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교통의 가장 큰 장점은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중간정차가 없고, 한번에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개인교통을 위한 도로투자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교통시설을 만드는 돈의 근원이 되는 교통시설특별회계의 도로투자 비중은 지금까지 50% 이하로 내려온 적이 없다.
반면, 공공교통의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하였다. 환경친화적이고 더욱 안전하며 더 많은 사람을 수송할 수 있는 철도투자는 턱없이 적었고 대중교통운영에 대한 투자도 없었다. 교통시설특별회계로 대중교통운영에 투자를 했다면 요금보조를 통하여 지금보다 더 싼값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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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대중교통에는 투자가 필요하다. ⓒ서울시 |
이렇게 부진한 투자 때문에 대중교통은 개인교통보다 불편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었고 결국 대중교통 이용자수 감소, 수익저하, 서비스질 하락, 다시 이용자 감소로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왔다.
한편 대중교통은 모두를 위한 교통이다 보니, 개인교통보다 근본적으로 뒤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이런 저런 승객을 태우기 위해서 자주 정차를 해야 하고, 모든 사람이 원하는 모든 노선을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환승이 발생한다.
특히 이 환승이 대중교통이용을 꺼리게 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도대체 이러한 환승불편을 어떻게 극복하여 대중교통의 매력을 높일 수 있을까?
물리적 환승을 편리하게 – 환승센터
먼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반드시 환승이 발생하게 된다. 환승이란 전철노선을 갈아타듯 같은 수단끼리 갈아타는 경우도 있고, 버스와 지하철, 버스와 철도를 갈아타듯이 다른 수단을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환승의 편리를 위해서는 갈아탈 때의 노력을 최소화시켜주어야 한다.
작년 7월 1일 서울에 도입된 버스 지-간선체제는, 기존의 버스들을 이동성 중심의 간선형버스(간선버스와 광역급행버스)와 접근성 중심의 지선형버스(지선버스와 도심순환버스)로 이원화하여 각각의 버스를 갈아타며 이용하는 것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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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 4종 버스 ⓒ서울시 |
한번에 갈 수 있더라도, 자주 안오고 느리고 돌아가는 기존 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록 갈아타더라도 이동성과 접근성이 각각 강화된 버스를 따로 이용함으로써 1+1의 합이 2보다 커지게 하는 시너지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버스를 갈아타는 게 너무 어려웠다는 것이다. 지선버스와 간선버스 정류장은 한참 떨어져 있는 게 다반사였고, 같은 전철역의 버스정류장도 동서남북으로 산재해 있는데다가, 정류장 안내도 부실하여 어느 정류장에서 어디로 가는 버스를 타야할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작년 7월 1일의 버스개편은 환승을 전제로 한 개편이면서도 정작 환승이 불편한 ‘미완의 개혁’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환승센터’를 도시 곳곳에 설치하는 것이다. 환승센터란 한마디로 모든 버스가 모여들었다가 다시 흩어지는 시내버스용 버스터미널이다. 환승센터 지하에는 지하철역이 있어서 지하철과 버스와의 환승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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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리역 환승센터 조감도 ⓒ서울시 |
버스정류장이 곳곳에 떨어져 있는 기존 방식과 달리 환승센터에서는 각 방향의 버스정류장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대형 안내판도 설치되어 원하는 목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버스와 승객의 동선이 효율적으로 배치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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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당역 환승센터의 동선 ⓒ서울시 |
특히 환승센터는 노선버스뿐만 아니라 전세버스나 지방대학교 통학버스도 이용할 수 있어서 기존의 전세버스들이 길가에 무질서하게 늘어서서 교통을 방해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서울시는 환승센터의 부재가 시민들의 버스이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인식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환승센터를 건설할 것을 준비하고 있다.
2005년의 경우 동대문운동장, 여의도, 청량리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사당역 등에 환승센터가 지어질 예정인데, 환승센터가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교통이 편리해져 상업의 발전과 지가의 향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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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환승센터 예정지 ⓒ서울시 |
지하철 환승역 역세권이 우수한 상업지역인 것처럼 환승센터 주변도 마찬가지로 활기찬 상업지역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비단 시내버스끼리의 환승뿐만 아니라, 고속/시외버스와 철도 등의 환승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거의 모든 도시는 철도역과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이 분리되어 있어서 서로간에 이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철도역 자체에 터미널이 입주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철도 동대구역과 대구의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아예 한 건물을 쓴다면, 열차에서 내린 승객이 층만 이동하면, 곧바로 버스를 타고, 대구 주변 소도시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환승이 편리해져야 대중교통의 매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대중교통도 ‘사용설명서’가 필요해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지식검색 사이트를 가보면 항상 많이 나오는 질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A에서 B로 가려면 어떻게 가나요?’ 하는 질문이다.
대중교통은 환승을 해야 하고 그 경로가 복잡하므로 남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다. 비록 지식사이트에서는 네티즌들이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지만 사실 이것을 대답해줄 의무가 있는 사람들은 바로 공공교통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정부와 지자체이다.
사실 우리의 공공교통은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승객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은데 대중교통정보를 얻을 곳은 너무나 제한되어 있다. 특히 대중교통정보가 대중교통사업자별로 분산되어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철도사업자는 철도정보만 제공하고 버스사업자는 버스정보만 제공한다.
따라서 버스-철도를 유기적으로 환승해가며 이용하고 싶어도 이것이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 천안에서 성남시를 가려면 수원까지 전철을 탄 뒤 수원에서 성남을 가는 버스를 타는 게 좋지만, 대중교통사업자들은 이러한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들이 운영하는 교통수단의 정보만을 제공할 뿐이다.
환승경로는 시민들이 일일이 알아서 찾아가라는 식이다. 이러니 승객들은 당연히 불편을 느끼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기 자가용을 끌고 가겠다고 한다. 결국 교통정체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교통정보는 사업자별로 제공될 것이 아니라 광역 지역별로 제공되어야 옳다. 수도권 또는 남동임해권 전체 등등을 아우르는 종합대중교통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 지자체들은 지자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중교통정보를 올려놓고 있기는 하다. 수도권의 경우 건설교통부가 직접 운영하는 대중교통안내사이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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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대중교통정보 사이트 ‘알고가’ ⓒ건설교통부 |
하지만, 인터넷은 아직은 접근성이 떨어진다. 언제나 쉽게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이용률도 떨어진다. 따라서 필자는 지자체들이 발상을 전환하여 인터넷 대신 책 형태로 광역권 대중교통정보를 제공하라고 권하고 싶다.
즉, 수도권의 경우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힘을 합쳐 “서울-수도권 대중교통 종합안내” 책자를 만드는 것이다. 이 속에는, 수도권의 모든 대중교통정보가 들어 있으며 주요한 곳 사이를 이동할 때 어떻게 환승을 하는지도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계간으로 3개월마다 출간하며, 재활용지를 이용하여 싸게 만들고, 지역 곳곳에 무차별로 배포하도록 한다. 시민들은 어디서나 쉽게 이 책자를 받아본 후, 자기 지역의 대중교통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자주 발생하는 환승패턴은 친절한 안내도 덧붙여야 한다. 바로가기 곤란한 지역끼리는 이렇게 저렇게 환승을 하라는 안내를 해주어 환승에 대한 거부감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래야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
결국 한마디로 정부는 ‘공공교통 매뉴얼’을 만들라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캠페인을 하는데 돈을 쓰는 것보다, 그 돈으로 우리나라 대중교통의 체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어떻게 대중교통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지를 알려주는 ‘대중교통 사용설명서’를 만드는 게 더 좋은 투자가 아닐까?
대중교통은 공공교통이라고도 부른다. 공공(公共)이란 말 그대로, 공적인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공공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바로 정부와 지자체이며 그들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받았기 때문에 공공교통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지게 된 것이고, 우리 국민들은 세금을 낸 만큼 우수한 공공교통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환승센터’와 ‘대중교통이용안내서’를 통해, 대중교통의 태생적 한계인 환승불편을 극복하여, 보다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국정넷포터 한우진 (교통평론가) ian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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