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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깨어나는 강 '4대강 살리기'

국내외 사례로 본 4대강 살리기 오해와 진실

[기고] 권도엽 국토해양부 1차관

2009.06.29 권도엽 국토해양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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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아폴리네르의 시구 한 소절을 들을 때마다 나는 연인을 태운 유람선 바토 무슈가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유유히 세느강을 흐르는 낭만적인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바토 무슈가 사시사철 세느강을 떠다닐 수 있는 것은 물속의 구조물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류 쉬렌느시 인근에 있는 수중보가 그것이다. 이 토목구조물 덕분에 세느강은 늘 안정적인 수심을 확보할 수 있다. 굳이 가볼 필요도 없다. 당장 인터넷 구글 어스에만 들어가 봐도 세느강을 따라 설치되어 있는 수많은 수중보들을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문한 탓인지, 나는 세느강의 수중보가 수질오염이나 생태계 훼손을 이유로 철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다. 건설 당시에는 논란이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 누군가가 이 수중보 철거를 주장한다면 모두가 의아해 할 것이다.

한강 황복 회귀, 수중보 있었기에 가능

한강도 마찬가지다. 신곡 수중보가 있기 때문에 유람선이 다닐 수 있다. 분당의 탄천, 양재천과 안양 학의천도 수중보 덕분에 한층 풍부하고 다양한 수생태계가 조성되었다. 펄떡이며 올라오는 잉어와 안마당처럼 물가를 노니는 청둥오리 떼를 즐길 수 있다. 일전에는 한강에 황복, 누치 같은 물고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서울시민들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이 모두 수중보가 있었기에 가능해진 현실이다.

그런데도 수중보, 4대강 살리기 얘기만 나오면 덮어놓고 의구심과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적극적인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 역사적으로도 경부고속도로, 분당과 일산신도시, 경부고속철도, 인천공항 건설 등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 대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많은 사업들이 추진될 때마다 반대하는 분들은 어떤 이유로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다. 그런 가운데 공사가 지연되면서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가 시간 속에 흔적도 없이 허비되기도 했고,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더디게 했다.

나는 4대강 살리기가 또다시 이처럼 실익 없는 논란에 휩싸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사업이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여러 의견이 개진되는 것이 좋고 귀담아 듣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논의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강을 더 효율적으로 잘 이용하고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귀결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은 세계 유수의 강에서 찾을 수 있다.

세느강 등 세계 유수의 강에도 보 있어

세느강은 물론 라인강, 엘베강, 루아르강, 론강, 템즈강, 허드슨강, 세인트루이스강, 미시시피강에 이르기까지 유역에 세계적인 도시가 발달한 강들은 모두 본류ㆍ지류를 막론하고 취수ㆍ주운ㆍ발전 등의 목적으로 수위ㆍ수량을 유지하기 위한 보를 갖추고 있다. 유럽의 강들, 특히 독일의 강들은 도시 깊숙이 그 인공의 갈래를 뻗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품격을 높이고 있다. 산간계곡을 제외하고 폭이 수십 미터가 넘는 강은 예외 없이 세심한 손길로 관리·운영되어지고 있다. 인간이 강과 더불어 행복해지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살리기의 목적도 다르지 않다. 더 늦지 않게 하루라도 빨리 삽을 뜨고 괭이질을 시작해서 그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던 우리의 강을 강답게 제대로 가꿔보자는 것이다. 강을 통해 더 건강하고 풍요로운 우리 국토를 만들자는 것이다.

금년 봄에도 수십만 명이 급수난에 시달렸고, 낙동강은 유지용수가 부족해서 다이옥산 사태를 겪었다. 가문 날이 계속되면서 여지없이 한강수계의 수질도 악화되었었다. 모두가 강의 유량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다.

태풍 루사 때 확인된 4대강 본류의 재해 불안전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게다가 계절별 강수량 차이가 크고, 100년 빈도, 200년 빈도라는 개념 자체가 무색해지는 집중호우가 잦게 발생하고 있는데도 지난 10여 년간 우리는 물그릇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

이제 와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때를 놓쳐서 복지사회는 고사하고 자연재해로부터도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후진사회로 전락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그릇을 늘리고 하천의 물길을 키우는 일은 강수가 특정기간에 집중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의 기본책무로서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물그릇 늘리기, 물길 키우는 일은 국가의 기본책무

이와 함께 맑은 물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국민 모두가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선진국형 국토재창조의 근간이기도 하다. 수상·수변형 친수레포츠를 통해 지역민들의 실질적인 복지를 높여주는 계기도 될 것이다. 건설분야의 취업유발계수가 10억 원 당 17.3명이라고 하니 경제가 어렵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본계획 속에는 또한 댐과 저수지 건설을 통해 맑은 물 5억 톤을 추가로 공급하고, 인 처리 등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비 3조9000억원이 별도로 계상되어 있다. 보의 주목적은 수량 확보이지만 친환경적 설계·운영을 통해 추가적인 수질개선효과도 얼마든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되살아난 한강이 입증하고 있듯이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4대강 곳곳의 수생태계가 한층 다양하고 풍부해질 것이다. 특히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실질적인 예산절감은 물론 사업추진과정에서의 국민 불편도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첨단 정보화시대에 무슨 토목사업이냐고 폄하하기도 한다. 결코 그렇게 바라볼 일이 아니다. 토목은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과학이다. 피라미드, 마추픽추, 골든게이트까지 인류가 찬사를 아끼지 않는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토목공학 또는 토목과 건축이 융합된 결정체이다. 도시를 바꾸고 문명을 새롭게 하는 인류창작활동의 기본이 바로 토목인 것이다.

4대강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모든 하천들에 늘 맑은 물이 넉넉히 흐르고 메마른 도시를 촉촉이 적셔주는 날이 오면 우리네 이웃들의 정서도 훨씬 부드러워지고 살가워질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나 근거 없는 우려에서 벗어나 4대강 살리기에 우리 사회의 역동성과 지혜가 모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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