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
남북철도사업을 단순한 교통물류사업이 아닌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현실적인 대외정책 수단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과거 제국주의의 산물이며, 식민지경영의 상징이었던 철도가 유럽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통합해 EU결성을 앞당긴 것처럼, 동아시아 철도사업은 유럽~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공동체를 촉진하는 신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오늘날 한국은 교역 1조 달러 시대에 미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역내 국가들과의 수출입 교역액이 전체의 50%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증가추세의 교역 물동량에 대비해 남북 및 동아시아 철도연결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동아시아경제권과 북미태평양경제권을 연계하는 것은 미래 한반도 경쟁력제고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특히,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의 GDP는 전 세계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의 철도연장도 전 세계의 40%에 이르며, 전 세계의 철도수요가 가장 집중되는 곳이다. 그만큼 동아시아 통합철도망의 수요와 경제성은 충분하다. 참고로 전 세계 철도화물 수요의 경우 미국 1위, 중국 2위, 러시아, 인도, 일본 순이다. 또한 전 세계 철도여객 수요의 경우, 인도 1위 , 중국 2위, 일본, 러시아 순이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 글로벌시대에 경쟁은 더 이상 기업 대 기업 또는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네트워크 대 네트워크의 구도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가 연결되면 수송시간 및 비용 절감 등으로 남북 간의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대륙경제권과의 협력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부산~모스크바는 바닷길로 30일이 걸리지만, 철도를 이용하면 그 절반인 14일로 단축된다. 남북간 인천에서 남포로 컨테이너 1개를 운송할 때 바닷길로는 800달러가 들지만 철도로는 200달러면 충분해 큰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렇듯 아·태 가교국가실현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신(新) 경제구상’을 제안한바 있다. 이 구상의 핵심정책인 환동해 경제벨트와 환황해 경제벨트의 핵심축이 각각 동해선, 경의선이다. 이에 한국은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의 연계 차원에서 새로운 접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동해선은 TKR-TSR/TMR로 연결할 수 있으며, 남북한의 동해안권과 러시아 극동·중국의 동북지역을 포괄하는 인구 약 1억 5000만 명, GDP 약 2조 달러의 환동해경제권과 연결할 수 있다. 러시아는 2025년까지 TSR 물류 운송시간을 2주에서 1주로 단축하는‘TSR 7일 프로젝트’인 화물고속철도를 추진 중이다. 한국은 획기적인‘TKR-TSR 8일 프로젝트’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
경의선은 TKR-TCR로 연결할 수 있으며, 남북한의 서해안권과 중국의 동부연안을 포괄하는 인구 약 6억 명, GDP 약 6조 7000억 달러의 환황해경제권과 직결된다. 중국은 동북3성의 성도인 ‘하얼빈-장춘-심양간 고속철도’를 2012년에 개통했다. 현재 중국 전체가 2만 5000km의 고속철도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이미 압록강(신의주)과 두만강(나진) 앞까지 고속철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만간 중국-한반도고속철도 연결사업이 화두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반도 1일 생활권뿐 만 아니라 서울~베이징(동북아) 1일 생활권이 가능하다. 서울~베이징은 편도 5시간대에 운행할 수 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에 대비한 동북아 고속철도건설 및 산업협력을 준비해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은 동해선, 경의선을 통해 환동해 경제벨트와 환황해 경제벨트라는 두 개의 작은 톱니바퀴를 움직여서, 북방의 대륙경제권과 남방의 해양경제권이라는 두 개의 큰 톱니바퀴를 돌리는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창출, 북한경제의 성장 및 변화견인, 남북경제공동체, 그에 따른 평화번영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로 확산시키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남북 철도의 연결로 한반도의 미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의 선구자로서 강력한 리더십과 우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