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교환학생으로 처음 해외 생활을 시작했던 23살 겨울, 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중국어는 거의 처음이었고, 영어 역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언어가 낯선 상태에서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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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이해하는 것부터 일상적인 대화까지, 모든 순간이 벽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익숙해지긴 했지만, 성인이 된 상태에서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과정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경험을 바탕으로 25살에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지만, 환경만 달라졌을 뿐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영어권 국가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답답함'은 계속됐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가끔은 대화에 자연스럽게 끼지 못하고,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거리감이 생겼다. 그때의 감정은 불편함을 넘어, 은근한 고립감으로 이어졌다.

물론 나는 외향적인 성격이라 서툰 언어로라도 먼저 다가가고 부딪히는 편이었다. 그래도 근본적인 언어의 한계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막막함과 자책감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 우리 주변에도 이미 시작된 변화
이 경험은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랐다. 최근 본가 근처에 사는 동창의 아이 유치원 졸업사진을 보면서였다. 내가 다니던 시절에는 전교생이 한 학년당 20~30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졸업생 10명 중 대부분이 이주배경아동이었다. 이제는 다문화 환경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걸 체감하게 됐다. 특히 이런 변화는 도시보다 지역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이처럼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언어'는 단순한 학습 요소가 아니라 학교생활과 사회 적응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 말이 통하지 않는 교실의 현실
돌이켜보면 학교라는 공간은 철저히 '언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수업을 이해하고, 친구와 대화하고, 과제를 수행하는 모든 과정이 언어 위에서 이루어진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학생에게는 당연한 환경이지만,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또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면 그 차이는 자연스럽게 학습 격차로 이어진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 문제는 더 크게 드러난다. 같은 교실에 있지만, 전혀 다른 속도와 환경에서 배우는 셈이다.
◆ AI로 배우는 한국어, '모두의 한국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AI 기반 한국어 학습 시스템 '모두의 한국어'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의 한국어(korean.edunet.net)' 누리집은 이주배경학생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쉽게 한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된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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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띄는 점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귀여운 UI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이미피케이션 요소가 적용돼 있다는 점이다. 학습을 진행하면 포인트를 얻고, 이를 통해 레벨업을 하거나 나만의 학습 공간을 꾸밀 수 있는 구조다. 단순히 '공부'가 아니라 '참여하고 싶어지는 학습'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 시스템은 한국어 능력 진단, 수준별 맞춤 학습 콘텐츠, 학습 기록 관리, AI 튜터 기능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제공한다. AI가 학습자의 수준과 속도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학습 경로를 제시한다는 점도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다. 교사들의 '만족도'와 '계속 사용 의향' 항목에서는 5점 만점 기준 각각 4.39점, 4.36점의 높은 점수가 나와, 수업 활용도와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이용 대상 확대…연말 전면 개방

'모두의 한국어'는 현재 학생 중심에서 더 확장되고 있다. 2026년 4월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더 나아가, 12월에는 학교 밖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은 물론 성인 학습자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 학생에게만 제공되던 AI 튜터, 단어장, 퀴즈, 맞춤 학습 기능 등이 14세 이상 일반 사용자에게도 확대된다.
교육부는 인증 절차를 간소화해 연말에는 국내외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 언어를 넘어 '적응'을 돕는 교육
'모두의 한국어'는 단순한 언어 학습 도구를 넘어 이주배경학생들의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한다. 언어를 이해하면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친구와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으며, 학교생활에도 스며들 수 있다. 이는 학습 격차를 줄이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특히 지역 간 교육 환경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시스템은 더 큰 의미가 있다.
◆ 내가 겪었던 언어의 벽, 그리고 지금
난 현재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가끔 중국어와 영어 통역일을 함께 하고있다. 일을 하다 보면 문뜩 외국에서 말을 제대로 꺼내기 어려웠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특히 워킹홀리데이 시절에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도 제대로 학습할 기회가 부족했다. 어학당은 비용이 부담됐고, 현지인들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언어를 설명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만약 내 수준을 이해하고 내 속도에 맞춰 도와주는 학습 시스템이 있었다면, 조금은 덜 막막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모두의 한국어'는 단순한 학습 도구가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언어는 '이해'와 '연결'을 만드는 도구다. 그리고 그 연결을 돕는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 (보도자료) 이주배경학생 위한 '모두의 한국어' 시스템, 연말 전면 개방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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