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여름이 끝나면 집 나갔던 입맛도 돌아와 밥상머리에 앉는다. 여름이 가도 가을이 와도, 최고의 밥도둑은 법성포 보리굴비다. 냉수에 훌훌 말아 짭조름한 굴비 한 점을 얹어 먹으면 밥이 입에 착착 붙는다. 영광의 밥도둑에는 굴비 말고도 덕자와 게장이 빠지지 않는다. 한여름에 가장 맛있다는 쫀득하고 매콤한 덕자찜과 칼칼한 양념장으로 무쳐낸 꽃게장까지, 밥도둑들이 굴비 엮듯이 줄줄이 나오는 영광의 밥도둑 밥상을 찾았다. |
조기와 굴비의 모든 것, 법성포굴비정식 |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툇마루에 앉아 먹는 소박한 밥상을 꿈꾼다. 구수한 보리차에 밥을 말아 한 숟갈 뜬 뒤, 말린 굴비를 쪽쪽 찢어 고추장에 찍어 올려 먹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굴비 하면 영광 법성포가 먼저 떠오른다. 자연산 참조기든, 양식으로 키운 부세든, 영광의 천일염에 절여서 법성포 해풍에 말리는 굴비가 제맛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 가운데 으뜸인 조기는 몸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효험이 있다 해서 ‘조기(助氣)’라고 불렸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서 성장 발육과 원기 회복에도 탁월하다. 양식이 되지 않는 참조기는 법성포에 가야 참맛을 볼 수 있는데, 영광에서도 법성포굴비정식, 명가어찬, 다랑가지, 문정한정식, 비체뜰식당 등을 꼽을 수 있다. 굴비를 직접 말리는 법성포굴비정식 식당에 가면 조기와 굴비를 이용해서 만드는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법성포굴비정식의 주인장은 12월 20일쯤 굴비를 널어서 두 달가량 바람이 가장 차가울 때 바싹 말려 거둬들인다. 간을 세게 하지 않아서 날짜를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천일염으로 간하고 해풍에 말리는 과정에 따라 굴비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조기와 굴비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음식이 나오는 굴비한정식은 조기어죽으로 부드럽게 시작한다. 어죽 외에도 조기전, 굴비구이, 보리굴비, 고추장굴비, 조기찜, 조기지리탕, 조기젓갈까지 8가지 메뉴가 차근차근 나온다. 누가 뭐래도 굴비한정식의 주인공은 쌀뜨물에 담가서 염분을 줄이고 찜통에 쪄 쪽쪽 발라먹는 보리굴비다. 굴비만으로도 감칠맛이 좋아 밥 한 공기는 거뜬하게 해치울 수 있지만, 과일을 갈아 넣어서 담근 꽃게간장게장도 은근히 밥도둑이다. 굴비정식 밥상에서 밥 한 공기 추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담백한 조기전과 알배기 조기찜은 조기의 선도가 좋아서 살이 쪽쪽 일어나고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보리굴비를 통째로 고추장에 재웠다 찢어서 먹는 고추장 보리굴비는 매콤하고 짭조름한 맛이 밥을 부른다. 다행히 법성포굴비정식 식당의 반찬은 전체적으로 간이 세지 않다. 맑게 끓여내는 조기지리탕도 시원하다. 한정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오는 20여 가지 반찬도 심심하고 담백하다. 매콤한 양념에 조린 알배기 조기찜과 젓갈 특유의 쿰쿰한 맛이 매력적인 조기젓도 밥반찬으로 딱 좋다. |
법성포굴비정식 식당은 칠산 바다를 사이에 두고 법성포 굴비골목에 있다. 식당 오픈을 준비하며 담갔다는 6년 된 묵은지가 굴비정식의 홍어삼합에 곁들여 나오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법성이 고향인 주인장이나 종업원이나, 밥상 앞에서 굴비 이야기만 나오면 청산유수다. 보리굴비와 굴비구이를 먹기 좋게 발라주면서 법성포의 역사며 굴비의 자부심을 맛깔스럽게 풀어낸다. |
덕자찜과 꽃게장 양념이 밥도둑, 해촌식당 |
영광터미널에서 5분 거리에 해촌식당이 있다. 법성포 해풍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부세를 바짝 말려 녹찻물에 말아 먹는 마른굴비 녹차얼음밥이라는 점심 메뉴로 유명해진 식당이다. 양식 조기인 부세의 비릿한 맛을 시원한 녹찻물로 잡고 꽃게의 살만 발라낸 양념게장이 나오는 점심 특선도 가격 대비 실속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해촌의 베스트 메뉴는 덕자찜이다. 5월에서 6월에는 병어와 주꾸미, 7월에서 9월에는 덕자와 굴비, 9월에서 11월에는 전어, 12월에는 숭어가 기다리고 있지만, 9월까지는 덕자찜이 최고 메뉴다. 덕자는 병어류의 생선 중 크기가 월등히 크고 지느러미가 검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병어보다 살이 차지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덕자는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고 타우린, 글루탐산 등 아미노산이 풍부해 원기 회복에 탁월하며,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음식이다. 맛 좋고 영양가가 풍부한 만큼 가격도 시가로 책정한다. 5만 원에서 7만 원까지 매일 들어오는 생선 크기에 따라 달라지고, 예약하면 3~4인분에 맞춰 조리해주기 때문에 가격이 그때그때 다르다. 어느 계절이든 냉동 생선을 쓰지 않고 생물만 갖다 요리하는 것이 해촌식당 음식맛의 첫 번째 비결이다. 두 번째 비결은 영광에서 구매한 태양초 고춧가루를 넉넉히 사용하고, 된장과 고추장으로 양념의 비율을 맞춰 맛을 낸다는 것. 싱싱한 마늘과 향이 좋은 생강을 듬뿍 다져 넣고 양파로 단맛을 내는 등 천연 재료로 맛을 내는 것이 세 번째 비결이다. |
덕자찜의 조리 과정을 보면 사실 찜이라기보다는 조림에 가깝다. 생선살이 워낙 두툼해서 예약 1시간 전부터 조림을 시작한다. 흥건한 양념장에 덕자를 담가 푹 조려내는 덕자찜은 통통하고 담백한 살을 발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생선살과 양념장을 밥에 쓱쓱 비벼 먹어도 칼칼하고 시원한 두 가지 맛이 어우러져 밥 한 공기 뚝딱이다. 해촌식당에서는 1인당 밥 두 공기가 당연하다. 쫀득하고 매콤한 덕자찜을 시키면 신선한 해초 반찬으로 밥 두 공기는 기본이다. 마른굴비 녹차얼음밥도 한 그릇은 굴비와, 또 한 그릇은 곁들여 나오는 꽃게장과 먹어야 한다. 달콤한 게살만 발라서 매콤한 고춧가루 양념장에 무친 꽃게살은 매력이 넘치는 메뉴다. 따끈한 밥에 꽃게양념장을 한 숟갈 넣고 쓱쓱 비벼 한입 그득 떠먹으면 달콤하고 매콤하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
여행정보법성포굴비정식
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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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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