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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처럼 일해 봐, 신나게!

[문화칼럼] 정영선의 ‘이야기가 힘이다’ ⑤

2010.06.10 정영선 (주)브랜드스토리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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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모던타임즈>의 찰리

영화 <모던타임즈>의 배경은 산업혁명 직후 미국사회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시작되고 철저한 분업 시스템이 자리 잡던 시기. 가난한 공장 노동자 찰리는 하루 종일 철저하게 분업이 이루어지는 공장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나사 조이는 일을 한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온종일 나사만 조이는 그는 사실 인간의 모습을 한 ‘기계’일 뿐이다.

사장은 집무실에서 리모컨만 작동하면 공장 구석구석을 다 볼 수 있다. (채플린은 벌써 이때 오늘날의 CCTV 시스템을 상상해 냈다!) 공장 조립라인은 물론이고 화장실까지 감시한다. 찰리가 잠시 담배 한 대 피우며 쉬려고 하면 화장실 벽면에 설치된 화면에서 사장이 벼락같이 소리를 지른다. “농땡이 피우지 말고 얼른 일하러 가!”

그러나 찰리는 이런 비인간적인 시스템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자리가 아니다. 자기가 그만두면 언제라도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누구든 대체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사장은 손쉽게 찰리를 해고할 수 있다. 그래서 찰리는 필사적으로 일해야 한다.

인내의 한계에 부딪힌 찰리는 결국 신경쇠약에 걸리고 만다. 동그랗고 작은 것만 보이면 무조건 조이려 드는 찰리! 어느 뚱뚱한 중년여인의 앞가슴 양쪽 단추를 보자 연장을 들고 달려든다. 나사 조이는 일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톱니바퀴 기계 속으로 말려 들어가서 눌린 오징어처럼 곡예도 부린다.

결국 찰리는 해고당한다. 그래도 낙천적인 찰리는 방랑 생활 중에 우연히 만난 떠돌이 소녀와 모험을 한다. 온갖 소동을 벌인 끝에 간신히 식당에 취직하지만 다시 해고당하는 찰리. 그래도 찰리와 소녀는 훌훌 털고 길을 떠난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새로 도착한 곳에서 제대로 된 직장과 집을 구할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의 Next Society!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Next Society’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사회가 열린다.
제조업이 급격하게 쇠퇴하면서 산업구조가 달라진다.
젊은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인구구조의 변화가 뚜렷해진다.
‘육체노동’이 아닌, ‘지식’이 핵심자원이 되는 시대가 온다.

찰리가 하던 나사 조이는 일은 기계가 해치운다. 화장실도 안 가고, 담배도 안 피우고, 신경쇠약에 걸릴 위험도 없는 최상의 노동자, ‘첨단기계’! 바야흐로 제조업의 황금기였다.

그러나 그 기간은 짧았다. 피터 드러커의 예언대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기술선진국의 제조업은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대표하는 중국과 동남아 개발도상국의 제조업 진출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제품의 주요생산기지 중 하나였던 한국조차 제조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 <모던 타임즈>의 찰리

만약 찰리 채플린이 21세기에 다시 <모던 타임즈>를 만든다면?
내용은 이렇게 달라질 것이다.

찰리는 식당에서 쫓겨나 백화점 청소부로 취직한다. 늦은 밤, 영업이 끝난 백화점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다른 청소부들은 무료한 얼굴로 대강 청소하고 돌아간다.

그러나 찰리는 다르다. 매장 안에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춤추듯이 청소를 한다. 공중점프를 하며 선반을 닦고, 앞구르기 뒤구르기를 하며 의자를 정돈한다.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오르내리며 걸레질을 하고 저글링을 하듯 물건을 옮긴다. 딴 이유는 없다. 그는 그저 일이 ‘즐겁고 재미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찰리가 일하는 광경을 사장이 우연히 목격한다. 사장은 찰리더러 바겐세일 기간 중에 야외 특판코너에서 물건을 팔도록 지시한다.

바겐세일 첫날, 찰리는 요란한 판매 쇼를 시작한다.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물건을 나르고 주문을 받는다. 마술을 부리듯 포장을 하는가 하면, 저글링을 하듯 던져 준다. ‘춤추는 판매원 찰리’는 백화점의 명물이 되고, 사람들은 찰리를 보기 위해 백화점으로 몰려온다.

다른 백화점에서 찰리를 스카우트하려고 헤드헌터를 접근시킨다. 다급해진 사장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마케팅 이사직을 제안한다. 이런 마케팅은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나사 조이는 일과는 달라서, ‘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떠돌이 찰리는 이 제안을 거절하고 엉뚱한 선택을 할 듯 싶다.
“저도 제 이름의 가게를 가져보고 싶어요.”
그동안 저축을 좀 해두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인터넷 쇼핑몰을 연다. ‘춤추는 판매원 찰리의 쇼핑월드!’는 홈페이지가 오픈하자마자 방문객들로 넘쳐난다. 그가 춤추고 마술을 보이며 물건을 파는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세계로 퍼진다. 해외 고객들까지 찰리의 홈페이지를 찾아와 주문을 한다.

그는 주문받은 상품을 창고에 잠깐 보관했다가 날짜에 맞춰 발송만 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기 때문에 임대료와 직원 급료, 잡비가 한 푼도 나가지 않는다. 오로지 홈페이지 사용료와 약간의 창고 임대료만으로 그는 세계적인 경영자가 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허름한 양복에 지팡이를 휘두르며 우스꽝스럽게 걷는다. 허세를 부리지도 않는다. 대형매장을 갖겠다는 생각도 없다. 왜냐하면 그에게 일은 ’일이 아니라 놀이’이기 때문이다. 단지 ‘즐겁고 재미있어서 하는 자신만의 놀이’일 뿐이다.

넥스트 소사이어티 IS 드림 소사이어티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환경과 관련해 일어나는 변화의 핵심을 이렇게 진단했다.

1.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은 ‘지식’이고, 그것은 지식근로자들이 소유하고 있다.
(찰리의 익살은 그만의 고유능력이며 그 자신의 소유이다)
2. 정규사원이 아니라 시간제, 임시직, 컨설턴트, 용역 계약직이 점점 늘어간다.
(찰리는 시간제 아르바이트 사원이었다가 계약직으로 판매원이 된다)
3. 한 명의 경영자가 모든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은 불가능해졌다.
(백화점 사장은 찰리에게 마케팅 이사직을 제안했다)
4. 오늘날의 고객은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를 갖고 있다. 따라서 권력은 고객에게로 이동하고 있다. (네티즌은 찰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물건을 구입한다. 마음에 들면 스스로 홍보도 해 준다. 반대의 경우, 댓글 몇 개로 찰리의 홈페이지를 문 닫게 할 수도 있다)
5. 이제는 특정산업에 고유한 기술이란 게 별로 없다. 핵심기술도 다른 분야에서 온다.
(찰리가 익살맞은 외판원으로 성가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마케팅 전문가라서가 아니라 타고난 광대였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최소한의 정규교육만 받으면 어디에고 비집고 들어가 일을 할 수 있었다. 설령 그것이 신경쇠약에 걸리도록 나사를 조이는 일이라 해도!

그러나 ‘대체가능한 노동력’은 더 이상 가치 있는 노동력이 아니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것’, ‘오로지 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 만이 진정한 경쟁력으로 인정받는다. 여기에는 대학졸업장도, 학위도 필요 없다. 튼튼한 근육도, 헤라클레스를 능가하는 힘도 마찬가지. 오로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만이 절실할 뿐이다.

산업화시대 종업원들의 근로수명은 대개 30년 미만이었다. 그러나 이제 ‘Next society’에서는 근로수명이 무려 50년이 넘는다. 끊임없이 자기발전에 힘쓰면서 건강만 유지할 수 있다면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하다. 자기만 원한다면, 죽기 직전까지 일할 수 있다.

이젠 21세기 <모던타임즈>의 찰리가 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재능은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 정영선은?

정영선은 ‘스토리텔링 마케팅’ 전문가이다. 드라마 작가를 거쳐 현재 (주)브랜드스토리의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인 ‘문전성시 프로젝트’ 스토리텔링 사업과, 문화재청의 ‘경복궁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각 지자체와 정부기관에서 스토리텔링 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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