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은 14일 개청 기념식에서 ‘연내 코로나19 치료제 확보, 내년 국산 백신 확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13일 방송한 KTV 다큐멘터리 <PD 리포트 이슈 본(本)>을 정리·게재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종식시키고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통상 백신은 개발에서 시장출시까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정도 소요되지만 주요 국가들은 이러한 규제를 풀고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은 탓에 시간은 크게 단축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 달 5일 세계에서 네 번째로 영장류 감염모델 개발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를 통해 코로나19 환자 증상과 전파의 특이성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도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리라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 등 총 2건이 현재 임상 진행 중으로, 아마 올해 안에 2~3개가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안으로 임상 3상을 거쳐 허가를 받기란 쉽지 않는데, 허가에서 생산까지 10년 넘게 걸리던 과정이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송 차장은 “백신개발은 안전성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터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코로나19의 ‘감염병 세계적 유행’으로 대처가 급해지는 만큼 안전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얼마 전 현실로도 드러났는데,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9일 공식 성명에서 “안전을 위해 백신 실험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백신개발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태를 키우지 않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보건당국이 올 가을 독감 예방접종을 강조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모두 다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기 때문에 증상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에 의한 중증환자는 물론 인플루엔자 합병증으로도 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렇게 양쪽에서 중증이 발생하면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연유로 정부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것에 대비해 무료백신을 기존 3가에서 4가로 변경하면서 전 국민의 37%인 1900만 명이 무료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넓혔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 백신 효과가 접종 2주 뒤부터 나타난다는 점과 독감 유행 기간 등을 고려한다면 11월까지 인플루엔자 백신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백신은 바이러스 감염 전 미리 투여하는 일종의 예방 의약품이며, 치료제는 바이러스 감염 후에 투여하는 치료 기능의 약물이다.
코로나19의 구체적인 백신 출시는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으로 보고 있는데, 다만 일반인의 접종은 이보다 수 개월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WHO 세계보건기구도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어도 광범위한 접종은 내년 중반까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세간의 관심은 치료제에 모아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의 공백을 메우고 피해를 최소화 할 ‘징검다리’가 바로 신속한 치료제 개발이기 때문으로,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는 혈장을 이용한 치료와 기존 약물을 이용한 처방, 그리고 항체 치료제 등 3가지로 나뉜다.
먼저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 속에 포함된 중화항체 등을 농축해 제제화한 것으로, 다른 신약보다 비교적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혈장 치료제를 GC녹십자와 국립보건연구원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데, 이번 달부터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올해안에 임상시험을 마치고 국내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무상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다만 상용화를 앞당기려면 무엇보다 완치자의 혈장 공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두번 째 치료제인 기존 약물을 이용한 처방, 즉 ‘약물 재창출’은 FDA가 승인한 약물 중에서 코로나19의 치료 가능성이 있는 약물을 탐색·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류왕식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은 “신약 개발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반해 약물 재창출은 이런 기간을 생략하고 인체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을 사용하기때문에 3개월에서 6개월이내로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유로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에이즈와 말라리아 치료제가 기대를 모았으나 임상시험에서 유의한 효과를 내지 못해 치료제 후보군에서 멀어진 상태다.
최근에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렘데시비르’가 주목받고 있는데, 미국 국립보건원 임상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기간과 사망률이 각각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6월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 자격으로 특례수입을 승인하면서 조건부 수입허가 품목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렘데시비르는 기대만큼 뛰어난 효력을 보이지는 못했는데, 방역당국은 이 약물이 실제 코로나19 표준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항체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한 치료제로, 국내에서는 혈장치료제와 함께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체치료제는 그 항체치료제를 투여함으로써 바이러스가 항체치료제와 결합해서 사람의 세포에 결합하는 걸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을 수 있는데, 혈장 치료제와 달리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발이 된다면 더 널리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갑 교수는 “혈장치료제에 있는 항체의 양보다 항체치료제에 있는 항체의 양이 훨씬 더 고농도이기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항체치료제에 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항체치료제 개발에 착수해 임상 1상 완료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신속한 개발을 위해 임상 2상과 3상의 동시 진행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기업과 병원, 연구기관 등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몰두 중으로, 임상 건수나 진행 단계로 볼 때 백신보다는 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편이다.
정부도 코로나19의 안전한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해 충분히 확보할 때까지 아낌없는 예산은 물론 과감한 규제개선 등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세계 최초가 아니더라도 국가 책임하에 끝까지 개발해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힌 만큼, 하루 빨리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