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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으로도 각광받은 음악가와 화가

[클래식에 빠지다] 거슈윈(Gershwin)과 로트렉(Lautrec)

2023.03.10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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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속적인 것과 대중적인 것은 전통적이며 클래식한 것과는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현재 우리가 전통적이라 부르는 클래식적인 것도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세속적이며 대중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다. 

당대에 모차르트와 헨델, 롯시니는 우리시대 비틀즈나 마이클 잭슨, 앤드류 로이드 웨버등과 같은 대중스타와 비교해도 그 위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그들의 예술세계를 클래식으로 옮겨놓았을 뿐이다. 

시대를 앞서 나아가며 파격과 진보를 선보이는 급진적인 예술가들도 종종 있다. 가끔씩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 내기도 하는 그들은 천재적이지만 외골수적인 성향도 갖고 있다. 

소수의 조력자를 제외하고는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은 그들은 대중의 이해를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항상 안고 있다. 

하지만 여기 두 명의 예술가 조지 거슈윈 George Gershwin) 과 툴루즈 로트렉(Toulouse-Lautrec)은 시대를 앞서 갔다기보다는 시대 조류에 잘 편승한 예술가라고 볼 수 있다. 

대중적이며 세속적인 것을 활용하여 전통적인 토대 위에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쳐 많은 이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다. 

대중적으로도 성공적인 음악가와 화가였던 거슈윈과 로트렉은 아쉽게도 30대에 단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풍요의 시대였던 미국의 1920년대와 프랑스 벨 에포크(Belle Epoque)시대에 전성기를 보낸 두 예술가의 공통된 예술적 지향점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 단순함

세속적인 것이 대중의 호응 얻으면서 높은 예술적 가치를 지니려면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과 간결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한때 애플사의 슬로건은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었다. 

거슈윈과 로트렉의 예술세계에서도 단순함과 간결함은 대중을 설득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거슈윈의 여러 작품 중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을 뽑으라면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와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에 나오는 <썸머타임>을 들 수 있다.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의 한 장면. (사진=저작권자(c) ITAR-TASS/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의 한 장면. (사진=저작권자(c) ITAR-TASS/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성악가를 비롯한 수많은 재즈가수들이 불렀던 썸머타임은 단지 6개의음만을 가지고 주 멜로디를 구성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흑인영가나 가스펠에서 자주 사용되는 펜타토닉 음계(Pentatonic Scale)를 이용하여 단순하면서도 구슬픈 멜로디를 만들어냈으며 현대적이기보다 전통적 흑인민요에 가깝게 작곡되었다. 

랩소디 인 블루 역시 재즈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1920년대에 작곡되었는데 당시 누구나 쉽게 선율을 느낄 수 있는 블루노트음계를 이용하여 작곡되었다.

블루노트란 재즈의 독특한 음계로 3음, 5음, 7음을 반음 내려서 블루스만이 갖는 특유의 감정과 느낌을 강조한 음계이다. 그의 <랩소디 인 블루>에서 블루는 음계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거슈윈의 음악은 동시대 유럽의 쇤베르크나 베베른의 실험적이며 파격적인 음악과는 결이 다르지만 거슈윈 특유의 단순하며 간결한 멜로디에서 오는 아름다움은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툴루즈 로트렉 역시 많은 주문을 받아 그림을 그린 성공한 화가로써 그의 독특한 화풍은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특히 로트렉의 물랑루즈 시작을 알리는 포스터화는 그를 파리 유명인사로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는 또 다른 거장인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의 장식적이며 화려하고 섬세한 포스터와는 다른 좀더 단순하며 추상적인 디자인으로 포스터를 만들었다. 

그의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4가지 이상의 색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강조할 부분만 정확하게 표현하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포스터의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하게 만들어야 하는 단순함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그림에 모든 시선이 갔다가 중요한 정보인 글자에도 시선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한 섬세한 구성은 그의 예술적 감각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간결하면서도 예술적인 그의 글자체 폰트는 현대 상업미술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거슈윈과 로트렉의 단순함은 대중을 좀더 자신의 예술세계로 끌어들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은 단순함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진리는 언제나 아름다움과 단순함으로 인식할 수 있다”

◆ 새로움과 참신함

우리두뇌는 예측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불확실성을 줄여주도록 만든 우리진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새롭고 참신한 것 또한 우리 뇌는 좋아한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경우 보상을 찾아 새로운 것을 추구하도록 하는 우리의 도파민 때문이기도 하다. 

거슈윈과 로트렉의 작품은 당시 보수적 예술세계에 신선함을 던져주었다. 드보르작은 뉴욕 내셔널 음악원장시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토착 인디언들의 민속음악을 미국음악의 독창적인 자산으로 보았다. 

이런 그의 생각은 거슈윈의 음악이 등장하면서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 흑인들의 블루스(Blues)와 랙타임(Ragtime)등 특유의 리듬을 가진 재즈와 백인들의 클래식 음악형식을 혼합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스와니(Swanee)와 랩소드인 블루등의 성공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거슈윈에게 정통 클래식 공부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 

프랑스의 대가 모리스 라벨에게 레슨을 받으며 자신의 음악에 깊이를 더하려고 하였고, 그런 거슈윈에게 라벨은 2류 라벨이 되지 말고 1류 거슈윈이 되라고 하며 격려하였다. 

공부하러 찾아간 파리에서 그는 <파리의 미국인(An American in Paris)>이라는 교향시를 작곡하였는데, 미국인이 본1920년대 파리의 모습을 독특한 재즈선율과 랩소디형식으로 참신하게 풀어냈다.

로트렉의 작품 역시 당시로는 신선하고 독특한 개성이 엿보였다. 그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이지만 반 고흐, 세잔 등과는 다르게 대중과 타협하였고 상업적 장르의 예술을 전위적 예술로 승화시켰다. 

빅토리아 아트 갤러리 바스에서 열린 툴루즈-로트렉 전시회.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빅토리아 아트 갤러리 바스에서 열린 툴루즈-로트렉 전시회.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귀족출신인 로트렉은 거대한 저택에서 자라면서 가축, 하인, 사냥장면 등을 그리며 대상의 형태와 움직임을 빠르게 잡아내는 능력을 길렀다. 

그가 말과 일부 동물을 제외하고 평생 동안 집중하며 그린 것은 인물이었는데, 그는 사람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눈과 재빠른 데생으로 그림을 완성하였다. 

이런 그의 능력이 포스터에 발휘되었는데, 이전 18세기 스타일의 포스터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개성 넘치는 표현기법을 사용하였다. 

포스터는 주로 석판화로 제작되었는데 이 역시 그의 독창적인 감각과 센스를 느낄 수 있으며 컬러인쇄술의 발달은 그의 작품을 더욱 새롭고 참신하게 만들었다. 

현대 그래픽 예술의 선구자로써 그의 작품은 팝 아트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로트렉을 두고 이렇게 말하였다 “로트렉이 없었다면 앤디 워홀은 없었을 것이다”

◆ 오픈 마인드

“모든 사람은 자기경험의 포로이다.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편견의 존재를 인정할 뿐이다”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머로의 말이다. 

편견과 고정관념은 우리가 쉽게 버릴 수 없지만 그것으로부터 계속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헨리 소로우는 “편견을 버리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라고 말하였다. 예술가에게 통념과 선입견으로부터의 탈피는 상상력을 배가시켜 한 차원 높은 예술성을 보여준다. 

거슈윈과 로트렉의 예술세계는 기존 전통적인 관념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방식과 자유로운 사고 속에서 탄생하였다.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 출신의 거슈윈은 뭐든지 흡수하고 있는 사회분위기와 흑인들의 전통적 리듬을 자유로운 미국적 사고 속에서 음악으로 풀어냈다. 

그는 어린 시절 우연히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음악에 관심을 가져 형이 쓰던 피아노로 음악공부를 시작 하였다. 그가 개인레슨을 받으며 작곡과 피아노연주를 공부하였지만 유럽의 음악가들처럼 전문적인 학업을 하지는 못하였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악보출판사에 들어간 그는 그곳에서 당시 유행하던 수많은 음악들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인기작곡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을 다졌다. 

무엇보다 대중음악에 클래식적 요소와 결합한 그의 작품방식은 그가 열린 사고방식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타고난 선율을 만드는데 귀재인 그는 영화와 뮤지컬, 오페라까지 영역을 넓혀 나아갔다. 

로트렉 역시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였다. 그는 작품 속에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혹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으려 하지 않고 그냥 대상 자체를 그리는 것, 즉 그리기 그 자체에 집중하였다. 

귀족집안출신이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졌던 그가 그림 속에서만큼은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싶었을 것이다. 

집안에서 수업을 받고 치료과정도 겸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로트렉은 독학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인상파 등 어떠한 화풍에도 편승하지 않았던 그는 18살 때 파리에서 여러 화실을 옮겨 다니며 그림을 배웠던 스승보다 에드가 드가와 에밀 베르나르, 빈센트 반 고흐 같은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하였다. 

로트렉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다. 나는 내 멋대로 그림을 그릴 뿐이다”. 그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두 예술가가 전통적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았더라면 그들의 예술이 지금과 같을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 어쩌면 거슈윈을 제자로 받지 않은 라벨은 꽤 선견지명이 있는 작곡가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인슈타인 이렇게 말하였다 “내 학습을 방해한 유일한 방해꾼은 바로 내가 받은 교육이었다”라고  

◆ 창의적 사고와 융합

오늘날 우리는 계속되는 전문화 추세 속에 방대한 양의 정보들을 접하고 있다. 사고와 정보들은 점점 파편화 되고 있으며 전문적 지식은 늘어난 반면 학문간의 교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 창의적 사고와 융합이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을 통해 알고 있는 지식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 사고와 융합은 이미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거슈윈은 미국의 재즈와 유럽의 클래식을 융합하려는 자신의 실험을 통해 미국 클래식만이 가지는 독자적인 양식을 만들어 냈다. 

로트렉 역시 일본의 우키요에 목판화나 프랑스 판화가 오노레 도미에(Honore Daumier) 작품에 영향을 받았으며, 그의 작품이 대상의 단순화와 과감한 구도, 빛과 그림자의 대비라는 특징을 보여주는 것은 우끼요에와 도미에의 판화영향이 크다. 

두 예술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 다양한 작가와 작품, 형식 등에 영향을 받았으며 자신만의 창의적이고 융합적 사고방식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이루었다. 

그들의 창의적이며 융합적인 사고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 공감과 소통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추천음반

거슈윈의 음반은 미국적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미국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을 추천하고 싶다. 

랩소디 인 블루는 뉴욕필하모닉과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의 지휘와 피아노, 피츠버그 오케스트라와 앙드레 프레빈(Andre Previn)의 지휘와 피아노를 추천한다. 얼 와일드(Earl Wild)의 피아노 협연도 좋다. 

교향시 <파리의 미국인> 역시 번스타인과 뉴욕필이 대중적이며 레바인(James Levine)과 시카고 심포니의 에너지 넘치는 연주도 좋다. 오페라 <포기와 베스>는 그래미어워드를 받은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음반을 추천하겠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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