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복지 약자라 함은 질병, 빈곤 등으로 인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한 걸음 더 들여다보면, 최근 고독사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고립·은둔층을 비롯하여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장애인 등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분들 역시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약자복지의 대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약자복지 강화를 위한 방향은 기본 예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약자복지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요.
라면을 매개체로 복지 약자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공공복지서비스 등을 연계·지원하여 자립을 돕는 주민공유공간이 큰 화제입니다.
‘전주함께라면’은 전북 전주지역 6개 복지관에서 진행 중인 복지사업으로 복지관 내 휴게공간에 즉석라면조리기를 설치하여 인근 주민 누구나 무료로 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꾸민 무인 라면카페입니다. 이 사업은 고립·은둔 가구 및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구를 발굴하려는 취지로 전주의 한 복지관에서 소규모로 운영하다가 최근 민관 협력 하에 본격적으로 문을 연 무인복지관입니다.
이용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운영시간 내 누구든 자유롭게 방문하여 간단한 이용일지(성명, 주소, 연락처, 이용인원)를 작성한 후 라면을 조리해서 먹으면 됩니다. 라면 종류도 순한 라면, 매운 라면, 우동라면, 짬뽕라면, 볶음라면, 짜장라면 등 다양하고, 기계 옆 작은 냉장고 안에는 김치와 단무지 등의 반찬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두 대의 즉석라면조리기에서는 라면 종류별로 세팅(물 양, 조리 시간)이 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간편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취식을 포함한 조리 공간은 복지관 내 구내식당 일부를 활용한데다가 라면조리기 두 대에 냄비, 주방 집기 등 공간 조성에 들어간 예산도 적게 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한 큰나루종합사회복지관(전북 전주시 덕진구 쪽구름2길 25)내에 있는 전주함께라면은 하루 평균 이용객수가 10명 정도로 어린이부터 학생, 성인, 어르신까지 전 연령대가 방문, 이용한다고 합니다. 인근 초중고 학생들이 출출할 때 찾아오기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대학생이 아버지의 권유로, 독거 중장년층 또는 어르신이 소문을 듣고 오시는 등 다양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전주함께라면’은 지역 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복지약자 발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주배경 가정이 많은 지역 특성상, 복지사가 이주배경 학생들의 다양한 고민을 들어주고, 복지관이 운영하는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고립·은둔 위기에 처한 한 이용객에게 자원봉사를 권유하여 사회 밖으로 이끌어내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들에게는 맞춤형 공공복지서비스를 연계한 생계비, 의료비, 돌봄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복지관 내 주민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전주함께라면’은 민과 관이 함께하는 사업으로 확장하여 복지 약자를 위한 브랜딩이 되었습니다. 개인과 기업의 현금 및 라면 기부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지역 내 고향사랑기금 1호 사업으로 채택됐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라면기업에서도 정기적으로 라면 기부에 동참의 뜻을 밝혔고, 지역 대학교 내에서 ‘전주함께라면’과 연계·진행하는 ‘청년행복할지도’ 캠페인을 통해 고립 청년 돕기도 나섰습니다. 오는 12월에는 전주시와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주최하는 ‘함께라면 콘서트’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들 지자체 주최 행사는 방문은 물론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도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이 가능하고, 내년부터는 5백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 확대되어 복지 약자 지원과 문화·예술 사업 등에 널리 쓰입니다.
마지막으로 복지관 내 ‘전주함께라면’ 사업 담당자인 김윤영 부장에게 약자복지 강화를 위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그는 “약자복지를 위한 정책은 민관이 함께 손을 잡고 추진할 때 더 실효성이 있는 것 같다”며 “정부가 주최하는 복지 관련 공모사업 지원의 폭도 더 넓어진다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전주함께라면은 저예산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사업으로 앞서 말한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며 “필요에 따라서는 민간 차원에서 먼저 시도한 사업을 정부가 벤치마킹하여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복지정책으로 발전시켜나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전주함께라면’은 지역 내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울산광역시, 파주시, 계룡시 등 전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커피한잔할래요?(가칭)’ 사업으로 확장하여 커피를 매개체로 한 또 다른 무인복지관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주함께라면’은 누구나 라면을 기부하거나 먹고 갈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주민공유공간인데요. 복지 약자를 위한 좋은 선례이자 기부 문화 확산에도 큰 기여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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