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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우체국의 극성수기, '명절특별소통기간'을 추억하다

[공직단상] 설 명절 소포에 담긴 사랑과 정성, 파손없이 전달합니다

2025.01.14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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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명절에는 파손되는 우편물이 없이, 우편물에 담긴 사랑과 정성이 받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기를, 그래서 그 마음을 보내는 이도, 받는 이도, 전달하는 이도 모두 행복한 설 명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얼마 후면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우체국에 입사하기 전까지, 설날과 추석은 모처럼 푹 쉴 수 있는 꿀맛 같은 '연휴'를 의미했다.

설날과 추석이 든 달이면, 달력의 빨간 글씨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얼른 연휴가 되길 손꼽아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우체국에 입사한 이후로는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우체국에서의 민족 최대 명절은 곧, 일 년 중 가장 많은 택배 물량이 접수·배달되는 '특별소통기간'을 의미했다.
 
특별소통기간에는 평상시보다 30% 정도 증가한 택배 물량이 이동한다.

우편물을 접수하는 우체국 우편 창구도, 우편물을 구분하여 운송하는 집중국과 물류센터도, 우편물을 분류·배달하는 집배원도, 모두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야말로 우체국의 극성수기라 할 수 있다.

명절특별소통기간에 우체국을 가득 채운 소포들.(필자 제공)
명절특별소통기간에 우체국을 가득 채운 소포들.(필자 제공)

평소보다 물량이 많아지다 보니, 파손되는 소포 수도 늘어난다.

그중 아이스박스로 포장된 택배는, 그 안에 들어있는 물품의 특성-주로 냉장·냉동 음식물이 들어있고, 국물이나 아이스팩에서 녹아서 생긴 물이 차 있다- 때문에 파손 시 수습이 어려운 품목 중 하나이다.

'아이스박스 파손'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반 전인 2022년 추석, 지방의 한 우편집중국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특별소통기간이 되면 우편집중국의 소포구분기계는 밤낮없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몇몇 직원들이 기계 공급부에서 컨베이어벨트 위로 우편물을 올리면, 우편물은 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가다가, 지역별로 구분되어 내려온다.

또 다른 직원들은 각 구분 칸에 서 있다가 롤러를 타고 내려오는 우편물을 받아서 팔레트에 적재하고, 팔레트를 운송 차량에 실어 보낸다.

특별소통기간에는 각 구분 칸으로 우편물이 끊임없이 내려오기 때문에, 기계가 가동되는 동안은 쉴 새 없이 우편물을 받아내야 한다.

옆도 못 돌아보고 우편물을 받아서 싣고, 받아서 싣고,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려오던 우편물이 멈춰버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컨베이어벨트 중간 구역에 작은 소란이 일고 있었다.

"물량이 한참 남았는데 기계가 왜 멈췄대요?"

"아이스박스 뚜껑이 열렸는데, 안에 들어있던 문어가 기어 나와서 벨트 위에 붙어버렸대요."

"문어요?"

"네, 얼마나 딱 붙었는지 지금 기계팀에서 두 명이 올라가서 떼고 있는데 엄청 안 떨어지나 봐요."

처리해야 하는 물량은 산더미처럼 남았는데, 기계에 붙어버린 문어는 떨어질 생각을 안 하니, 딱한 일이었다.

기계 아래에서 대기하던 직원들은 마음은 급한데 상황이 우스워 헛웃음 지으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씨름한 끝에 문어는 다시 아이스박스에 담겼고, 그제야 다시 기계가 가동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하루는, 열심히 우편물을 받고 있는데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는 물방울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앞쪽 구역에서 다급히 "기계 멈춰요!"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던 아이스박스가 넘어지면서 뚜껑이 열렸는데, 안에 들어있던 열무 물김치가 쏟아진 것이었다.

컨베이어벨트 틈틈이 무청이 끼어버린 탓에, 출동한 기계팀 직원들이 무청을 제거하느라 진땀을 흘렸고, 나머지 직원들도 바닥에 떨어진 국물을 닦느라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문어가 빠져나왔을 때도, 무청이 끼어버렸을 때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문어 사건' 때는 그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면, '열무 물김치 사건' 때는 마음 한편이 짠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아마 엄마가 나에게 보내주시던 택배가 겹쳐 보여서 그랬을 테다.

첫 발령을 2시간 거리의 우체국으로 받아 타지에서 관사 생활을 하게 되었던 때, 엄마는 매주 반찬을 만들어 택배로 보내주셨다.

직접 삶고 까서 만든 메추리알 조림-잘 벗겨지지 않는 껍질을 까느라 흠집이 난 표면을 보며, 그 작은 알 하나하나 껍질을 까는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먹기 쉽게 일일이 가시를 모두 발라낸 코다리조림, 기름을 모두 건져내 깔끔하고 담백한 육개장 등 어느 하나 정성이 안 들어간 것이 없는, 사랑으로 꽉꽉 채워진 택배였다.

그 택배는 항상 아이스박스에 우체국 상자를 덧씌운 이중포장이 되어 있었다.

"엄마, 아이스박스 채로 보내도 되는데, 왜 상자를 써요?"

"가다가 부서질까봐 그러지."

"아이고, 괜찮아요. 그냥 보내주셔도 되요."

당시에는 아이스박스만으로 충분한데, 왜 2중포장을 해서 보내실까 싶었는데, 집중국에 근무하고야 알게 되었다.

아이스박스는 생각보다 잘 부서지거나, 붙여놓은 테이프가 잘 떨어져서 뚜껑이 열리기 쉽다는 것을.

그리고 2중으로 꼭꼭 포장한 택배는, 정성스레 만든 반찬이 딸에게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란 엄마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열무 물김치가 쏟아져 내렸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게 들었던 것 같다.

그날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진 것은, 단순한 물김치가 아닌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정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설 특별소통은 1월 13일부터 2월 4일까지 23일간 이어진다.

우정사업본부는 특별소통 기간 중 전국에서 약 2026만 개(하루 평균 145만 개)의 소포우편물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상근무 체계에 돌입한다.

설 명절 소포우편물이 안전하고 정시에 배송되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있다.

▲부패하기 쉬운 어패류, 육류 등은 아이스팩 포장 ▲부직포·스티로폼·보자기 포장 물품은 종이상자 등으로 재포장 ▲우편번호, 주소 등은 정확하게 쓰고 연락이 가능한 전화번호 기재 등이다.

이번 설 명절에는 파손되는 우편물이 없이, 우편물에 담긴 사랑과 정성이 받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기를, 그래서 그 마음을 보내는 이도, 받는 이도, 전달하는 이도 모두 행복한 설 명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설명절 소포우편물의 안전한 배송을 위한 3가지 당부사항.(우정사업본부 제공)
설명절 소포우편물의 안전한 배송을 위한 3가지 당부사항.(우정사업본부 제공)


이재우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강원지방우정청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동화로 옮겨내 수상의 기쁨을 얻었다. 우체통과 편지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우체국에는 온갖 이야기를 담은 우편물과 택배가 가득하다. 이들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동화로 옮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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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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