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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공감정책

한 평범한 주부 ‘야간 유치원’ 문 열게 만들다

10년 전 ‘전전긍긍 야근 경험’ 떠올라 낸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생활공감 주부 모니터단 박영주 씨 ‘대통령상’ 수상

2010.01.21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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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살과 다섯 살 난 자녀를 둔 직장인 김지수(35·가명)씨.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김 씨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어린이집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도 업무를 제시간에 마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퇴근하자마자 한숨 돌릴 사이도 없이 허겁지겁 집으로 내달리는 김 씨. 달리는 버스 안에서 어느새 가정주부로 탈바꿈한 그는 엄마를 보며 달려드는 아이들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 그러나 밀린 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못 하고 나온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바쁜 동료들을 두고 혼자서 매번 본의 아닌 칼퇴근을 해야 하는 것도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것이 아니다. 육아와 직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오늘도 김 씨는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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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야간 돌봄 유치원’이 오는 3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밤 10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야간 돌봄 전담유치원이 오는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워킹 맘’ 700만 시대를 맞아 잦은 야근 등 야간업무에 종사하는 맞벌이 부부는 계속 늘고 있는 반면,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믿고 맡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

맞벌이 가정의 자녀 한두 명을 위해 야간반을 운영하는 것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서도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 정부가 맞벌이 부부나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역별로 거점 유치원을 마련해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통합 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로 한 것.

통합 야간 어린이집은 저녁 7시 전까지는 평소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고 이후 밤 9시나 10시까지 야간 돌봄 전담유치원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야근하며 전전긍긍하던 경험 떠올랐지요

‘야간 통합 유치원’ 아이디어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주부 박영주 씨.
‘야간 통합 유치원’ 아이디어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주부 박영주 씨.
이 정책은 대구 수성구에 사는 주부 박영주(35)씨가 낸 아이디어가 발단이 됐다.

현재 중학생인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전업주부인 그는 10년 전만 해도 한 통신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던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맞벌이 부부라면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아이 양육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회계 업무를 담당하던 그녀는 매월, 매분기별로 돌아오는 결산일자가 다가오면 아이들 걱정부터 앞섰다. 꼼짝 없이 야근을 할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변에 도움을 청할 만한 가까운 친척도 없었던 터라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린이 성폭력 같은 흉흉한 뉴스라도 듣게 되는 날이면 아이들 걱정에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힐 리 만무했다. 저녁 6시가 되면 유치원 선생님들도 퇴근을 해야 했기에 아이를 늦게 데리러 가는 날이면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는 야근하고 유치원에 가보니 건물의 불이 다 꺼져있고, 아이가 선생님과 둘이 사무실 한 편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미안한 마음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지요.”

결국 아이 때문에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는 박 씨는 ‘어린이집을 통합해서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야간반을 운영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그 때 했다고 한다.

그리고 10년의 시간이 흘러 마침 정부에서 운영하는 주부 모니터단에서 활동하게 된 그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대통령상’까지 받게 됐다.

생활 속에서 간절히 느꼈던 부분을 아이디어로 내놨을 뿐인데 선뜻 상까지 받게 되니 부담이 더 앞선다는 그는 “정책이 잘 운영돼야 아이디어도 빛을 발하는 게 아니겠느냐”며 겸손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번 아이디어를 제안하자 일부에서는 일 하는 엄마의 편의만을 위해 아이를 늦게까지 시설에 맡겨두면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고.

그러나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간절함을 모른다”며 이번 정책을 누구보다 반겼다는 그는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정책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중학생이 된 딸을 키우면서 내가 온몸으로 느꼈던 것이니 만큼 앞으로 좋은 정책으로 자리 잡아서 훗날 우리 딸이 아이를 키우면서 나 같은 어려움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다음 달부터 야간 돌봄 유치원 150곳을 지정해 시범 운영한 뒤 호응도와 개선점을 살펴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선정된 전담유치원은 다음 달 교과부,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정책이 된다?

주부 박주영 씨의 ‘통합 야간 어린이집’ 제안은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얻은 사소한 아이디어가 정부의 정책으로 현실화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이 같은 생활공감 정책 확대 차원에서 지난해 4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국민제안 아이디어 1만7123건을 접수했다. 그 중 82건이 우수 아이디어로 채택돼 소관부처의 검토를 거쳐 올해부터 본격 추진된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생활공감정책 점검회의에 참석한 주부모니터단.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생활공감정책 점검회의에 참석한 주부모니터단. <사진=연합뉴스>
 
이미 정책으로 실현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통합 야간반 운영(박영주 주부)과 함께 ▲다자녀 가구 전기료 할인(조정순 주부) ▲경찰서를 방문하는 대신 인터넷으로 교통범칙금 납부(마태성 공무원) ▲일용직 근로자의 소득증명 허용(박경수 일용근로자) ▲장애판정 이전 구입한 복지용구 비용 소급 지원(손연화 주부) 등 수상의 영광을 안은 제안들이 현재 적극 검토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베스트 10 가운데 5개가 박 씨 같은 주부모니터단으로부터 나와 그 활약을 짐작케 했다. 지난해 전국 16개 시도에서 선정된 3천41명의 주부모니터단이 활동을 펼쳤고, 이들이 낸 아이디어 가운데 70여 개가 현재 실행되거나 검토 중이다.

작지만 가치 있는 국민 제안은 올해에도 계속된다. 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사항이나 평소 건의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생활공감 사이트(www.happylife.go.kr)’에 방문해 누구나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지난해 큰 활약을 펼쳤던 주부모니터단의 활동도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오는 2월 새로 출범하는 주부모니터단 2기는 그 규모가 1기의 3배가 넘는 1만2백58명에 이른다. 인터넷에는 이들을 위한 전용 홈페이지(www.happylife.go.kr)가 구축돼 온라인 활동도 가능해진다.

누구나 정책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한번쯤 마주하게 되지만 직접 겪지 않으면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갖가지 사소한 불편들. 내가 지금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없는 문제들. 이런 것들을 모아 올해는 한번 정책 아이디어로 제안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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