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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노인일자리 주간에 만나본 어르신

2023.09.22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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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천 어르신은 올해 65세가 되면서 어르신 교통카드를 발급받았다. 어르신은 주민센터에서 교통카드를 받아든 순간 비로소 노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단다. 그는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데 주위 환경에 떠밀려 노인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세월을 부정하고 싶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누구든 나이가 들고 늙어가기 마련이다. 그게 우리네 인생이다.

어르신은 주 3회 오전에 강남세움복지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남기천 어르신이 주 3회 출근하는 강남세움복지관.

남기천 어르신은 아침에 눈을 뜨면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는 매주 월, 수, 금요일 오전에 일터로 출근한다. 그의 일터는 강남세움복지관이다. ‘서울시 50+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다시 일하고 있다.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중장년 시민들이 활력 있고 안정된 인생 후반기를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회 참여 및 사회공헌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좋은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라는 말처럼 노인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야말로 중요한 항목이다.  

남기천 어르신은 지난 2018년 1월, 꼬박 30년간 근무하던 병원에서 정년퇴직했다. 그는 병원에서 교육수련 업무를 맡아 종사했다. 병원에 근무하면서 건강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많이 접했다. 그래서 퇴직하고 나서 그분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던 터였다. 따지고 보면 그가 30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무난하게 살아온 것도 드러나지 않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어느 날 작정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그러다 서울시 50+ 보람일자리사업을 알게 되었다. 사업의 수행기관인 서울시 50+재단에 가입한 뒤 가까운 센터를 방문했다. 그 결과 그가 바라던 대로 다시 일하고 있다.

어르신이 은퇴한 뒤 일을 시작했던 첫해,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하면서 촬영했던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어르신이 은퇴한 뒤 일을 시작했던 첫해,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하면서 촬영했던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다시 일을 시작했던 지난 2019년 첫해를 잊지 못한다. 그는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했다. 우리 사회에 소외된 계층인 장애인을 위한 일이야말로 의미 있고 보람 있을 거라는 판단에 그 일을 지원했다. 그에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시각장애인이 있다. 시각장애인인데 안마사로 일하는 분이었다. 장애가 있음에도 일하는 틈틈이 시간을 내어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노래를 부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시각장애인이 택시 안에서 노래를 불러줬단다. 시각장애인의 선행에 어르신은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울림이 왔다고 한다. ‘장애가 없는 나도 못하는 일을 이분은 몸이 불편해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지금 하는 일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면서.

어르신은 복지관에서 보조강사로 일하면서 발달장애인의 수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어르신은 복지관에서 보조강사로 일하면서 발달장애인의 수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강남세움복지관을 방문했을 때 어르신은 발달장애인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도미노게임을 지원하고 있었다. 보조강사 역할을 수행 중이었다. 참여자가 각자에게 주어진 도미노를 순서대로 배열하고 있다. 어르신은 그들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가까이 다가가 도미노를 배열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다. 직접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발달장애인 참여자들은 양손을 이용해서 도미노를 배열하면서 집중력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 어르신은 장애인들과 매우 친숙해진 것 같았다. 어르신은 “제가 그동안 무지했어요. 병원에 근무하면서 장애인들을 만났던 적이 많았지만, 지금처럼 가까이에서 그들을 대하다 보니 어린아이처럼 밝고 순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이 나이에 새삼 그들로부터 배워가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어르신은 발달장애인들의 밝고 순수한 모습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있다고 한다.
어르신은 발달장애인들의 밝고 순수한 모습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있다고 한다.

어르신은 매주 3일 월, 수, 금요일에 복지관으로 출근해서 반나절을 일한다. 월 57시간 근무한다. 올해 3월 처음 출근했을 때만 해도 그는 발달장애인들의 낯가림이 심해서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친해져서 지금은 그들을 만나는 이 시간이 기다려지면서 즐겁다고 한다. 어르신에게 일하면서 겪는 고충을 묻자 “복지관에 출근하는 순간 오히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있어요. 어린아이처럼 밝고 순수한 그들과 지내다 보니 오히려 제가 힐링하면서 도움을 받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별다른 고충은 없어요. 다만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1년 단위로 일하다 보니 일 자체가 지속적이지 않아요. 한 해의 사업이 연초에 시작해서 연말에 끝나다 보니 업무의 공백이 생겨요”라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과거 경력을 감안해서 지금 교육지원 업무를 하고 있어요. 물론 이 일이 전문적이진 않아요. 하지만 주 3회 일하고 있어서 저같은 노인에겐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지 않고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서 아주 만족합니다”라고 말한다. 그와 마주 앉아서 퇴직 이후의 재취업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르신은 퇴직한 뒤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어르신은 퇴직한 뒤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Q. 오래 근무했던 직장을 퇴직하는 분들을 위해서 조언한다면.
A. 처음엔 막막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일자리 알선기관을 찾을 수 있어요. 저는 아무런 준비 없이 퇴직했어요. 그때만 해도 막연하게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거죠. 퇴직하기 전 최소 6개월이나 1년간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아요.    

Q. 병원에서 오래 근무하셨던 경력이 단절되었는데 아쉬울 것 같다.
A. 저는 지금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은퇴하는 순간 과거 직장에서의 경력을 잊고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은퇴자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동안 직장에서 누렸던 환경과 다릅니다. 주위의 지인들을 보면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라면서 도전하기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면 다시 사회로 나가서 일하기 쉽지 않아요.                     

Q. 우리 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이 다양해요. 그래서 저같은 퇴직자들이 일할 수 있는 거겠죠. 다만 연간 단위로 꾸려지는 일자리사업이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운영되길 바랍니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도 주어진 예산한도 내에서 일자리사업을 운영하는 거라서 쉽지 않은 점이 있을 겁니다. 매년 사업 시작 전후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발달장애인 참여자들이 완성한 도미노가 한 편의 작품같다.(사진=강남세움복지관)
발달장애인 참여자들이 완성한 도미노가 한 편의 작품같다.(사진=강남세움복지관)

어르신은 일자리사업에서 또래의 남성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남성들이 퇴직한 후 운동이나 모임 등을 하면서 소일하는 게 안타깝다면서. “다시 일하는 게 건강을 유지하고 젊게 살아가는 비결인 것 같아요. 다시 일할 땐 과거의 명성이나 보수 등을 따지지 않아요. 우리 사회를 위해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감사해요”라고 덧붙인다. 

저출산 고령사회를 맞이하는 우리나라는 해마다 노년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백세시대를 앞두고 건강과 체력 면에서 과거보다 훨씬 젊어진 노년 인구가 많아졌다. 그분들을 경제활동에 참여시킨다면 저출산으로 인해 가뜩이나 부족한 노동력의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르신은 은퇴 후 일을 하는 게 건강을 유지하고 젊게 사는 비결이라고 했다.
어르신은 은퇴 후 일을 하는 게 건강을 유지하고 젊게 사는 비결이라고 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올해 대비 내년도 노인 일자리를 올해 88.3만 개에서 103만 개로 역대 최대 수준인 14.7만 개를 확대하였고, 2018년 이후 6년 만에 보수를 7% 인상하는 등 예산을 대폭 확대하여 어르신의 건강한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침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2023 노인일자리 주간’이다. 지인 중에서 노년기에 접어들었지만,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여럿 있다. 내가 만나본 남기천 어르신도 그런 분이다. 어르신을 인터뷰하면서 다가올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들에겐 오랜 세월 쌓아온 삶의 경륜과 지혜가 축적되어 있다. 그 경륜과 지혜를 우리 사회에 나눠줄 수 있다. 나도 노년에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윤혜숙
정책기자단|윤혜숙
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메일 연락처: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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