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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성으로 본 지역확산 저지를 위한 제언

2020.02.26 김태형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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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태형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 대한민국의 감염병 위기 대응 강점, 약점, 기회, 위기를 말하다

우리나라는 감염병의 공중보건학적인 위기 때마다 뛰어나게 대응해왔다.

특히 국민들에게 평등한 접근이 가능한 1차 의료서비스와 진단검사기술, 치료약제 공급이 큰 규모로 빠르게 제공되는 것이 강점이다.

이른바 우리나라의 의료는 국민보험이라는 단일 사회보장적 공적 재원에 90%이상이 경쟁적인 민간병원으로 더해진 효율적인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체다.

그러나 우리의 약점은 인구밀도가 높고 대부분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다보니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이다.

게다가 병원이용의 문턱이 낮아서 국민들이 여러병원을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른바 ‘Doctor shopping’) 때문에 대도시의 병원과 다중이용시설은 감염병의 숙주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병원 내 감염이 주된 문제였던 메르스 이후 병원의 감염관리 수준이 높아지는 기회가 되었고, 보건당국의 투명한 소통과 거버넌스에 대한 비판 덕분에 감염병에 대한 대응 역량이 발전하는 기회가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유행 초반에도 그러한 개선된 역량을 시험해보는 기회가 되었고, 환자들을 모두 안전하게 치료 할 수 있을만큼의 자원을 확충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과밀한 인구밀도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의료기관 방문을 통한 진단검사 역량이 뛰어난 점 때문에 오히려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되고, 다른 나라들 보다 빨리 환자수가 증가되는 것이 즉시 가시화되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다는 점은 위기로 보여진다.

또한 재난이 있을 때 마다 공통적으로 정부의 거버넌스에 대한 불신은 물론 바이러스의 특성에 따른 재해를 정치 지도자들의 정책이나 이념에 의한 결과로만 해석해 여론이 갈리고 사회적인 갈등을 초래하는 것도 지나친 감정의 낭비로 보여진다.

때문에 필자는 전문학술단체에 소속된 감염내과 의사로서 현재의 코로나19 위기에 대해 정부와 국민들에게 제언한다.

23일 오후 부산 동래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3일 오후 부산 동래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코로나19의 무서운 특성

국내 치료의 경험을 공유한 ‘코로나19 중앙임상TF’에 따르면 다행히 코로나19는 주로 가벼운 질병을 많이 일으키지만 치사율은 높지 않다.

다만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나 전구단계에서도 바이러스의 배출과 감염전파가 일어난다는 특징과 폐렴으로 진행하더라도 증상이 잘 감지되지 않는 점 때문에 지금까지의 어떤 감염병보다도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아직 바이러스의 계절에 따른 특성이 나타나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시간차를 두고 결국 전세계적인 대유행으로 확산 될 수 있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현재 큰 규모로 확산되는 경로는 한 지역의 종교단체 활동으로 비롯되었지만 전국이 하루 생활권인 특성 때문에 전국적으로 심각한 감염병 확산 위기에 놓여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다중이용시설(특히 종교시설 등)의 사회활동과 이동을 강력하게 제한하고 통제해야한다. 이러한 국민적인 노력 없이는 더 많은 의료자원의 고갈과 의료전달체계의 붕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 질병통제 거버넌스와 지자체 보건소의 역할

코로나19는 단기적인 통제가 어려운만큼 우리나라 의료기관과 보건당국이 중장기적으로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하고, 장기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1차의료에 뛰어들었던 보건소의 진료기능을 축소하고, 지역사회 질병예방활동과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경증환자 진단 기능을 강화해야한다. 특히 도시의 경우 1차의료를 감당하는 의원이 포화상태이므로 보건소의 진료기능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크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1차와 2차·3차 의료기관의 분업이 잘 이뤄지지 않고, 국민들이 쉽게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특성과 가벼운 감기에도 의원을 방문하는 습관 때문에 자칫 의료기관들이 감염병 노출로 인한 폐쇄와 의료전달체계의 마비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

이에 보건소는 안전하게 지역주민들이 코로나19를 검사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그리하여 환자를 분류하고 진단된 사람들을 적절한 규모의 병원으로 안내한다.

국민들은 평소 습관대로 가벼운 감기에도 의원을 방문하는 행위가 자칫 1차의료기관에서의 감염노출을 초래하므로 현재의 1339 상담업무가 좀더 전문적인 상담이 되어 가벼운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집에서 안심하고 쉴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담사들도 간호사나 의사와 같은 전문 의료인들이어야한다.

아울러 메르스 때 이후도 충분히 확충되지 않았던 국가지정격리병상은 지역별로 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확보해야한다.

또 민간의료기관에 지원해 설치한 격리병상은 일회성 지원만 있었고, 이후 지속적인 지원없이 지정만 된 상태이므로 지속적인 유지 보수에 대한 지원과 시설의 적정성을 평가해야한다.

민간병원의 경우 수년 전 일회성으로 국가지정격리병상 설치를 지원받았으나, 이후 추가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전실을 갖춘 음압격리실을 만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메르스 때는 이러한 부적합한 병실에 환자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으나 민간병원의 국가지정격리병상은 반납도 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병원의 재원으로 운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매번 큰 재난을 겪을 때 마다 이를 교훈 삼아서 다음 번 감염병 위기를 대비해야한다. 특히 정부가 직접 통제하려는 노력보다는 질병관리본부와 지역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서 이끌어가야한다.

한편 전문학술단체는 직접 참여하는 형태보다는 정부의 지침과 정책에 대한 자문을 받는 형태로 기여 할 수 있도록 소통해야 빠른 시일내 현재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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