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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주는 진한 ‘한잔’의 위로

2016.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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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는 혼술족입니다.” 스스로에게 주는 진한 ‘한잔’의 위로
“힘든 하루를 보내고 텅 빈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이 맥주 한잔 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이렇게 혼자 마신다.”
얼마 전 종영한 tvN <혼술남녀>의 대사다. 바쁘고 빠른 경쟁 시대,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아마도 한 박자 쉬어갈 여유와 위로 아닐까.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한잔의 위로, ‘혼(자서 마시는)술 여행’을 소개한다.
위스키에 소다수·진저·토닉워터 등을 타서 8온스 텀블러에 담아 마시는 칵테일, 하이볼.
혼밥을 넘어 혼술의 시대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7.1%. 10가구 중 3가구는 1인 가구라는 얘기다. 전체 인구의 20%가 1인 가구였던 2000년과 비교하면 약 7% 정도 증가한 수치다. 취업난, 고용불안 등으로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우니 결혼과 출산은 머나먼 얘기다. 자발적, 선택적 비혼족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혼자 놀고먹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왜 혼자 마시게 되었을까?
혼자서 먹기 좋은 ‘바(bar)’ 형태의 음식점.
2~3개의 의자가 딸린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있는 건 여러모로 눈치 보인다. 그러니 ‘혼술’을 장려하는 집이라면 마음 편히 마실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혼자 술을 마시는 행위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사이좋게 여럿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의 눈길이 모두 혼자 온 내게 쏠리는 것만 같다. 목소리 큰 종업원의 "혼자 오셨어요?" 라는 확인사살까지 더해지면 대부분은 K.O패. 간절하던 한잔을 대부분 이 순간 포기하게 된다.
물론 삼겹살집이나 곱창집도 혼자 갈 정도로 특수가공 처리된 두꺼운 얼굴을 가졌다면 문제 될 게 없다. 어디든 들어가서 먹고 마실 수 있는 그대가 위너. 하지만 대부분은 그게 어렵다. 또 이왕이면 혼자서도 마음 편히 입성해 한잔 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아예 '세 명 이상은 정중히 거절'하는 가게라면 혼술족들이 더더욱 마음 편히 찾아갈 수 있으리라.
그렇게 혼자서 퇴근길 가볍게 한잔 할 수 있는 곳들을 찾아봤다. 이미 혼술족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과 애주가들의 아지트를 더했다. 혼자서 먹고 마시는 일은 생각보다 근사하다. 누군가와 시간을 맞출 필요도 애써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 나와 술, 그리고 시간이 함께 할 뿐이다. 바(Bar)에 앉아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시시껄렁한 농담부터 인생의 고민들을 나누기도 한다. 개인적이라 자유롭지만 외로운 우리들은 이렇게 완전한 남으로부터 위로 받는다.
대낮에 나홀로 즐기는 ‘한잔’도 가능
‘홀로 한잔의 술을 마시네’라는 뜻의 대학로 <독일주택> 외관. 고즈넉한 한옥 주택이다.
먼저, 가게 이름부터 ‘홀로 한잔의 술을 마시네’라는 뜻을 지닌 혼술집부터 가보자. 대학로 깊숙한 골목에 자리한 <독일주택>이다. 얼핏 들으면 ‘독일 사람이 지은 주택인가’ 혹은 ‘독일 사람이 사는 주택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혜화역 3번 또는 4번 출구로 나와 <카페베네>골목으로 들어선 다음 <압구정비어> 골목으로 한번 더 들어가면 거짓말처럼 <독일주택>이 나온다. 고즈넉한 한옥 건물은 진한 커피향이 길손들을 반긴다. 편안한 가게 분위기를 만끽하며 열어본 메뉴판. ‘홀로 한잔’을 권하는 가게답게 다양한 주류가 기다린다. ‘헤레틱 이블트윈 레드에일’ ‘올드 라스푸틴’ ‘슈나이더 마인 호벤바이세 탭’ ‘스컬핀 IPA‘ 등의 진한 생맥주부터 진토닉을 활용한 칵테일까지 취향대로 골라 마실 수 있다.
리코다 치즈 샐러드와 이블트윈 레드에일(오른쪽).
무엇보다 대낮에 혼자 한잔 할 수 있다는 게 <독일주택>의 포인트다. 밝은 대낮에 고즈넉한 한옥에 앉아 홀짝홀짝 진한 생맥주 한잔을 마시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너무 바쁘고 지쳐있는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다.
푸짐하고 든든한 한끼, ‘밥과 한잔’
[왼쪽/오른쪽]상수동 <김씨네 심야식당> 외관. / 원작 만화 <심야식당>의 배경과 닮은 내부
[왼쪽/오른쪽]원작 만화 <심야식당>의 마스터가 모델인 사케. / <김씨네 심야식당> 주인장 캐리커처
다음은 상수동에 자리한 <김씨네 심야식당>. 일본의 인기 만화 <심야식당>을 모티브로 한다. 원작의 ‘심야식당’은 도쿄의 번화가 뒷골목에서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열고 상수동의 <김씨네 심야식당>은 오후 6시부터 오전 3시까지 문을 연다. 만화에서 본 장면과 비슷한 모양의 식당에 들어가 편안하게 혼자 밥과 술을 즐길 수 있다.
숯불 데리야끼 덮밥(왼쪽)과 아부라 소바(오른쪽). 아부라 소바는 국물이 없는 면요리로 야채와 고기를 넣어 내준다. 각자 입맛에 맞게 고추기름과 식초를 더해 먹는다.
만화에서는 손님들의 에피소드와 메뉴를 묶어 소개하는데, 만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먹고 싶다고 생각해봤을 ‘스테디셀러(?) 메뉴’가 대부분이다. ‘숯불 데리야끼 덮밥’ ‘고양이 맘마’ ‘아부라 소바’ 등의 밥 메뉴에 한잔 더하면 가뿐하게 허기진 위와 마음을 채울 수 있다. 물론 술도 다양하다. 생맥주와 병맥주, 사케와 소주까지 다양한 주종을 갖췄다. 특히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아홉시반 소주'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심야식당>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혼술+이색 여행이다.
<김씨네 심야식당>은 굳이 혼자가 아니더라도 친구와 같이 가도 무리가 없다. 푸짐한 밥과 안주, 그리고 다양한 주류를 갖췄기 때문이다. 혼자서 뭔가 먹을 만한 힘이 있을 때 가면 좋다. 단, 자리문제로 3인 이상은 받지 않는다니 기억해두자.
연남동 혼술바 <문부터>. 작은 바에 주인장과 손님들이 마주 앉아 마신다.
<문부터>의 유일한 장식들. ‘술 취하면 바가지 씌운다’는 주인장 말에 술이 깬다.
마지막으로 정말로, 혼자 마셔야만 하는, 혼자 마실 수밖에 없는 날 찾게 되는 연남동 <문부터>. 주택가에 홀로 덩그라니 자리한 <문부터>는 정말 작다. 심지어 씹을 만한 안주도 없다. 예전에는 주인장이 없는 솜씨로 뭔가 만들었다지만 지금은 그저 술만 판다. 작은 바에 주인장과 마주앉아 한잔 한다. 단골들은 주인장 옆으로 들어가고 길손들은 마주앉는다.
온갖 고민들로 머리가 복잡할 때 식욕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이 넓은 세상에 나 홀로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그럴 때,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어디로도 갈 수 없을 때, 잠시 호흡을 고르러 가게 된다. 섬처럼 떨어져 있는 이들이 모여 각자의 술잔을 비우며 생면부지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혼자의 시간. ‘한잔’하며 깨닫는다. 결국은 나 밖에 나를 위로할 수 없다. 이렇게 우리는 위로받고, 위로하며 ‘한잔’을 찾아간다.

여행정보

독일주택

  • 주소 : 서울 종로구 명륜 4가 45-1
    영업시간 : 12:00~02:00
    문의 : 02-742-1933

김씨네 심야식당

  • 주소 : 서울 마포구 상수동 336-8
    영업시간 : 18:00~03:00
    문의 : 02-6339-1366

문부터

  • 주소 : 서울 마포구 연남동 487-135
    영업시간 : 19:30~유동적
    문의 : 010-8647-****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관광진흥팀 이소원 취재기자(msommer@naver.com)
* 위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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