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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앞두고 국립중앙박물관서 만난 독립운동가

2023.08.14 정책기자단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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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국립중앙박물관 중근세관 대한제국실에서 한인애국단 단원으로 독립운동을 했던 이봉창, 윤봉길 두 의사의 유품이 공개되고 있다. 대한제국실 입구에 김구 선생의 문장이 쓰여 있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중근세관 대한제국실에서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유품을 특별전시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중근세관 대한제국실에서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유품을 특별 전시하고 있다.

‘백범일지’에 밝혀놓은 김구 선생의 꿈 너머로 데니 태극기가 보였다. 1890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태극기는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일하던 미국인 데니가 1891년 본국으로 돌아갈 때 고종이 하사한 것인데 그의 후손이 1981년에 우리나라에 기증한 것이다.

백범의 꿈 뒤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가 보인다.
백범의 꿈 뒤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가 보인다.

우리나라는 1882년 국기를 처음 사용해 이듬해부터는 전국에서 사용하도록 했지만 태극기 실물은 거의 전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 때문에도 데니 태극기는 귀중한 보물이 되었다. 안중근 의사는 태극기에 ‘대한독립’이라는 혈서를 남겼고, 이봉창과 윤봉길 의사는 태극기 앞에서 독립을 위해 싸울 것을 맹세했다. 태극기는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 내내 자주독립의 상징이자 무언의 응원, 의미가 되었고 광복 이후 우리 정부는 민족사적 정통성을 이어받기 위해 태극기를 국기로 승계했다. 데니 태극기 아래쪽에는 우리나라 태극기에 대한 안내가 영상으로 나오고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외국인 관람객들이 데니 태극기에 대한 설명을 보고 있다.
외국인 관람객들이 데니 태극기에 대한 설명을 보고 있다.

두 의사의 유물이 전시되는 공간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별한 안내가 없는데도 오래 머물며 찬찬히 살펴보곤 했다. 특히 어린이들과 젊은 엄마, 아빠들이 관심을 갖고 집중해서 들여다 보았다.

두 의사의 유품 공간에서 가족들이 오래 머물렀다.
두 의사의 유품 공간에서 가족들이 오래 머물렀다.

이봉창 의사는 1932년 1월, 일본 도쿄에서 일본 천황 히로히토에게 수류탄을 던졌다. 수류탄의 위력이 약해 거사는 실패했고 사형 선고를 받은 그해 10월 순국했다. 광복 후 백범 김구가 일본 정부로부터 유해를 송환해 효창공원에 안장했다. 

의거를 앞두고 이 의사가 백범에게 청했다고 한다. ‘선생님, 제 나이 이제 서른하나입니다…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지난 31년 동안 쾌락이란 것을 모두 맛보았습니다. 이제부터 영원한 쾌락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상하이로 온 것입니다. 저로 하여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성업을 완수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한인애국단에 첫 단원으로 입단하며 남긴 선서문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나는 적성(赤誠)으로서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하기 위하여 한인애국단(韓人愛國團)의 일원이 되어 적국의 수괴를 도륙하기로 맹세하나이다.’

서른한 살의 이봉창 의사는 ‘영원한 쾌락’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자 했다.
서른한 살의 이봉창 의사는 ‘영원한 쾌락’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자 했다.

이봉창 의사의 의거는 실패했지만 중국인들의 항일의식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공원 의거’로 이어져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 

두 아이의 아빠였던 윤봉길 의사는 더 푸르른 스물네 살이었다. 그는 아직 포대기에 싸여 있는 어린 아들에게 ‘반드시 조선을 위하여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순국했다. 젊은 두 의사의 손글씨가 전해주는 뜨거운 마음 앞에서 좀처럼 발을 떼기가 어려웠다.

젊은 두 의사의 의거와 순국은 독립운동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사진은 백범 김구와 함께한 윤봉길 의사)
젊은 두 의사의 의거와 순국은 독립운동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사진은 백범 김구와 함께한 윤봉길 의사)

지금 중앙박물관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한 곳은 ‘사유의 방’이다. 사유의 방이지만 워낙 많은 관람객이 있어서 사유에 이르기는 어려웠다. 다만 두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한참 바라보았다. 

‘반가사유상’은 ‘결가부좌에서 한쪽 다리를 내려뜨린 자세로 사유에 잠긴 불상’을 말한다. 삼국시대에 경건한 불심이 빚어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수백 년 전의 미소 속에서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임을, 오늘을 귀하게 여기고 상처를 털어내며 살아가라는 조언을 듣기도 한다.

사유에 잠긴 두 반가사유상을 만날 수 있는 ’사유의 방‘에는 관람객이 무척 많았다.
사유에 잠긴 두 반가사유상을 만날 수 있는 ’사유의 방‘에는 관람객이 무척 많았다.

방학을 맞아 박물관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많았다. 소그룹으로 가이드 투어를 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다들 이어폰을 꽂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박물관에서는 잼버리 대원들도 곳곳에서 마주쳤다. 불교조각실에서 만난 덴마크 대원들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각각 다른 형태를 하고 있는 부처님의 수인을 따라해 보며 낯선 불교 조각들에 관심을 보였다.

잼버리 덴마크 대원들이 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부처님의 수인을 따라해보고 있다.
잼버리 덴마크 대원들이 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부처님의 수인을 따라해 보고 있다.

중앙박물관 전시는 외부로도 이어진다. 보신각 종과 고달사지 쌍사자 석등 등 아름다운 석조 작품들이 배롱나무꽃 한창인 중앙박물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중앙박물관 석조물정원에서는 아름다운 석탑과 석등 등을 볼 수 있다.
중앙박물관 석조물정원에서는 아름다운 석탑과 석등 등을 볼 수 있다.

야외정원에서는 곧장 한글박물관이 이어지고 용산가족공원도 바로 그 옆에 있다. 가장 알차고 의미 있는 방학과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 지금 중앙박물관에 가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선미 rosie8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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