등에 진출한 자동차·디스플레이의 해외 생산이 1차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면 해외 생산·가공기지 비중이 높은 가전·섬유는 물론이고 반도체·이차전지 등에서도 해외 생산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제조업 기반이 붕괴되면 국가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인식한 주요국들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을 도모하고 있어 자동차·기계·반도체·이차전지 등에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국내 수출로 이어지려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지 않아야 하고, 국내 제품의 수출이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대응과정에서 산업·기술 분야의 주요 성과
우리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출입국 금지조치에 따른 해외 수출활동의 제한, 해외 전시회 취소로 인한 수주 기회 축소에 이어 해외 주문 취소나 결제지연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기존 거래처의 관리를 강화하고 긴축경영을 하는 와중에 다른 수출선을 탐색하느라 비용이 늘어나는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금융, 비대면 수출 지원, 기간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지금 조성, 유동성 부족 기업인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생산 및 수출에서의 애로사항을 청취하여 단기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으며 국내 수요 창출을 통한 국내 산업생태계의 유지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책지원은 유지보존 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 시대 재편되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적극 대응하고 산업과 기업의 혁신의 기회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위험상황하에서 세계적으로 원격진료의 적용이 급속하게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에서도 새로운 표준이 만들어지고 있다.
K-방역이라는 브랜드로 새로운 진단과 치료기법이 생겨났으며, 메뉴얼로 만들어 세계 각지로 수출되고 있다. 의료용품, 위생용품, 건강식품, 홈쿠킹, 홈뷰티, 청정가전, 디지털장비를 코로나 시대 신수출 7대 상품군으로 정하여 비대면으로도 해외 수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여기에 5G 등 비대면 산업, 가공식품 등 홈코노미, 진단키트, 세정제 등의 K-방역 산업을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포착하여 적기에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본드 캐피털의 파트너인 매리 미커는 ‘포스트 코로나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하여 디지털 전환 가속화, 온디맨드 비즈니스의 부상, 디지털 헬스케어의 혁신 촉진, 재택근무 확산으로 워라밸의 재정립, 공공부문 디지털화 가속화, 스포츠의 e-스포츠화를 향후 예상되는 주요한 변화의 방향으로 정리한 바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성장 산업과 기술의 출현과 확산이다. 올해 1월에 2000만명에 불과하던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Zoom)의 이용자가 4월초에 이미 2억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급속한 이용자 확대는 잠재되었던 기술적 결함을 보였지만 집약된 시행착오를 통해 기술적 측면이나 서비스 방식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화상회의나 원격근무, 재택근무 등의 비대면 비즈니스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일하는 방식과 가정생활의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치료제, AI 기반 실시간 질병진단기술, 실시간 생체정보 측정·분석기술, 실감형 교육을 위한 가상·증강현실 기술, 대용량 통신기술, 개인맞춤형 모빌리티, 배송용 자율주행로봇, 협동로봇, 인수공동감염병 통합관리기술, 드론 기반 3차원 영상화기술, 화상보안통신기술, 동형암호 이용 동선 추적 시스템 등이 유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술개발 혹은 상용화 초기이던 주요한 기술과 제품들이 빠르게 시장에 출현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과 산업·기술분야 주요 과제
한편 코로나19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국가에서의 생산과 교역에서의 지연 혹은 중단이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을 통해 전세계로 파급·전이되면서 글로벌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치·군사적 위험 이외에도 생물학적 위험, 국가별 대응수준과 불확실성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비용이나 시장 이외에 중요한 고려요인으로 등장하면서 전략부문의 공급망 자립화와 자국내 생산기반 구축을 서두르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지역별 혹은 국내 공급망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기존의 ICT 제조업과는 달리 신제조업(Advanced Manufacturing) 관점에서 새로운 발전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EU도 ‘European First’라는 자국 중심주의에 입각하여 기술주권(technoligy sovereignty) 확립 차원에서 리쇼어링을 모색하고 있다.
장 폴 로드릭 교수는 “향후 글로벌 경제의 이중구조화가 예상되는데, 생필품의 국산화와 함께 첨단제품의 글로벌화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일방적인 경제민족주의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양상으로 재편되는 것이므로 우리는 이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성장 산업과 유망기술을 성장동력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 기반을 조기에 마련하여 성장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비대면 산업과 원격 헬스케어 부문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염병뿐만 아니라 고령화, 만성질환에 대응하는 바이오헬스 분야 의료장비 및 서비스 분야의 산업화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 항바이러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 메디컬 섬유, 의료용 소재, 공기정화, 건강 가전 등 헬스케어 관련 제품의 국내 생산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재택근무 확대, 생활방식 변화로 스마트가전, 가정식 대체식품(Home Meal Replacement 등) 경험소비에 의해 시장이 확대되는 품목들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비즈니스의 성장이 더욱 빨라질 것이므로 플랫폼 입점 지원 등 온라인 시장 진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재택, 온라인 교육 확산에 대응하는 디지털 컨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스마트 홈 서비스, 통신 인프라 등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을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체험적 마케팅 플랫폼,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 역량 강화, 패션의류산업과 빅데이터, AI, AR 및 VR의 융합을 통한 소비자 맞춤형 디자인 제안, 가상 코디네이터, 가상 피팅룸 등 체험적 마케팅 플랫폼 확산 등이 있다. 그리고 비대면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수요증가세가 높아지는 반도체, 바이오, 디스플레이, 통신기기 등 기간산업에서도 신제품의 생산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한 이번에 원격진단시스템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었는데, 규제 개선으로 의료서비스 및 진단장비 산업의 확대에 적기 대응해야 한다. 감염병 확산으로 원격의료 분야의 중요성과 효과에 대한 공감대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인간대상 연구자 혹은 인체유래물질 연구에 대한 정보수집과 이용 등에 대한 정보이용 제약이 여전히 남아있는 데이터 3법이 법적 안정성과 실효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원격 모니터링과 진단에서 의료보험 수가를 정하여 관련 전문가가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 데이터의 분석과 이용을 통한 가치창출 과정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시장과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 스마트 제조 전환과 국내 산업생태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국내 생산기반 확충으로 공급망의 글로벌화에서 오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제조전문기업의 육성과 제조공장의 국내 유턴을 지원하는 인프라 확충이 되어야 한다. 핵심 부품, 기자재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라이센스 생산, 생산공장 유치 또는 Joint Venture 활성화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나아가 산업지능화, 스마트 제조와 연계하는 새로운 제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19년 6월 정부가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앞당겨 추진해야 하며, 제조혁신과 공급사슬 구조 개선으로 국내 산업생태계의 강건성과 복원성을 높여야 한다. 스마트 제조로의 이행을 위한 투자 지원과 인적자본의 확충을 위한 노사 협력 여건 조성과 디지털 교육 확대가 전제가 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산업지능화와 연계된 5G 통신설비, 로봇, 3D 프린터,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센서, 시스템반도체 등의 국내 공급역량 확보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재편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중요하다. 제조업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새로운 가치사슬에서 주요국들과의 공조를 통해 신호무역주의 혹은 경제민족주의가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 우리의 산업발전 전략과 대상국과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면서 국제협력과 경쟁을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인도, 아세안 등 지리적 중요성이 높아지는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산업협력신을 통해 생산거점의 포트폴리오 구축과 유망시장 진입 경로를 확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