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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 귀화 스포츠 스타들의 힘!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2011.12.14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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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전까지 그의 이름은 제로드 스티븐슨이었다. 한국말도 잘 못하고 생긴 것도 영락없이 외국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슈터 부재에 시달리던 한국 남자 농구에서 그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선수다. 9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제26회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그의 유니폼에는 ‘문태종’(전자랜드)이라는 한국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한국은 문태종의 맹활약 속에 3위로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문태종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미국 국적으로 코트에서 뛰었다. 그런데 올해 1월 국적법이 개정되면서 외국인 우수 인재의 복수 국적 취득이 가능해지면서 법무부로부터 특별 귀화를 허가받았다. 정부는 과학 경제 문화 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갖춰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재일 경우 심사를 거쳐 특별 귀화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단 문태종은 지난 12일 또 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동아스포츠대상에서 남자 프로농구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것이다. 이 상을 받을 수 있는 건 한국인 선수뿐이다. 국가대표에 이어 또 한 번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 상은 함께 코트를 누비는 동료 선수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뽑는다. 동료 선수들은 아무런 편견 없이 최고의 농구 선수로 그를 꼽았다. 문태종은 “생김새는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같이 한국사회에서 살고 있고,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 나중에 한국에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프로농구에는 문태종 말고도 혼혈 귀화 선수들이 꽤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이 몇 해 전부터 귀화 혼혈 선수 특별 드래프트를 실시하면서 생긴 변화다. 문태종의 동생인 문태영(LG)나 전태풍(KCC), 이승준(삼성) 이동준(오리온스) 등은 모두 팀의 주력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혼혈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최근 한국 스포츠계에는 귀화 열풍이 거세다. 한국 어머니와 미국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의 킴벌리 로벌슨도 지난 달 특별 귀화 승인을 받았다. 나머지 세부 절차만 마치면 김수빈이라는 한국 이름을 달고 뛸 수 있다. 리그 정상급 포워드로 평가받는 그 역시 태극마크를 다는 게 꿈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국가대표를 꿈꾸는 피겨 아이스댄스 유망주 클라우디아 뮬러(14·홍은중)도 국가대표의 꿈을 위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스위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인 뮬러는 최진주로 개명 신청도 했다.

한국인의 피가 섞이지 않는 외국인들이 귀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화교 3세로 대만 국적을 가진 여자 쇼트트랙 단거리 유망주 공상정(15·월촌중)이 귀화를 추진 중이고 프로 축구 수원 삼성의 라돈치치(몬테네그로)는 귀화 축구 국가대표 1호를 꿈꾸고 있다. 탁구에서는 이미 당예서와 석하정 등 중국 출신 귀화 선수들이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과 아시아 경기 메달을 땄다. 곽방방, 전지희 등도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2018 평창 겨울 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 계에서는 혼혈 선수나 외국인 선수에게 더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 스피드 스케이트와 쇼트트랙 등 빙상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지만 스키 등 설상 종목과 썰매, 그리고 아이스하키, 컬링 등은 세계적인 수준과 차이가 크다. 아이스하키는 출전 자체가 위태롭다. 컬링 역시 한 번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평창대회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하지만 메달은 요원하다. 썰매 종목(루지, 스켈리턴, 봅슬레이)도 마찬가지다. 외국 손님을 잔뜩 불러놓고 개최국으로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전력 강화와는 별개로 혼혈 선수와 외국인 선수들을 끌어안는 노력은 급격히 다문화사회로 변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150만 명 가까이 된다. 다문화가정 인구도 2010년 말 행정안전부 기준 48만 명을 넘어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고령화 등에 따른 노동력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2050년까지 1159만 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풋볼리그(NFL)의 한국인 혼혈 스타 하인스 워드(피츠버그)의 예에서 보듯 스포츠 스타 한 명이 다문화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혼혈 귀화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과 다문화사회의 해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 이헌재는?

이헌재(37)는 현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태극전사들의 몸과 관련된 기획으로 제38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야구와 골프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스포츠의 재미와 감동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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