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앙~ 엄마”
밤 10시, 아이와 잠을 청하려 침대 정리를 하던 중 주방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 있던 3살 된 아이가 아일랜드 식탁에서 떨어져 피를 흘리며 엎드려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는 아이를 안고 이 밤중에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막막했다.
정신을 차리고 가까운 응급실 두 군데에 전화를 했지만 영유아 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평소 자주 병원을 다니지 않는 터라 주변 병원 정보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아이 상태와 상황을 설명하니 부산과 울산, 대구 등 왕복 2시간 거리에 있는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 몇 군데를 문자 서비스로 알려줬다. 5군데를 넘게 전화한 끝에 치과 당직이 있는 대학병원과 연락이 닿았다. 밤 12시가 넘어 도착한 끝에 아이는 12바늘을 꿰매는 치과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지혈이 되지 않아 큰일 날 뻔했다는 의사의 말에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사실 그동안 119는 누군가 쓰러지거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신고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아이가 다쳐 119의 도움을 받으니 119 역할이 생각보다 넓고 다양하단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뉴스에서 119 활약상에 놀라기도 했다. 도축장에서 도심으로 도망친 소를 119와 합동으로 구출하기도 하고, 도심 아파트에 출몰한 뱀도 119가 출동해 포획한 뒤 산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등 생각보다 많은 업무를 지원하고 있었다.
우선 나처럼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다면 ‘119응급의료상담 서비스’를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는 365일 24시간 전국 어디서든 응급처치 지도, 질병 상담, 병의원 안내 등 일반인들을 위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아프지만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 지 모를 때 병의원 및 약국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기타 각종 질병 상담도 가능하다. 또한 출동 중인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적절한 응급처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환자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한 응급처치를 안내해 심정지 같은 중증응급환자 생존율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요즘 같이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상황에서는 ‘재외국민 119응급의료상담 서비스’를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재외국민 119응급의료상담 서비스는 119응급의료상담 서비스 해외 버전으로 2019년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시작했으며 2020년 2월부터는 전 세계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 해외여행자, 유학생, 재외국민에게 전화나 이메일, 119 누리집, 메신저를 통해 응급처치법 등을 실시간으로 상담해 주는 제도이다. 365일 24시간 119종합상황실에서 상주하는 응급의학전문의가 응급처치법, 약품 구입 및 복용법 등을 알려준다. 해외에 나가면 아플 때가 제일 서러운데, 이제는 해외에서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든든한 정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용 방법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카카오톡을 사용한다면 ‘소방청 응급의료상담 서비스’ 채널을 친구 추가하면 상담이 가능하다. 119안전신고센터(http://www.119.go.kr/Center119/main.do) 게시판을 이용해 증상에 따른 사진 파일도 첨부할 수 있다. 해외에서 전화로 상담하고 싶다면 82)44-320-0119번으로 응급의학전문의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위에 산부인과가 없는 임산부 지인을 통해 ‘119안심콜 서비스’도 알게 됐다. 119안심콜 서비스는 질병이 있거나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를 대상으로 병력이나 주소 등을 사전등록하면 119 접수 시 대상자의 정보가 신고 접수 화면에 자동으로 표출돼 구급대원이 환자 및 질병의 특성을 미리 알고 출동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또한 등록된 보호자 연락처로 119 신고 상황과 평소 자주 다니던 이송병원 정보가 문자메시지로 전송되며, 가족의 위급상황을 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신청 방법도 간단했다. 119안전신고센터(http://www.119.go.kr/Center119/main.do) 누리집에 접속해 안심콜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개인정보와 병력, 복용 약물, 보호자 연락처 등을 입력하면 등록이 완료된다. 출산 임박이나 조산 우려가 있는 임산부, 거동이 불편한 임산부까지 서비스 대상에 해당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사건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 일상을 위협할 수 있다. 위급상황 발생 시에는 골든타임을 위한 신속하고 정확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119응급의료상담 서비스를 알아둔다면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