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우리에게 준 경각심이 있다. 고유가 문제뿐만 아니라 종량제 봉투 사재기처럼 원유에서 비롯된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의 생산과 소비 구조 등에 관심을 갖게 한 것. 학창시절 화학 시간엔가 배웠던 것 같은 '나프타'에 대해 다시 한번 찾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플라스틱은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화학 제품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이 생활물가와 환경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먼 이국 땅에서 벌어진 전쟁이지만 이미 '플라스틱 사회'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사회에도 바로 타격을 주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불편함이 초래된 만큼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 에너지 위기 대응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천하는 방법임을 깨닫게 됐다. 국제 정세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환경 보호를 위한 생활 속 실천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 택배 포장, 빈틈을 줄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은 총 64억 1000만 개다. 2024년 59억 5000만 개 대비 7.75% 성장한 수치로, 처음으로 60억 개를 넘겼다. 2020년 33억 7000만 개 수준에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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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역시 택배를 자주 이용한다. 지난주에만 한 5개 정도의 택배가 온 것 같다. 새삼 택배 포장을 살펴보니 빈틈이 많이 준 것 같다. 예전엔 거대한 택배 상자에 조막만한 제품 하나 덜렁덜렁 있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택배를 이용하는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다. 하지만 편리함 이면에 포장재 등 환경 문제가 숨어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예전보다는 택배 포장에 낭비 요소가 좀 줄었다는 것.
네이버 카페 한 이용자는 "요즘 택배 받아보면 종이 완충재나 친환경 포장을 사용하는 곳도 많아지고, 과하게 포장되는 경우도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습니다. 생활 속 작은 변화지만 이런 부분이 조금씩 바뀌는 걸 보면 시대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라고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안 그래도 정부에선 택배 수송과정에서 발생하는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평균 매출액 등이 500억 원 이상인 업체를 대상으로 2024년 4월 30일부터 일회용 수송포장 방법·기준을 시행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제품 공간비율을 50% 이하로, 포장횟수는 1회로 제한하고 있다.
2년 동안 계도기간을 운영하면서 현장 적용 애로사항 등을 반영해 지난 3월 '제품의 포장재질 및 포장방법에 대한 간이측정방법 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시에 따르면 유리, 도자기 등 제품의 파손 방지를 목적으로 포장재를 사용하는 경우, 택배포장 시 자동화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 가로+세로+높이 합이 최소 50cm 이하 포장인 경우, 제품이 길거나 납작한 경우, 택배 비닐포장재에 재생원료를 20% 이상 사용한 경우, 2개 이상의 판매 제품을 함께 포장하거나, 포장재를 재사용하는 경우 등에 대해 예외 규정을 뒀다.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택배 포장규제 세부기준을 마련한 만큼 좀 더 알차고 날렵해진 택배 포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
지난 4월 28일 국무회의에서 기후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30%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다.
2030년 약 1000만 톤으로 예상되는 폐플라스틱 배출량을 원천적으로 100만 톤 줄이고, 거기에 재생원료로 200만 톤을 사용하면서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700만 톤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플라스틱은 원천 감량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을 여러 번 반복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재활용이 쉽도록 재질을 전환하고, 플라스틱이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은 종이 등 대체재로 전환 유도한다.
배달 용기 등은 구조적으로 경량화를 유도하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택배 포장재는 과대포장을 제한한다.
재활용이 어렵거나 다른 품목의 재활용을 저해하는 포장재는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등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를 구체화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24년 7월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을 발효하고, 유럽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제품이 이 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우리 제품의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국내 제도의 발빠른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재생원료 투입량에 정비례해 감면하는 폐기물 부담금제는 일정비율 이상 사용 시 감면율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또한 올해부터 재생원료 10%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페트병에 대해 2030년까지 목표율을 30%까지 강화한다.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만든 식품·화장품 용기, 비닐류 등 품목도 유럽연합(EU) 등 국제 수준에 맞춰 목표율을 설정할 예정이다.
재활용 사각지대에 놓였던 의류, 일회용 플라스틱컵 등에 대해서는 순환이용 체계를 구축한다.
단순 소각되던 경찰복을 수거해 재생 폴리에스터를 추출하거나 충전재·보온재 등으로 사용하고, 향후 군복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폐기물부담금 대상 일회용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에 편입해 재활용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가 적용되면 판매된 제품 중 일정량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한편 일회용 플라스틱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장례식장의 경우 전국 공공기관 운영 시설부터 다회용기로 전환해 민간 시설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 개인 컵 할인제를 확대하고, 혼합재질 포장재 사용을 자제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원천감량과 순환이용이라는 핵심과제를 힘 있고 신속하게 추진하여,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탈플라스틱 경제를 실현하겠다"라고 밝혔다.

◆ 탄소중립을 위한 작은 실천
지난해 11월 10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현재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명칭 변경)는 제5차 전체회의를 개최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순배출량(7억 4230만 톤CO2eq) 대비 53%~61%를 감축하는 것으로 정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다. 내가 오늘 받은 택배는 연 60억 개 중 하나지만, 이 택배의 불필요한 포장재를 1%만 줄여도 1년이면 60억%가 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탈플라스틱 사회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국민들도 일상에서 장바구니 가지고 다니기, 일회용 컵 사용 자제 등의 실천을 더한다면 지구를 살리는 일에 일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책브리핑 황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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