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혼자 살 줄 알았다. 40살 넘어서도 별생각 없어 보였던 친척 동생 이야기다. 뜬금없이 결혼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동생은 ‘이제야’ 반쪽을 만났다고 좋아했다. 100세 시대에 ‘이제야’는 아니지 않냐며 축하를 건넸다. 동생은 막상 결혼하게 되니 아이 낳고픈 생각이 든단다. 저출산 시대를 살면서 참 반가운 소리다. 그런데 이어진 맥없는 목소리. “언니, 내 나이에도 가능하겠지?” 동생 목소리는 아까와는 달랐다.
지난 7월 27일 보건복지부는 ‘난임·다둥이 맞춤형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임신 준비 과정부터 출산 후 양육 지원까지 전 과정을 담고 있다. 다둥이를 임신한 경우, 출산 진료비 바우처를 태아 당 100만 원으로 확대(기존 쌍둥이 이상 140만 원 동일)하고, 근로시간 단축 신청 기간도 한 달 앞당긴 임신 8개월부터 가능하다. 다둥이 산모 배우자의 출산휴가가 확대(10일->15일)되고, 지자체와 협의해 난임 시술비 지원소득 기준 폐지 및 지원 확대도 추진한다. 동생 말이 걸려서일까. 무엇보다 난임 시술비 지원 강화에 관심이 더 갔다.
문득 지난 7월 개소한 마포구 햇빛센터가 떠올랐다. 햇빛센터는 임신 준비 과정부터 출산 후 산모의 건강관리, 영유아 건강검진까지 한 장소에서 통합 관리하는 곳이다. 햇빛센터라는 이름부터 그렇다. 신생아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햇빛’처럼 곳곳을 환하게 비추겠다는 의미로 붙였다고.
내 뒤로 아이 손을 잡은 엄마가 들어왔다. 아이는 놀이방에서 장난감을 보자 반갑게 다가간다. 아이가 노는 동안 엄마는 비로소 숨을 돌리며 산모수첩을 꺼낸다.
“와, 예쁘게 단장했네.” 곧이어 아이 둘과 함께 유모차를 끌며 젊은 부부가 들어왔다. 곳곳마다 자세히 명칭이 쓰여 찾기엔 쉬웠다.
“분위기가 차분하죠? 벽지나 동선 등을 고려하고 머무르고 싶게끔 했어요. 무엇보다 임신 준비부터 육아 지원까지 한 층에 모여있어 편리하고요.” 햇빛센터 하성숙 팀장이 말했다.
편리성이 최고 아닐까. 이곳저곳 다니면서 일을 처리하다 보면 지치게 마련이니까. 거기에 핑크빛 감도는 화사한 분위기가 밝은 기운을 준다. 설마 마음까지 고려해준 걸까. 난임상담실을 맨 안쪽에 배치한 점에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푹신해 보이는 가림막이 한몫 더 한다. 친절히 맞아주는 담당자 표정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곳은 원래 마포구 보건소 모자건강센터였다. 새로 꾸민 공간에는 난임상담실, 영양상담실, 모자건강 교육실, 임산부 휴게쉼터, 아이들 오감 발달존, 구강관리실 등을 구성해 편리성을 극대화했다. 이곳에서 임신 준비 및 난임부부 지원, 임산부 등록 및 맞춤형 건강관리, 산후도우미 및 산후조리비 지원, 산후 우울증 예방 관리, 모자건강 특화 프로그램 운영 등 임신·출산·양육 전 과정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마포구는 올해 ‘지방자치단체 합동성과 대회’에서 통합건강증진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앞서 말했듯 이곳에서는 임신 준비부터 이뤄진다. 난임인 경우, 지원소득 기준을 폐지해 모든 난임부부에게 신선배아, 동결배아, 인공수정 등을 총 22회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단, 연령에 따라 지원 비용이 좀 다르다. 임신 후엔 시기마다 검사와 지원을 받는다. 또 영양플러스 사업으로 임산부, 출산부는 물론 생후 72개월 영유아까지 영양 교육 및 상담 등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다시 들으니 지원사업이 참 많다. 곳곳마다 안내 책자가 비치돼 있고 전자게시판으로도 홍보하고 있어 놓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던 친척 동생 이야기를 꺼냈다. 하 팀장은 난임 지원 시술비(서울시의 경우 7월 1일부터)가 달라졌다고 알려줬다.
“낳겠다고 하시는 분들에게 최대한 지원해 주려는 거죠.” 정부24같은 온라인이나 직접 오프라인으로 신청을 하고 지원결정 통지서를 발급받아 병원에서 알맞은 시술을 한 후 1개월 이내로 청구를 하면 지급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난임 스트레스를 참 많이 봐왔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일단 감격했다.
예전이라면 주위서 보고 익힌다 해도 요즘은 다르다. 점점 육아를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더 어렵게 느껴지는 점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출산 준비 교육을 했어요. 인형 모형을 안고 목욕시키고 하는데 대면으로 하니 만족도가 참 높았어요. 병원과 달리 임신부에게 필요한 교육을 많이 해보려고 해요.”
“얼마 전 오셨던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딸 여기 데리고 오면 아이 낳고 싶다고 할 거 같다고.”
햇빛센터에서 오는 길은 무더웠지만 환해 보였다. 동생에게 아이에 대한 꿈을 가져도 좋겠다는 확신이 좀 더 붙어서일까, 기분도 좋았다. 물론 나 역시 여전히 양육(?)이 어렵긴 하지만 말이다. 저출산 시대 이번 발표된 정책이 잘 시행돼, 임신과 육아에 힘든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주면 좋겠다. 동생에게도 따스하게 햇빛 비칠 날을 바라며 하늘을 봤다. 오늘따라 햇빛 참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