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 |
◆ 코로나19 유행의 현상황
감염병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의 ‘거리두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적 거리두기’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집합 금지, 등교 제한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해당하고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의 개인위생수칙 준수는 개인적 거리두기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주로 거리두기를 가지고 유행을 통제해야 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의 유행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일상이 제약받고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우리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뿐 아니라 전 세계 유래가 없을 정도의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의 개인적 거리두기 실천을 통해 초기 코로나19 유행에 슬기롭게 대처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진행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환자가 줄어들고 치명률이 낮아지면서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제약받았던 일상을 차근차근 회복하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단계적 일상회복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가 동반되기 때문에 확진자수 증가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너무 급격한 확진자 수 증가나 위중증환자 증가는 의료시스템과 일선 방역 현장의 부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3단계에 걸쳐 거리두기를 완화하기로 했고 일부 고위험 다중이용 시설에 대해서는 ‘백신 패스’를 도입했다.
◆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직면한 여러 도전들
3단계로 이루어진 ‘단계적 일상회복’의 1단계 기간 중 4주가 지났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전체 확진자수 규모는 예측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위중증환자의 증가가 예측한 범위를 뛰어넘고 있다.
위중증환자의 발생 비율은 접종완료자보다 미접종자에서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접종완료자의 경우도 기본접종완료 4개월이 지나면 백신 효과가 떨어지면서 요양시설 입소자, 고령자, 기저질환자 중심으로 돌파감염자가 늘어나고 위중증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방역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면서 수도권 중심으로 중환자 병상이 포화되고 자택에서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들도 생겼다. 이러한 기본접종 완료자의 돌파감염 및 위중증환자 증가를 막기 위해서 정부는 백신 추가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돌파감염과 위중증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접종이 가장 선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의원에서 시민들이 백신 추가접종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아울러 60세 이상 고령층 및 기저질환자 의료기관 종사자는 기본접종 완료 4개월 이후에, 18~59세 연령은 기본접종 완료 5개월 이후에 추가접종을 진행하고, 얀센백신 접종자와 면역 저하자는 기본접종 완료 2개월 이후에 추가접종을 시행하도록 정부는 안내하고 있다.
둘째, 소아 청소년 확진자가 늘고 있다. 소아 청소년 기본접종 완료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들어 성인보다 소아 청소년 확진자수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면등교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보다 안전하게 등교 수업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교육 당국은 학교에서 학생들간 밀집도를 최대한 줄이고, 마스크 벗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등하교 길에 코로나19 위험 요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잘 지도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기를 방역 당국은 당부하고 있다.
셋째, 방역 사각지대 및 다중이용시설을 매개로 한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확진자의 2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외국인들의 경우 방역 당국의 관리가 어렵고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있다.
최근 방역 당국의 백신 접종 독려를 통해 확진자수 규모가 많이 감소했지만 아직도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산발적인 유행이 지속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일부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유행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 백신 패스가 적용되지 않는 다중이용시설이 많으므로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 개인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 단계적 일상회복의 성패는 거리두기에 달렸다
단계적 일상회복은 3단계로 구성되며 각각 단계는 4주의 시행기간과 2주의 평가기간을 가지도록 계획되었다. 그런데 1단계 시행 과정에서 정비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어 2단계로의 진행을 잠시 유보하고 앞으로 4주간 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된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특별방역대책기간 동안 정부가 제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잘 숙지하고 지켜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국민 개개인의 적극적인 개인적 거리두기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기본접종을 마치지 못한 분들은 최대한 빨리 기본접종을 받고, 추가접종 시기가 된 분들은 적극적으로 추가접종에 응해야 한다. 추가접종 시 감염 예방효과는 11배, 위중증 예방효과는 20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코로나19로부터 한층 탄탄한 보호막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방역 당국이 제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준수되고 국민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개인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게 될 때 아직 어느 나라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단계적 일상회복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