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한글 누가 만든 줄 알아요? 세종대왕님 너무 멋지지 않아요?”
학교에서 돌아온 우리집 1호는 책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한글날을 앞두고 수업시간에 세종대왕에 대해 배우며, 한글로 캘리그래피도 그려봤다고 했다. 받아쓰기 시험을 보며 부쩍 한글을 재미있어 하는 아이와 함께 지난 주말 김해한글박물관에 찾아가 봤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김해한글박물관은 ‘한글’을 주제로 한 공립박물관이다. 한글의 우수성과 일제강점기 속에서 한글을 지키기 위한 국어학자들의 고군분투했던 사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한글을 재미있어 하는 아이와 함께 김해한글박물관에 다녀왔다. |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문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 위해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날마다 씀에 편안하고자 할 따름이다.’
2층 로비에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반겨줬다. 지나가던 직원은 아이에게 한글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문자 가운데 가장 창의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고 설명해주기도 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배웠다며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배경을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국어시험을 앞두고 달달 외웠던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이곳에는 한글 보물 1점과 7000여 점의 한글 유물이 전시돼 있었다. 제1전시실에는 관람객이 직접 버튼을 터치해 관람할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가 마련돼 있었다. 한글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전국에서 기증받은 자료들이 유리 안에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해한글박물관 전시실은 보이는 수장고로 돼있어 7000여 점의 한글 자료들을 눈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아이는 김해한글박물관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조선말 큰사전’을 체험했다. 1957년 완성된 한글사전인 조선말 큰사전을 디지털 콘텐츠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손으로 책을 넘기듯 터치하면 동작을 인식해 사전이 한 장씩 넘어갔다.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면 인터넷 사전을 검색하는 요즘 세대인 아이는 한참 동안 머물며 아는 단어가 있는지 살피기도 했다. 뒤편에는 일제강점기 시대 대표적인 한글학자인 한뫼 이윤재 선생(1888~1943)의 일대기가 소개돼 있었다. 이윤재 선생은 표준어 표기법 정착과 조선어사전 편찬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제2전시실에는 국어 연구를 위한 이론 토대를 마련해 우리말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핵심적 역할을 한 눈뫼 허웅 선생(1918~2004)의 한글 사랑도 엿볼 수 있었다. 허웅 선생은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 폐지에 반대하는가 하면, 영어 공용어 반대,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활약을 펼쳤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한글 최초의 공문서인 선조국문유서였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직접 쓴 교서로 처음부터 끝까지 백성들이 알기 쉽도록 한글로만 작성된 점이 흥미로웠다.
김해한글박물관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인 ‘조선말 큰사전’은 손으로 넘기며 디지털 콘텐츠로 체험해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
전시실 한편에는 한글배움교실도 마련돼 있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국어시험을 체험할 수 있어 아이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한글을 배워볼 수 있었다. 이밖에도 박물관 곳곳에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감상실을 비롯해 한글 자음으로 만든 의자 등이 있어 한글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한글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을 되새기고 싶다면 올해 제576돌 한글주간에 마련된 행사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22 한글주간은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고마워, 한글’이란 주제로 국립한글박물관을 비롯해 국립국어원, 세종학당재단 등 전국 12개 문화예술단체와 함께 다양한 문화행사를 체험할 수 있다.
한글배움교실에서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국어시험을 체험할 수 있다. |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한글의 고마움과 자랑스러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글 쓰기’ 도전을 비롯해, 추억의 달고나 체험으로 ‘한글 뽑기’, 보드게임으로 ‘한글 즐기기’가 운영된다. 뿐만 아니라 중고책 장터도 운영해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단다.
세종대왕 관련된 이벤트도 참여해 볼만하다.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을 찾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세종대왕 납시오’ 이벤트를 통해 세종대왕이 내는 퀴즈를 풀고 경품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즐거움도 배가 될 것 같다.
김해한글박물관 곳곳에는 아이들이 세종대왕에게 그린 그림과 편지도 전시돼 있어 흥미로웠다. |
3년 만의 대면 행사로 열리는 만큼 한글날 전야제 행사도 풍성하다. 10월 8일 오후 5시 국립한글박물관 야외무대에서 가곡제 ‘닿소리로 노래하다’가 열린다. 이 공연은 한글 자음 14자로 시작하는 우리말 가곡들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한글날인 10월 9일에는 서울남산국악당에서 한글 과거시험을 비롯해 훈민정음 책 만들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아울러 전국 12개 문화예술단체에서도 한글주간 행사를 마련했으니 지역 가까운 행사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제576돌 한글날을 맞아 ‘고마워 한글’이란 주제로 2022 한글주간 행사가 펼쳐진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
훈민정음은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면서 한글 역사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보전해야 할 유산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날 한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세종대왕의 애민사상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운동가와 국어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한글주간을 통해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일깨우며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2 한글주간 누리집 : https://한글날.com/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