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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문학의 원류로 가단 형성하며 신선처럼 살았던 삶

[문인의 흔적을 찾아서] 담양 한국가사문학관/송순

이광이 작가 2020.11.24

전남 담양에 가면 ‘가사문학면’이 있다. 멀리 무등산의 북쪽 자락을 조망하고 서편으로 광주호가 자리한 산자수명한 동네다. 일제강점기 이후 방위에 기초한 ‘남면’이었다. 인구 1천여 명의 작은 면이지만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등 수많은 누정이 산재한 조선 중기 가사문학의 산실이었던 곳이다. 지난해 그 앞길을 ‘가사문학로’로, 그 동네를 ‘가사문학면’으로 104년 만에 개명했다. 그 중앙에 기와 2층의 ‘한국가사문학관’이 있다.

남 담양의 ‘가사문학면’에 있는 한국가사문학관. 인근에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등 수많은 누정이 산재해 있는 조선 중기 가사문학의 산실이다. 면앙 송순과 송강 정철, 석천 임억령, 소쇄처사 양산보, 하서 김인후 등 16세기 호남가단을 형성했던 문인들의 발자취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전남 담양의 ‘가사문학면’에 있는 한국가사문학관. 인근에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등 수많은 누정이 산재해 있는 조선 중기 가사문학의 산실이다. 면앙 송순과 송강 정철, 석천 임억령, 소쇄처사 양산보, 하서 김인후 등 16세기 호남가단을 형성했던 문인들의 발자취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시조는 3장 6구 45자 내외의 운문으로 정제된 형식을 갖고 있다. 감정과 사유를 자유롭게 표현하기에 불편했다. 그래서 하나는 지키고 하나는 풀어버리는 가사(歌辭)가 등장했다. 가사는 ‘4·4조 4음보의 연속체 시가’라고 정의한다. 운문과 산문, 시와 소설의 중간 형태다. 정극인의 <상춘곡>이 최초이고 호남 가사의 원류로 평가 받는 것이 송순의 <면앙정가>다.  

‘인간을 떠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없다. 이것도 보려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쐬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니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가 쓸까. 아침이 부족한데 저녁이 싫겠는가. 오늘이 부족하니 내일이라 여유가 있을까. 이 산에 앉아 보고 저 산에 걸어보니 번거로운 마음에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 없거든 소식 전할 틈이 있으랴. 다만 푸른 지팡이만 무디어져 가는구나.’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면앙정가>의 유명한 대목이다. <면앙정가>는 이수광의 <지봉유설>, 심수경의 <견한잡록>, 홍만종의 <순오지> 등에서 ‘내용적으로 산수의 아름다움과 이를 유상하는 즐거움, 그리고 호연지기를 유감없이 표현하였고, 형식적으로는 어사(語辭)가 청완하고 유창하다’는 찬사를 받은 가사문학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면앙 송순의 시문집 7권2책의 면앙집.
면앙 송순의 시문집 7권2책의 면앙집.

송순(宋純, 1493~1582)은 다복한 사람이었다. 담양 출생으로 호가 면앙, 시호는 숙정(肅定)이다. 어려서 박상, 송세림을 사사하고 27세에 대과에 급제, 사간원 정언 벼슬을 지냈다. 1533년(중종 28) 김안로가 권세를 잡자 귀향하여 ‘면앙정’을 짓고 시를 읊으며 지냈다. 4년 뒤 김안로가 사사되자 복귀하여 사헌부 집의에 올랐다. 경상도관찰사와 사간원대사간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중종실록’을 찬수했다. 1550년(명종 5) 대사헌·이조참판이 되었으나, 사론(邪論)을 편다는 죄목으로 충청도 서천으로 귀양 갔다. 이듬해 풀려나 1552년 선산 도호부사가 되고, 면앙정을 증축하였다. 이 때 기대승이 <면앙정기>를 쓰고, 김인후, 임억령, 박순, 고경명 등이 면앙정에서 시를 지었다.

이어 전주부윤과 나주목사를 거쳐 1562년 70세의 나이로 기로소(耆老所)에 들었다. 기로소는 70세가 넘은 정이품 이상의 문과들을 예우하기 위하여 설치한 기구다. 그는 의정부우참찬을 끝으로 은퇴했는데 관직생활 50년 만이었다. 성격이 너그럽고 후하였으며, 특히 음률에 밝아 가야금을 잘 탔고, 풍류를 아는 호기로운 재상으로 일컬어졌다. 

송순은 가사문학관 제1전시실에 좌장으로 앉아있다. 27세에 관직에 출세하여 50년을 존경받는 관료로 보냈고 78세에 은퇴하여서는 고향에 누정을 짓고 우리나라 가사문학의 원류로 가단을 형성하면서 90세에 여생을 마치기까지 신선처럼 살았던 다복한 삶이었다.

그 가운데 백미가 그의 나이 87세에 열린 회방연(回榜宴)이다. 전시실에는 화가 박행보가 송순의 회방연을 그린 ‘회방연도’가 걸려 있다. 회갑연이 탄생 6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라면, 회방연은 과거 급제 6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다. 회방연의 영광을 얻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과거에 급제해야 하고, 급제 후 60년 이상을 살아야 하며, 잔치를 주관하는 출중한 제자가 있어야 한다. 조선 시대 통틀어 4명만이 그 영광을 누렸다고 하니, 회방연은 하늘이 내린 복이 아닐 수 없다. 1597년 회방연에 대해 ‘담양부지(潭陽府誌)’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송순이 문과 급제한 지 회갑이 되던 날 면앙정에서 축하 잔치가 베풀어졌다. 마치 친은일(親恩日) 같아서 호남 온 고을이 흠모하여 구경하였다. 술자리가 반쯤 이르렀을 때 수찬 정철이 말하기를 “이 늙은이를 위해서라면 우리가 대나무 가마를 메도 좋겠다”고 하였다. 드디어 정철은 헌납 고경명, 교리 기대승, 정언 임제와 함께 송순을 태운 대나무 가마를 메고 내려왔다. 그 뒤를 각 고을 수령과 사방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따랐다. 모두 감탄하며 부러워하였다.’(기대승도 송순의 제자이나 1572년 세상을 떠났으니 기록의 오류임)

화가 박행보가 그린 송순의 ‘회방연도’. 송순의 나이 87세에 과거 급제 60주년을 기념하는 회방연(回榜宴)이 열려 그 잔치를 상상으로 그린 그림이다. 정철과 임제 등 기라성 같은 그의 제자들이 대나무 가마를 메고 갔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시대 통틀어 4명만이 회방연의 영광을 누렸다고 한다.
화가 박행보가 그린 송순의 ‘회방연도’. 송순의 나이 87세에 과거 급제 60주년을 기념하는 회방연(回榜宴)이 열려 그 잔치를 상상으로 그린 그림이다. 정철과 임제 등 기라성 같은 그의 제자들이 대나무 가마를 메고 갔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시대 통틀어 4명만이 회방연의 영광을 누렸다고 한다.

송순의 면앙정가단 이후에 호남의 성산가단(星山歌壇), 영남의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 노가재가단(老稼齋歌壇) 등이 뒤따른다. 영남의 가단이 전문가객 중심이라면 면앙정가단은 사대부 출신의 문인가객이 중심이었다. 송순은 이 누정을 중심으로 자연예찬을 주제로 한 수많은 작품을 남겼고 이후 정철의 <성산별곡> 등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침으로써 우리 가사문학의 새 지평을 연 선구자로 평가 받는다. 그는 <면앙정삼언가> <면앙정제영> 등 한시(총 505수, 부1편)와 국문시가인 <면앙정가> 9수, <오륜가> 등 단가(시조) 20여 수를 남겼다. 문학관에는 서예가 정광주가 옮겨 쓴 <면앙정가>, 회방연도(圖), 8남매에게 재산을 분배한 분재기(分財記), 헌종이 송순에게 내린 교지, 송순의 과거시험 답안지인 표문, 송순의 7권2책의 시문집 면앙집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광이

◆ 이광이 작가

언론계와 공직에서 일했다. 인(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애인(愛人)이라고 답한 논어 구절을 좋아한다. 사진 찍고, 글 쓰는 일이 주업이다. 탈모로 호가 반승(半僧)이다. 음악에 관한 동화책과 인문서 ‘스님과 철학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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